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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텃밭, 제 손으로 직접 가꿨어요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5. 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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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텃밭, 제 손으로 직접 가꿨어요
생애 처음으로 성공한 '생명 키우기'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박미란(minseol) 기자   
꽤 여러 해 동안 혼자 살던 내가 본가로 들어오게 된 건 석달전 쯤의 일이다. 거의 도시에서만, 그것도 아파트나 빌라에서만 살아왔던 나의 그런 결정은 결과적으로 '혼자만의 자유'를 버린 대신 '자연과 함께 하는 기쁨'을 선택한 셈이 되었다.

▲ 무성하게 자란 쑥갓, 청치마 상추, 뚝섬적축면 상추, 양상추, 청경채
ⓒ2004 박미란
무한자유(?)를 일거에 반납하고도 지금 현재 흡족하게 지낼 수 있는 이유. 그것은 아마 이곳에서 살면서 점점 흙, 바람 그리고 하늘이 좋아진 까닭과 통하리라. 바로 마당 한 쪽에 자리한 텃밭. 그것이 지금의 내가 소박하게나마 자연과 벗삼는 길이며 동시에 흡족한 생활을 누리는 이유이다.

물론 예전에도 본가의 마당에는 각종 과일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모과, 대추, 석류, 감, 사과, 배등이 있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들을 먹을 줄만 알았지 좋은 줄은 통 몰랐다. 그저 모과나 대추 따는 일이라도 시킬까 도망다니기에 바빴으니까.

▲ 이름도 자태도 너무나 예쁜 청치마 상추
ⓒ2004 박미란
집보다 훨씬 높이 자란 큰 나무에서 모과나 대추 등을 거두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힘든 일도 아니다. 나처럼 뭔가를 기르는 일에 지독히도 무관심한 사람만 아니라면….

언젠가부터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생명'을 기르는 일은 거부하게 되었는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실패의 반복이 그 원인이었다. 금붕어, 청거북, 강아지는 물론 작은 화초 하나조차도 내가 키우는 것은 늘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생명이라면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나에게 그것은 언제나 너무 빨리 찾아왔다.

▲ 양상추도 처음엔 여느 상추처럼 평범하게 자란다. 이것이 차차 속이 차면 동그랗게 된다.
ⓒ2004 박미란
돌이켜 보건데 어린시절 나의 친구나 다름없던 강아지들은 하나같이 오래 살지 못했다. 집에 쥐약을 놓는 날이라 묶어 놓은 강아지는 기어코 목걸이를 끊고 쥐약을 먹어 죽었다. 그런가 하면 줄에 묶어놓고 잠깐 나간 사이 혼자 빙빙 돌다 그 줄에 목이 졸려 어이없게 죽은 놈도 있었다.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옆집에 준 강아지는 그 집 앞에서 차에 치여 죽었다. 청거북과 금붕어는 그 수조차 헤아리기 민망하다. 물론 식물을 기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허브며 선인장 여러 개가 시들고 말라 죽었다.

심지어는 우리집 뜰 앞에 잠시 날아든 비둘기 한쌍조차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도둑 고양이에 의해 차례차례 살해(?)되는 일까지 있었으니…. 결국 어린시절의 나는 스스로 그 어떤 생명도 함부로 키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그 무수한 죽음을 목도한 것이 결국 삶에 대한 의문과 통찰로 이어져 어른이 된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일테지만.

▲ 벌레가 먹기 시작해 고민 중인 무공해 청경채, 유일한 거름은 깻묵
ⓒ2004 박미란
어쨌든 이제는 성공했다. 그 무수한 실패 뒤에 나는 드디어 새로운 생명을 키워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작지만 소담스런 나의 뜰엔 상추며 쑥갓, 청경채 같이 예쁜 채소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다. 그것들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생명이며 진실이며 사랑이다. 죽음을 이기고 태어난 오히려, 나를 키운 대지이다.

너무 예뻐서 어떻게 먹을까 하는 엄마의 들뜬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오늘도 그 예쁜이들의 육아일기를 위해 고것들의 상큼한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참으로 신비로운 것들….

▲ 먹이 달라고 입 벌리고 있는 아기 새의 부리처럼 보이는 청경채, 양상치
ⓒ2004 박미란
신비(妙)라는 아이디(필명)로 인터넷상에 글을 쓰는 글쟁이입니다. 블로그 "신비(妙)어록"(http://blog.empas.com/simplemind21/)에 주로 명상에세이와 아포리즘등 명상관련글을 쓰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과 삶의 진실을, 또한 우주의 섭리를 나누고자 합니다.

2004/05/08 오후 1:17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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