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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사람들, 각박한 세상 인정 확인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2. 1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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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랑에 대해서도 믿을 게 없어졌다"
"지하철 사람들... 각박한 세상 인정 확인"
'지하철 결혼식' 네티즌 의견 분분... "빨리 연극이라고 밝혔어야"
텍스트만보기   손병관(patrick21) 기자   
좀더 신중했어야 할 '지하철 결혼식' 보도, 사과드립니다
'좋은기사 원고료주기' 축의금 돌려드립니다

누리꾼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었던 '지하철 결혼식'이 연극영화과 대학생들의 실험극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함께 만드는 뉴스'라는 형식으로 지난 14일 오후 '가난한 젊은 연인의 지하철 결혼식'이라는 제목의 첫 보도를 내보냈고, 그 다음날 '지하철 결혼식, 하객이 된 누리꾼들'이라는 후속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당시 <오마이뉴스>는 이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젊은 연인이 실제 결혼식을 올린 것인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과 일부 누리꾼들의 동영상에 대한 의문점과 우려를 함께 보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실제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보다 명확히 제기하지 못하고 훈훈한 이야기로만 인식될 수 있도록 보도한 것에 대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또한, 일부 독자들께서 지난 14일 '지하철 결혼식' 첫 기사에 '좋은기사 원고료주기'를 통해 축의금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지하철 결혼식'이 대학생들의 실험극으로 밝혀졌기에, 당사자들께서 <오마이뉴스>에 요청하시면 해당 금액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축의금을 보내신 분들께서는 위 기사의 기자 이름을 클릭, 쪽지로 연락처를 알려주십시오.


▲ 화제를 모았던 지하철 결혼식 동영상 장면. 하지만 이 상황은 대학생들의 연극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인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준 '지하철 결혼식'이 대학생들의 연극으로 밝혀지자 이번 해프닝에 대한 네티즌들의 논란이 분분하다.

학생들이 소속된 호서대 연극영화과와 싸이월드 클럽 게시판에는 16일 오전부터 수백 건의 네티즌 의견들이 올라왔는데, 네티즌들의 실망감을 반영하는 듯 비난 의견이 압도적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문제의 카메라폰 동영상에 캠코더 촬영자의 모습이 담겨있는 것을 들어 무명 예술인들이 실험극 또는 독립영화를 찍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지하철 승객이 "여자가 우는 모습과 남자의 진실한 표정을 보건대 절대로 연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하고 결혼업체가 무료결혼식을 제의할 정도로 이들의 연극은 감쪽같았다.

연극 연출자라고 밝힌 이 학교 신진우씨는 16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우리가 연극이라는 사실을 알리면 관객들을 우롱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날 유독 결혼식 반응이 너무 좋았던 게 화근"이라고 뒤늦게 후회했다.

학생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인터넷에 동영상을 의도적으로 유포한 것은 아니지만, 지하철 승객들에게 연극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아 큰 혼란을 불러왔다는 비난이 많다.

아이디 '손님'은 "당연히 진짜인 줄 알고 마음이 아파서 동영상이 나왔을 때 정말 많이 울었다"며 "기사가 나왔을 때 빨리 연극이었음을 밝혔어야 했다"고 지적했고, 아이디 '대장'은 "진심으로 축하했는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수 있냐? 실험상대를 시민으로 삼았냐"고 힐난했다.

"이제 사랑에 관해서도 믿을 게 없어졌다, 믿고싶은 희망을 짓밟았다"고 학생들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극중의 '신랑'이 자신을 '고아'로 소개하며 "결혼비용이 없어 지하철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말한 것을 뒤늦게 문제삼은 이도 있었다. 아이디 '실망이네'는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고아냐"고 지적했고, 아이디 '네티즌'은 "어제는 훈훈한 소식에 감동이었는데 오늘은 날벼락에 배신감이다, 고아단체가 있었다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부 역을 맡은 여학생 이름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당분간 학교 다닐 생각이 없다"는 글도 올라왔지만, 글의 작성자가 본인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수이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인정이 살아있음을 확인했다는 호평도 없지 않다. 네티즌 황일호씨는 "전 국민을 낚은 건 죄가 있지만 (동영상을) 찍어 올린 사람도 죄가 있다"면서도 "지하철에 있던 사람들을 봐서는 우리나라는 아직 살만한 것 같다, 각박한 세상에 참신한 아이템이었다고 생각했다"고 촌평했다.

