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래전 일이다. 나는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깼다. 보이는 건 어둠뿐이었다.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득, 득… 득, 득…." 맷돌 가는 소리인가 했더니 그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를 가는 소리도 아니었다. 참으로 듣기 싫은 소리였다. 나는 이불을 한쪽으로 밀쳤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 순간에도 정체 모를 소리는 계속되었다.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야. 나는 혼잣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한밤중 맷돌 가는 소리의 정체는? 그러나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아니 더해만 갔다. 그래, 이왕 일어난 김에 확인을 해야겠어. 나는 불을 켰다. 순간 신기하게도 끊겼던 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이었다. 나는 그제야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정체불명의 소리는 맷돌 가는 소리가 아니었다. 이를 가는 소리도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 소리는 큰애가 온몸을 긁어대는 소리였다.
아내도 화가 났던 모양이다. 자기도 할 만큼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떻게 된 아버지가 자식이 아토피성 피부염인지도 모르고 있었느냐며 원망 섞인 소리를 냈다. 내 충격은 컸다. 세상에 이렇게 무심한 아빠가 있다니. 아이가 그렇게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는데도 나만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그때 나는 결심했다. 나도 아내를 도와 아이의 아토피 치료에 진력하기로 말이다. 바닷물, 황토에 새벽샘물까지...아토피와 벌인 전쟁 그날부터 나는 아토피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나는 바닷가에 갈 때면 차 트렁크에 한 말짜리 물통을 넣고 다녔다. 바닷물이 아토피에 좋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물통에 물만 받아오는 게 아니었다. 가능하면 오랫동안 아이를 바닷물 속에 집어넣었다. 입술이 새파랗게 변할 때까지 물속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다. 그런 날이면 확실히 저녁에 긁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긁어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아내가 뜬금없이 나보고 인근 야산에 함께 가자고 했다. 아토피에 황토가 좋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내 손에 세숫대야를 들려주었다. 나는 아내 뒤를 졸졸 따라갔다. 야산에는 황토가 많았다. 아내가 모종삽으로 흙을 파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아내에게 모종삽을 빼앗았다. 세숫대야에 하나 가득 황토를 담았다. 나는 신줏단지 모시듯 황토가 담긴 세숫대야를 들고 집을 향했다. 그날 저녁, 우리 집에는 온통 토인밖에 없었다. 큰애만 황토를 바르면 될 것을 작은애까지 황토를 발랐다. 아내도 얼굴에 황토를 발랐다. 큰애와 작은애가 장난기가 발동한 모양이다. 어디서 구했는지 나뭇가지를 목에 걸치고는 아프리카 춤을 추는 것이었다. 춤추는 모습이 하도 우스워 나는 눈물을 다 찔끔거려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그때뿐이었다. 며칠 못 가 큰애는 다시 긁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내가 물심부름을 시켰다. 누가 그러는데 샘물로 세수를 하면 아토피를 낫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새벽 샘물이 좋다는 것이었다. 나는 두말하지 않고 새벽에 산속으로 샘물을 뜨러 갔다. 마치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새벽 샘물을 길어오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물을 뜨러 가면서 기대에 부풀었다. 이번만은 꼭 낫게 해달라고 산신령께 빌었다. 아내는 차가운 물로 세수를 시키기 위해 아침 일찍 큰애를 깨웠다. 그런데 큰애는 그게 싫은 모양이었다. 일어나기 싫다며 앙탈을 부렸다. 아내는 말로 타이르다가 안 되니까 벌컥 화까지 냈다. "그럼 네 맘대로 해.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든 뭐하든 엄마는 책임 못 져." 그제야 큰애가 얼굴을 찡그리며 세면대로 향하는 것이었다. 나는 행여 물을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릴까 봐 조심조심 세면대에 물을 부었다. 큰애는 얼굴이며 목이며 팔을 씻었다. 아내가 지켜보다가 웃옷을 벗기고는 몸통을 씻겨주었다. 다리도 마저 씻겨주었다. 하지만 그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효과가 없음을 알고는 내게 더는 물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다. 물론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보았다. 알로에가 좋다고 해서 몇 달에 걸쳐 몸에 바르기도 했다. 이것도 안 되니까 식초를 물에 타서 몸에 바르기도 했다. 물비누와 로션이 좋다고 해서 이것도 써보았다. 그러나 모두 별무신통이었다. 병원 피부과에도 숱하게 다녔지만 허사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병이 치료법이 없단 말인가.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몇 달 전쯤이었다. 큰애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울먹이기부터 했다. 