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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잠에 빠져 있던 오늘(27일) 오전 7시 10분경 휴대폰에서 음악이 요란스럽게 울려댄다. 어젯밤 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잤던 터라 아침에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려 했건만…. 그런데 잠결이었지만 내가 휴대폰으로 알람을 설정해 놓은 시간이 아직 안됐다는 것을 느낌상 알 수 있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눈을 비비며 휴대폰 액정화면을 보니, '알람시간입니다'라는 문구 대신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의 휴대전화번호가 뜨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 이 시간에 나한테 전화할 사람이 없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라고 말하자 수화기 저편에서 약간은 퉁명스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차 좀 빼 주세요' 순간 어젯밤 남의 철물점 앞에 세워놓은 내 '애마'가 생각났다. 재빨리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모자를 눌러 쓴 채 그곳으로 향한다. 주인아저씨가 나를 쳐다보시기에 '죄송합니다!'라고 예의상 멘트를 한 마디 날리고 차에 앉아 시동을 건다. 어라?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자동차 키를 수차례 반복해서 돌려봐도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어젯밤의 일이 불현듯 떠오른다. 내 차에는 전조등 외에 보조범퍼에 장착된 아주 큰 LED 조명등이 안개등과 함께 설치되어 있다. 이 조명등이 아주 조도가 높은 반면 배터리를 많이 소모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동차 튜닝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제법 비싼 대가를 치르고 이 조명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워낙 배터리 소모량이 높은 탓에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다가 비가 많이 올 때나 안개가 심하게 낀 날, 혹은 밤길 지방도로를 운행할 때만 잠깐씩 켜곤 했다.
어젯밤에도 퇴근길에 비가 많이 오기에 무심코 그 조명등을 켜고 집으로 향하면서 마음 속으로 다짐 또 다짐했다. '이따 차에서 내릴 때 꼭 끄고 내려야지. 영수야, 절대 잊어버리면 안된다'라고…. 그러나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인 나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이 생각 저 생각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고 이내 내 머리 속에서 조명등에 대한 생각은 잊혀진지 오래다. 집에 도착해 씻고 이것저것 일을 하다 자동차에서 뭔가 가져올 일이 생겨 우산을 쓰고 차에 가 보니 그 조명등이 환하게 아주 환하게 켜져 있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 '아이고!'를 연발하며 '그래도 다행이다. 밤새 켜 놓았으면 내일 아침에 방전되어 시동이 안 켜졌을텐데…'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명등을 끄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게 사단이었던 것이다. 시동이 꺼져 있는 상태에서 2시간여 동안 조명등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 방전이 되었을 것이므로 그때 바로 시동을 켜서 배터리를 가동시켰어야 하는데 깜빡한 것이다. 나는 지나가는 차를 세워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동차보험회사에 전화를 하면 긴급출동서비스에 가입되어 있기에 30분 안에 나를 도와 줄 사람이 오겠지만, 내 차에 '점프선'도 있었고 긴급출동서비스를 부르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져 그냥 다른 차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골목을 지나는 차를 손짓해 세워놓고 정중히 부탁을 한다. '죄송합니다만 제 차가 방전이 돼서 그러는데 잠깐 '점프' 좀 도와 주실래요?' 그러자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운전자는 바쁘다며 그냥 가 버린다. 내가 10여 분간 계속 헛고생을 하고 있으니 철물점 옆에 있는 분식집 아저씨가 다가와 조언을 해 주신다. '이봐요. 그러지 말고 그냥 하이카 부르지 그래요. 출근시간에 다들 바쁠텐데 누가 쉽게 도와주겠어요? 어제도 어떤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아 하이카 부르니 바로 와 주더구먼…' 역시 광고의 위력은 대단한가 보다. 이 아저씨 모든 보험서비스를 하이카로 알고 계시지 않은가. 나는 포기하지 않고 지나가는 차를 세워 부탁을 계속해 본다. 이렇게 한 지도 20여 분, 내 부탁을 야멸차게 거절하고 지나간 차만 해도 수십 대가 넘는다. 그 사람들의 이유 또한 참 다양하다. '어 내가 지금 출근시간에 늦어서', '이 차는 점프하려면 운전석 시트를 들어내야 하는데…' '저는 그런 거 한번도 안 해 봤거든요' 등등…. 어떤 초보운전자는 내가 차를 세우려 하니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놀란 얼굴로 도망치듯 휑하니 가버린다. 아침부터 웬 남자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차를 세우려 하니 무슨 봉변이라도 당할 것 같았나 보다. 조금씩 후회가 된다. '아까 그냥 긴급출동서비스 부를걸!' 그런데 이때 내 눈에 번쩍 띄는 게 있었다. 어떤 차가 시동을 걸어 놓은 채 골목길에 정차중인 게 아닌가. 어찌나 반갑고 기쁜지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나는 손짓을 해 차창을 내리게 한 후 또 다시 부탁을 했다. 운전자는 아주 멀끔하게 잘생긴 젊은이였고 왠지 거절하지 않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제가 좀 바쁜데요'라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더 이상은 나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 1분 정도면 충분하거든요. 좀 도와주세요'라고 애처로운 목소리로 호소하자 그 고마운 남자, 웃으며 '그럼 그러시죠'라고 대답한다. 아!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2002 월드컵 거리응원 때의 감동이 되살아났을 정도라면 너무 과장된 것일까? 내 차 앞에 그 사람의 차를 대고 트렁크에서 '점프선'(부스터 케이블)을 꺼내 양쪽 차의 배터리에 연결한 후 시동을 걸어 본다. '부르릉'하고 바로 시동이 걸린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액셀러레이터를 몇 번 더 밟아 본 후 시동을 켜 놓은 상태로 차에서 내려 점프선을 빼고 허리를 최대한 숙이며 감사의 뜻을 표한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천사 같아 보이는 남자는 오히려 웃으면서 '괜찮습니다'라며 나에게 별것 아니라고 한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어떤 여자분이 그 남자 옆에서 작업이 다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더욱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을 모른다. 아마도 여자친구를 출근시켜 주려고 기다리고 있었던가 보다. 속으로는 '나중에 제가 답례를 하고 싶은데 연락처라도 좀 알려 주시죠'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 사람들 표정으로 봐선 그런 얘기를 하는 것 보단 빨리 보내 드리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점프선을 가지고 다니게 된 계기는 10여 년 전의 일 때문이다. 그때도 어찌하다 보니 방전이 되었고 퇴근길에 다른 차의 도움을 받아 - 그때는 점프를 어떻게 하는 줄도 몰랐고 점프선도 상대방의 차에 있던 것이었다 -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고, 그 이후에 그런 곤란에 처한 누군가에게 나도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점프선을 구입하여 항상 트렁크에 싣고 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준 바 있으며, 그 곤란함을 잘 아는 나는 길을 지나다 방전된 차량이 보이면 특별히 바쁘지 않을 때는 내가 먼저 다가가 '제가 도와 드릴까요?'하곤 한다. 여러분도 점프선 하나쯤 차에 가지고 다니시면 어떨지. 그리고 다른 사람이 불쌍한 표정으로 도와 달라고 하면 잠시 시간을 할애해서 그 사람을 위기(?)에서 구출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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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7 오후 12:15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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