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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하고 나서 몇 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산 밑에 집이 있다 보니 여름이 되면 모기와 벌레가 들끓을 것 같아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편은 이러한 집을 두고 자연 속에서의 삶이니 뭐니 하면서 좋아하고 있지만 아내된 제 입장에서는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남편은 여름에 모기장을 치거나 문을 닫고 선풍기를 틀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라며 제 걱정을 '기우'로 치부하려고 합니다. 제 생각엔 문 닫고 선풍기 켜는 것보다 방충망을 보완해 해충이 못 들어오게 한 다음 창문을 열어 놓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바깥 바람이 더 시원할 뿐 아니라 선풍기를 틀지 않음으로써 그만큼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남편이 그토록 노래 부르는 상쾌한 산바람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여하튼 남편은 그런 사람입니다. 푸른 자연이 펼쳐져 있고 이를 배경으로 글을 쓰면 세상에 걱정할 일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집안 일을 돌보는 제 입장에서는 집 밖 풍경, 자연환경보다는 집 안의 환경에 크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녀석들은 김이 빠져 나오도록 구멍이 뚫린 전기밥솥에도 침투합니다. 그래서 밀폐용기에 밥을 퍼 냉장고에 넣은 다음 먹을 때마다 전자렌지에 데워 먹어야 하는 형편입니다. 뜯지 않은 과자봉지도 식탁 위에 함부로 놓아두지 못합니다. 개미들이 어떻게 과자의 단맛을 알았는지 기어이 봉지를 뚫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결국 어떤 음식도 밖에 내놓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개미 퇴치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통로에 소금이나 석유를 뿌려놓으라고 되어 있길래 우선 소금을 곳곳에 뿌려보았지만 결코 개미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개미 때문에 씩씩거리고 있는데 남편이 한마디 거들더군요. "정 안되면 바퀴벌레 한번 길러봐, 개미와 바퀴는 천적이래." 이 말에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기가 막힐 뿐이었습니다. 제가 어이 없는 표정을 짓자 이번에는 음식물을 일부러 흘려놓고 개미가 모이면 끈적이 테이프로 잡으라는 것입니다. 더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집 안으로 개미를 끌어들여 잡자는 얘긴데 남편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묘안(?)을 내놨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천봉쇄해서 개미가 아예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하는데 남편의 말은 산 속의 개미를 몽땅 집 안으로 불러모으자는 얘기로밖에 안 들렸습니다.
새로 이사온 집에는 개미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던 게 잘못이었습니다. 급기야 저는 개미를 염두에 두고 "또 이사가야 할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며 속상한 마음을 은근히 남편에게 표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혀를 차면서 한마디 하더군요. "자연에 순응하면서 좀 살아봐, 개미가 있으면 바퀴벌레가 없어 좋잖아. 그리고 개미 좀 있으면 어때? 식물이나 생물이나 다 살아가는 게 세상 이치인데 좀 의연하게 살자." 저는 남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도 안될 뿐더러 "개미가 좀 있으면 어떠냐?"는 말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얄미웠습니다. "자다가 몇 군데 물려봐야 정신 차리지"하면서 거실에 누워 과자를 먹고 있는 남편에게 "제발 흘리지 말고 좀 먹어"라는 말로 말싸움을 끝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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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8 오후 1:09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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