아내가 물으니 아이들이 아토피성 피부염이라고 놀리더라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옆자리에 앉으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예 손을 잡으려 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아이의 말을 듣고 나더니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아내는 누구에게 들었는지 승용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병원까지 큰애를 데리고 갔다. 그 병원에서 쓰는 약은 독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래도 병원에 갔다 오는 날에는 큰애가 긁지를 않았다. 거기에 용기를 얻었던지 아내는 약이 떨어질 만하면 그 병원을 찾았다. 어떤 날은 점심시간에 걸려 두 시간 이상을 병원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아내 고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바로 어제였다. 아내가 모처럼 삼겹살을 사왔다. 철판에 고기를 굽는데 냄새가 좋았다. 아내하고 작은애는 상추에 고기를 싸서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큰애는 아니었다. 먹지는 않고 내내 지켜만 보았다. 나는 큰애 입에 고기를 넣어주었다. 그제야 큰애가 고기를 먹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가 한마디 하는 것이었다. "너, 엄마가 뭐라고 했어. 고기는 당분간 안 된다고 했지. 왜 말을 안 듣니?" 큰애가 화들짝 놀라 집었던 고기를 내려놓았다. 아내 말은 고기나 밀가루는 아토피성 피부에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내에게 "그러면 고기를 사오지 말았어야지"하며 볼멘소리를 냈다. 아내도 더는 참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나한테 버럭 화를 냈다. "아니 작은애가 며칠 전부터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는데 난들 어떻게 해요." 어쨌든 오늘도 우리 부부는 아토피와 험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물론 당사자인 큰애는 우리 부부보다도 더 힘들게 아토피와 싸우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즘 들어 큰애가 학교에 별 탈 없이 잘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급우들도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나는 그것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13일이 큰애 생일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15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큰애를 축하해주러 왔다. 아내는 감격해서 아이들을 하나씩 안아주었다. 작년과 비교해서 엄청난 변화였다. 작년에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 큰애도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조금 있으면 사춘기다. 더군다나 딸애다. 그래서인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도 내 소망은 오직 한 가지다. 지금 쓰고 있는 약이 제발 효험을 발휘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그래서 큰애가 긁지 않고 자는 모습을 보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래도 안 되면 더욱 가열 찬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
|
||||||||
"아~! 난 수학만 보면 알레르기가 일어나!" "뭐야? 자기 나한테 알레르기 있어?" "난 예쁘게 생긴 남자들만 보면 알레르기가 돋아." 이렇듯 몸의 증상만이 아닌 정신적인 어떤 거부 반응에도 '알레르기'라는 용어를 적용시키기도 하는데, 이렇게 알레르기는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으며 점점 복잡하게 발전(?)하고 있다.
'알레르기(allergy)'라는 용어는 1906년 오스트리아의 소아과 의사 피르케가 처음으로 제안, 올해로 100주년이다. '알레르기'는 'allergy'의 정확한 우리말 표기로 '알러지'는 잘못된 말이다. 종종 같이 쓰기도 하는 '아토피(atopy)'는 유전적 경향의 알레르기에만 한정된다. '이상하고 색다른 작용'이란 의미로 시작한 알레르기가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은 불과 20여 년 전이라는데 이제는 매우 익숙한 말이 되었다. 난 봄가을 꽃가루와 황사에 목이 잠기고 계속 터져 나오는 기침에 머리가 아플 때도 있다. 녀석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하다가 봄만 되면 용케 다시 찾아와 잠깐 기승을 부리다가 또 언제 왔었느냐는 듯 감쪽같이 사라진다. 30년 동안 변함이 없는데, '올해는 좀 잊어주지' 해도 봄마다 찾아오는 걸 보면 알레르기는 그야말로 종잡을 수가 없다. 새집 증후군과 자동차 등을 만들면서 첨가되는 환경물질로 알레르기는 이제 심각하며, 아토피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 피부를 보면 안타깝고 끔찍하기까지 하다. 사람마다, 환경마다 워낙 복잡하게 나타나는 이 특별한 반응들은 완치란 불가사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체 알레르기란 무엇일까? 무조건 피하는 것보다 일단 알고 보자는 마음에 선택한 책이 <알레르기 이별여행>(지성사)이었다. 부부싸움도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
