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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에 녹엽이 싹트는 이 때 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오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봄 중에서도 오월을 가장 아름답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오월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실감할 수 있는 산행을 했습니다.
마치 연록의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여 붓 한자루와 도화지만 있으면 '봄'이라는 주제의 그림을 멋지게 그릴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봄이 되면 사시사철 푸른 나무들이 새순을 냅니다. 물론 그 모습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활엽수들의 연하고 아릿한 아름다움 만큼 부드럽지는 못합니다. 봄의 나무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까닭은 지난 겨울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놓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나목으로 겨울을 난 후 언제 봄이 오려나 하며 기다리는 이들에게 나무는 연한 녹색의 이파리를 내보입니다. 그러다 화선지에 떨어진 연록의 수채화 물감이 번져가듯이 어느 날 순식간에 들과 산을 연록색으로 물들입니다.
잔잔한 호수에 물수제비를 떠 봅니다. 유년의 시절 모내기가 시작되기 전이면 논에 들어가 우렁이도 잡고 동그란 돌을 집어 물수제비를 떴습니다. 작은 돌이 물 위를 유영하면서 저편 논두렁까지 가면 얼마나 통쾌하던지 어깨가 뻐근할 정도로 물수제비를 뜨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신록의 향기며 풍경이 너무 좋다며 조금만 더 있다 가자고 합니다. 점점 자연의 맛을 알아 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 대학 시절에는 5월만 되면 눈이 아팠습니다. 최루가스로 뒤범벅이 된 교정에서 작은 돌멩이에 분노를 담아 던졌습니다. 그 때에는 계절의 아름다움, 특별히 오월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것만 같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시절 오월의 분노도 아름다웠습니다. '봄볕 내리는 날 뜨거운 바람 부는 날 붉은 꽃잎 져 흩어지고 꽃향기 머무는 날….' 이제 다시는 그런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은 자기만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컵에 담기면 컵 모양으로, 대접에 담기면 대접의 모양으로, 바다에 담기면 바다의 모양을 합니다. 그러나 그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물은 늘 낮은 곳을 향합니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입니다. 낮은 곳을 향하는 마음은 가장 넓은 마음이 됩니다. 물은 평등합니다. 어느 곳에 담겨 있어도 늘 수평을 유지합니다. 물은 부족한 곳은 채우고, 충만한 곳에서는 조금 부족한 듯합니다. 그렇게 물은 늘 수평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물은 평등합니다. 이렇게 자연의 품에 안기면 편안합니다. 자연 속에서 님의 숨결을 느끼고, 님의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의 찌든 마음을 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바로 자연입니다. 온 식구가 함께 한 산행. 어느 누구도 집에 가자고 하는 이 없이 종일 자연의 품에 안겼다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우리 식구들 마음은 모두 싱그러운 연녹색으로 물들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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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6 오후 7:20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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