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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없애려면 바퀴벌레 기르라구?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4. 2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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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없애려면 바퀴벌레 기르라구?
개미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남편은 몰라요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령희(kim02) 기자   
이사하고 나서 몇 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산 밑에 집이 있다 보니 여름이 되면 모기와 벌레가 들끓을 것 같아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편은 이러한 집을 두고 자연 속에서의 삶이니 뭐니 하면서 좋아하고 있지만 아내된 제 입장에서는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남편은 여름에 모기장을 치거나 문을 닫고 선풍기를 틀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라며 제 걱정을 '기우'로 치부하려고 합니다. 제 생각엔 문 닫고 선풍기 켜는 것보다 방충망을 보완해 해충이 못 들어오게 한 다음 창문을 열어 놓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바깥 바람이 더 시원할 뿐 아니라 선풍기를 틀지 않음으로써 그만큼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남편이 그토록 노래 부르는 상쾌한 산바람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여하튼 남편은 그런 사람입니다. 푸른 자연이 펼쳐져 있고 이를 배경으로 글을 쓰면 세상에 걱정할 일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집안 일을 돌보는 제 입장에서는 집 밖 풍경, 자연환경보다는 집 안의 환경에 크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 뜯지 않은 과자도 냉장고에 보관해야 합니다. 개미는 어떻게 단냄새를 맡았는지 여지없이 물어 뜯습니다.
ⓒ2004 김령희
위에서 얘기한 모기와 벌레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는 '기우'일 수 있지만 며칠 전부터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미가 들끓고 있던 것입니다. 며칠 동안 간혹 한두 마리 눈에 띄던 개미가 엊그제는 흘린 음식물 위에 새카맣게 모여드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습니다. 남자들은 잘 몰라도 개미가 많은 집에서 생활하는 주부들은 이 녀석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습니다.

▲ 개미약을 집안 곳곳에 붙여 놓았지만 효과는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004 김령희
개미약을 집안 곳곳에 놓았습니다. 통로에 그 약을 붙여 놓으면 개미가 들어가 약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 다른 개미들과 나눠먹고 죽는다고 되어 있는데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약과 상관 없이 음식물이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모여드는 개미떼를 보고 있자니 숨이 턱턱 막힙니다.

심지어 녀석들은 김이 빠져 나오도록 구멍이 뚫린 전기밥솥에도 침투합니다. 그래서 밀폐용기에 밥을 퍼 냉장고에 넣은 다음 먹을 때마다 전자렌지에 데워 먹어야 하는 형편입니다. 뜯지 않은 과자봉지도 식탁 위에 함부로 놓아두지 못합니다. 개미들이 어떻게 과자의 단맛을 알았는지 기어이 봉지를 뚫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결국 어떤 음식도 밖에 내놓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개미 퇴치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통로에 소금이나 석유를 뿌려놓으라고 되어 있길래 우선 소금을 곳곳에 뿌려보았지만 결코 개미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개미 때문에 씩씩거리고 있는데 남편이 한마디 거들더군요.

"정 안되면 바퀴벌레 한번 길러봐, 개미와 바퀴는 천적이래."

이 말에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기가 막힐 뿐이었습니다. 제가 어이 없는 표정을 짓자 이번에는 음식물을 일부러 흘려놓고 개미가 모이면 끈적이 테이프로 잡으라는 것입니다. 더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집 안으로 개미를 끌어들여 잡자는 얘긴데 남편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묘안(?)을 내놨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천봉쇄해서 개미가 아예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하는데 남편의 말은 산 속의 개미를 몽땅 집 안으로 불러모으자는 얘기로밖에 안 들렸습니다.

▲ 남편이 먹다 흘린 조리퐁 주변에 개미가 모여들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2004 김령희
남편은 한술 더 뜨더군요. 음식물을 일정한 곳에 놓아두면 개미가 그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음식물만 물어가기 때문에 사람이나 다른 음식물에 피해 없이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철로를 이탈하지 않고 달리는 기차도 아니고…. 게다가 저는 어떤 이유에서든지 개미가 눈에 띄는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이어지기 때문에 남편의 묘안(?)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진심으로 하는 얘긴지, 장난으로 하는 얘긴지 구분도 못하겠습니다.

새로 이사온 집에는 개미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던 게 잘못이었습니다. 급기야 저는 개미를 염두에 두고 "또 이사가야 할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며 속상한 마음을 은근히 남편에게 표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혀를 차면서 한마디 하더군요.

"자연에 순응하면서 좀 살아봐, 개미가 있으면 바퀴벌레가 없어 좋잖아. 그리고 개미 좀 있으면 어때? 식물이나 생물이나 다 살아가는 게 세상 이치인데 좀 의연하게 살자."

저는 남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도 안될 뿐더러 "개미가 좀 있으면 어떠냐?"는 말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얄미웠습니다.

"자다가 몇 군데 물려봐야 정신 차리지"하면서 거실에 누워 과자를 먹고 있는 남편에게 "제발 흘리지 말고 좀 먹어"라는 말로 말싸움을 끝냈습니다.
김령희 기자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새내기 주부입니다. 투철한 절약정신으로 그동안 서너 차례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짠순이 아내’ 로 잘 알려진 그녀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남편의 독려로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 글 올리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아름답고 소중한 글들을 ‘사연나라’ 로 불리는 그들만의 홈페이지(www.yun.speedbook.net)에 가득 채울 생각이라고 합니다.

2004/04/28 오후 1:09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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