사람에 따라, 음식에 따라 그야말로 제각각 나타나는 알레르기란 대체 무엇일까? 의학적인 많은 설명 중에 알레르기를 부부싸움에 비유한 재미있는 표현 하나를 발견했다. "(아내의) 잔소리를 듣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면 이것이 곧 알레르기 반응입니다. … 대부분의 남편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다만 몇몇 특이한 남편들이 잔소리라는 '항원'에 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래 어디 한 번만 더 그래 봐라, 가만 안 있을 테니'라고 벼르며 항체를 만들어 놓는데 이 항체 또한 불필요한 것들이며 이러한 남편들이 알레르기 체질인 것입니다." 알레르기는 그야말로 복잡하다. 같은 것을 먹어도 사람에 따라 다르고, 한 사람에게서도 몸의 환경과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레르기를 설명하고 완치의 희망을 품게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관련 책들이 대부분 알레르기를 피하자는 관점인데 비해, 이 책은 제대로 알고 당당하게 맞서 해결하거나 면역되어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다. 호두 속껍질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한 책의 절반은 알레르기 별 증상에 따른 자세한 설명과 가정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알레르기로 고생 중이면 누구나 시도해볼 만하다. 처방에 쓰인 약재도 일상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며, 약재의 특성, 한의학적 효능, 약리학적 효능, 이용방법, 주의 사항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오과다(호두, 은행 대추, 생밤, 생강)는, 원래 노인의 만성기침에 사용되는 처방인데 만드는 방법을 약간 변경하여 차로 복용하면 거의 모든 연령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호두는 폐를 윤택하게 하고 기혈을 보하며 노인, 어린아이, 허약한 사람들의 천식에 도움이 됩니다. 기혈을 보할 때는 호두 안의 속껍질을 제거해야 하고, 기침이나 천식에 사용할 때는 속껍질을 함께 사용해야 효과적입니다. …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생밤을 이용하고 감기 기운이 없는 경우에는 말린 밤을 이용합니다. 생밤을 이용할 때는 호두와 마찬가지로 떫은맛을 수렴시키는 기운을 얻고자 밤의 속껍질을 벗겨내지 않고 이용합니다. - '가래가 없는 만성기침, 오과다' 중에서 '오과다'는 물론 책에 실린 39가지 처방들은 임상에서도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레르기로 고생하지 않아도 알아두면 좋을 상식들이었다. 같은 것도 증세에 따라 껍질을 벗겨내고 사용하는지 껍질째 사용하는지, 생강 한쪽, 은행 한 알도 우리 몸에 분명 다르게 적용되고 있었다. 흔하게 먹는 과일들도 치료 목적을 떠나 이왕이면 알고 먹으면 그만큼 좋을 것이다.
흔히, 알레르기에는 동물성 지방이 좋지 않다고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절대 먹지 않는데 정말 그럴까? 예전에 분필로 칠판에 글씨를 쓰던 선생님들이나 광부들은 삼겹살을 즐겨 먹었고 지금도 정비업 등 먼지가 많은 직종의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다. 돼지고기는 먼지를 배출, 중금속 등을 해독시켜준다는데 한 편에서는 근거 없다고 한다. 한동하 박사의 소견은 이렇다. "황사 철만 되면 삼겹살 전문점이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돼지고기가 황사 속에 섞인 중금속 배출을 돕는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돼지고기는 탄산가스 등 폐에 쌓인 공해물질을 중화, 몸속의 중금속을 흡착해 배설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탄광촌에서 일하는 광부들이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것도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삶의 지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도 돼지고기의 육질은 수은과 광물질의 독을 풀고, 돼지기름은 살충효능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검증 안 된 민간요법 조심해야 남편이 명절 전에 느닷없는 알레르기로 보름간 고생하였다고 하니, 시어머니는 그간 시시때때로 찾아드는 두드러기 때문에 고생하면서 터득한 치료법이라며 많은 민간요법을 끝도 없이 들려주신다. 수많은 민간요법 믿고 따를 만할까?
이 경우 약에 의존하거나 병원에 가지 않고도 치료가 됐다는 자부심에 자랑처럼 말하고, 아는 사람의 경험이라 무조건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은데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때문에 치명적인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책 끝에는 알레르기 별 피부 상태를 사진으로 실어서 알레르기로 고생 중이라면 자신의 증상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수 있고, 아울러 앞에서 증상에 따라 처방하였던 약을 만드는 방법을 사진으로 다시 설명하는 등 기존 책들과는 달리 열정과 정성이 물씬 배어난다. 한 박사는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한다. 아울러 의사는 환자에게 50%만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나머지 50%는 환자 자신의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자신을 돌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기 몸을 바꾸려는 노력과 알레르기의 원인을 스스로 찾으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알레르기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습니다." 1년 내내 시시때때로 찾아드는 알레르기는 봄이 되면 꽃가루와 황사로 더 심각해진다. 복잡하고 막연하기 이를 데 없는 알레르기지만, 알레르기로부터의 자유, 그날을 위하여 자세히 알고 적극적으로 맞서자.
|
|
![]() | |||||
| |||||
|
훈훈한 김이 밀려나오는 정겨운 국수집 (0) | 2006.03.08 |
---|---|
아름다운 가게-e아름다운소식 (0) | 2006.03.07 |
갯펄에서 봄을 캐는 청산도 주민들 (0) | 2006.03.02 |
족발집 사장, 배달하며 영어책 쓰다 (0) | 2006.02.26 |
일석이조의 미국의 알뜰시장 (0) | 2006.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