 

 

특종지상주의가 만든 '지하철 결혼식'
[주장] 성급한 언론 보도 태도 고치는 계기 삼아야
텍스트만보기   이인배(apache630) 기자   
언론이라 하면 사회를 제대로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사회를 제대로 진단해주는 기능을 할 때에 비로소 진정한 언론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언론의 모습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많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황우석 사태에 있어서 왔다갔다 특종만 잡으려고 분주한 모습을 보인 결과 오히려 네티즌과 국민들에게 올바른 진실을 알리는데 실패했고, 소위 '황빠'와 '황까', 그리고 '황교주'라는 신조어를 양산하는 현상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인사 청문회도 해당 후보자의 능력 검증보다는 까발리기 전법으로 몰두한 결과, 국민들은 오점투성이(?)인 장관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언론이 발빠르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정보일 때에 비로소 진정한 특종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언론의 모습은 진보나 보수 상관없이 조급하게 다른 언론사가 발표하기 전에 먼저 발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앞서 있으며, 정보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없이 인기에 편승하는 특종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아서 약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프닝으로 끝난 '지하철 결혼식'

최근 '지하철 결혼식'이라는 기사는 지하철에서 결혼식을 하는 장면을 한 네티즌이 핸드폰으로 찍어서 올리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장면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급속하게 확산되었고, 네티즌들과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도 메인에 등록되었고, 네티즌들이 뽑은 톱기사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좋은 기사 원고료를 통해서 그들에게 작지만 정성을 전달하고 싶다는 독자들도 나타났습니다. 결혼관련 업체가 나서 무료로 그들에게 결혼식을 올려주고 도와주겠다는 현상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대학 연극학도들의 실험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국민일보>와 <쿠키뉴스>에 따르면 "호서대학교 연극영화과 동아리인 '연극사랑' 학생 7명이 만든 것으로 제목은 '결혼식'이다. 평소 실험극을 해보고 싶어 했던 이들은 '게릴라 연극'을 준비했다. 2개월간의 연습 끝에 이들은 극장이 아닌 지하철을 공연장소로 정하고, 3차례 상황극을 공연했다. 화제가 된 연극은 지난 10일 5호선 우장산역을 지나는 전동차 안에서 벌인 것이다"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지하철 결혼식'이 실험극이었다고 밝혀지기 전까지 우리 국민들은 진심으로 결혼식을 올린 사람을 위해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정'이라는 것이 사라지지 않았으며, 서로 격려하며 잘되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실험극'이었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때를 같이해서 많은 네티즌들이 '속았다'라는 심정으로 댓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언론매체인 경우에는 예전의 다른 기사까지도 들먹이면서 욕설이 담긴 댓글을 남기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정확한 사실을 검증하지 않고서 기사를 작성해서 올린 것도 잘못된 모습이고, 선량한 시민들을 속였다는 분노도 있겠지만, 그러한 극단적인 반응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하철 결혼식'을 톱기사로 올린 것 때문에 신문사 하나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네티즌처럼 오버(?)하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바로 그러한 극단적인 주장 때문에 한때 'PD수첩'이 폐지될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고 봅니다).

우리들에게 문제는 없을까?

이번 해프닝을 통해서 우리는 다시금 서로를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언론사들은 성급하게 특종만 잡으려는 강박관념으로 일단 보도하고 보자는 식의 자세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상대 언론사가 특종을 했다고 그것을 깎아내리기 위한 다른 특종을 만들어 보도하려는 경쟁심은 결국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사회를 양분화하는 결과를 돕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언론매체들은 선동적인 기사를 써서 국민들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국민을 화합하고 하나로 만들기는커녕 서로 감정의 골만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민을 선동하는 언론매체는 판매부수를 높일 수는 있지만,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거나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독자들과 네티즌들은 선동적인 기사에 휘말려서 몰려다니는 식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기사와 정보가 과연 합리적이고 정확하게 전달되었는가를 항상 모니터해야 하며,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읽어야 하겠습니다.
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기준 없이 특종이라는 것에 혈안이 되어서 따라가는 언론매체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개인 블로그, 한겨레에도 올립니다.
2006-02-16 10:00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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