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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시인 이선관 유고시집 출판기념회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4. 19.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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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 시집으로 되살아나는 민족시인 이선관
21일, '1주기추모모임' 발족 및 유고시집 <나무들은 말한다> 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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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현재호 화가가 그린 고 이선관 시인의 초상화
ⓒ 이종찬
해마다 년말 가까이 한달 전부터
예수가 탄생했다는 성탄절을 맞아
밤마다 나무에 대낮처럼 불이 켜진다

나무들은 말한다

하나님이시여
당신 아들 탄생도 좋지만
제발 잠 좀 자게 해 주십시오 - '나무들은 말한다' 모두


한 살 때 백일해 약을 잘못 먹어 뇌성마비 2급 장애를 평생의 화두처럼 짊어지고 힘겹게 살았던 민족시인 이선관(64, 1942~2005). 3.15 마산의거가 일어나기 전까지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 때문에 벗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아버지가 지배인으로 있었던 컴컴한 극장(옛 시민극장) 안에 틀어박혀 줄곧 백인이 인디언을 때려잡는 미국영화만 보았다던 시인.

▲ 목각가 심원 최명순(우)과 자리를 함께 한 고 이선관 시인
ⓒ 이종찬
3.15마산의거에 고등학생 신분으로 참여하면서 비로소 우리 사회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던 시인. 그리고 그때부터 자신의 장애처럼 심하게 앓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장애에 대해 짤막하고도 뼈대 있는 시를 쓰기 시작한 시인은 1971년 함석헌(1901~1989) 선생이 내고 있던 <씨알의 소리>에 시 '애국자'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문단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때 <씨알의소리> 10월호에 실렸던 이선관의 시 '애국자'는 함석헌 선생의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을 비판하는 함석헌 선생의 글과 함께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때 <씨알의소리> 편집장을 맡고 있었던 박선균씨는 "71년 10월호 전면에 함 선생님의 '군인정치 10년을 돌아 본다'는 5·16 비판의 글과 제일 후면 독자 이선관의 시 '애국자'가 쌍벽을 이루면서, 독자에게 엄청난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고 말했다.

"어둠을 사르는/ 새벽이었다.// 문틈에선가/ 창틈에선가/ 벽틈에선가/ 나의 침실 깊숙이 파고드는// 동포여!/ 하는 소리에 매력을 느끼다가/ 다시 한번 귀기울여 들어 보니/ 똥퍼여?/ 하는 소리라/ 나는 두 번째 깊은 잠에 취해 버렸다."('애국자' 모두)

▲ 이선관 유고시집 <나무들은 말한다> 표지
ⓒ 바보새
"문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우리 지역의 넉넉한 자리였던 이선관 시인이 떠난 뒤로 벌써 한 계절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생전에 상재했던 <나무들은 말한다> 시집이 이제 유고시집으로 발행되니 마음 한쪽이 아파옵니다. 이 시집의 출판기념회를 열어 아릿한 기억 속의 시인을 떠올리면서 오는 12월에 1주기 행사를 치를 추모모임을 발족하고자 합니다" - '모시면서' 몇 토막

지난해 12월14일 오전 9시 5분. 40대 중반부터 자신을 끝없이 괴롭히던 간경화를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났던 민족시인 이선관(64, 1942~2005) 선생의 유고시집 <나무들은 말한다>(바보새)가 나왔다. 이 시집은 시인이 살아생전에 미리 묶어두었던 13번째 시집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급기야 시인이 고인이 된 뒤에서야 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고 이선관 시인 1주기 추모준비모임'(공동대표 고승하 배대화 이상용)은 고 이선관 시인의 13번째 시집이자 유고시집인 <나무들은 말한다>가 발행됨에 따라 오는 21일(금) 저녁 6시30분부터 마산대우백화점 18층 강당에서 '고 이선관 시인 1주기 추모모임' 발족과 더불어 시집 출판기념회를 가진다고 17일 밝혔다.

추모준비모임 고승하 공동대표는 "평생을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환경과 통일, 문명비판 등 현실 참여시를 줄기차게 써낸 고 이선관 시인의 삶은 우리 사회의 장애를 극복하려는 지난한 몸부림, 그 자체였다"라며 "그는 주변사람들로부터 창동허새비, 마산의 문화재라 불릴 만큼 마산과 마산시민들을 아끼고 사랑했으며, 그를 모르는 사람은 마산 시민이 아니라고 할 정도였다"고 더듬었다.

▲ 지난 해 12월에 열렸던 이선관 시인의 영결식
ⓒ 이종찬
이 날 저녁 6시30분부터 대우백화점 18층 강당에서 열리는 '고 이선관 시인 1주기 추모모임' 발족은 윤치원 경남문화진흥원 부원장의 사회로 참석자 인사, 추모의례, 경과보고, 추모모임 결성, 발족규약 낭독 및 인준, 임원 위촉 및 운영위원 선출, 사업계획 승인 등으로 이어진다.

추모모임 고문으로는 김규동, 여진, 송인식, 박재규, 조민규, 강주성, 김종배, 신경림, 신상철, 하종근, 채규철, 김종철, 조순자, 박용수, 김수업, 문병란 등 평소 이선관 시인과 가까이 지냈던 문화예술계 원로들이며, 자문위원으로는 이영자, 문자은, 오하룡, 정규화, 허정도, 박진해, 정한동, 김용한, 최성숙, 공정식, 김호부, 김미숙, 라상호 등 마산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계 사람들이다.

운영위원으로는 고승하(작곡가), 배대화(경남대 교수), 이상용(경남예총 회장), 허정도(경남도민일보 사장), 박진해(마산mbc사장), 이성모(경남대 교수), 박영주(문화운동가), 우무석(시인, 불휘 대표), 윤치원(경남문화진흥원 부원장), 박은혜(춤꾼), 김재현(경남대 교수), 김형준(경남대 교수), 권철모(마산문화문고 대표), 이서린(시인) 등이, 집행위원장에는 이소리 시인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저녁 7시부터 열리는 <나무들은 말한다> 출판기념회는 살아생전 이선관 시인이 활동했던 모습을 담은 '다시 이선관을 보다'란 영상물 상영에 이어 이성모 경남대 교수의 '고 이선관 소개', 이상용 경남예총 회장의 '공동대표 인사말', 이완수(고 이선관 시인의 큰아들)씨의 '유족 인사말', 송인식 동서화랑 관장과 시인 공정식의 '이선관 시인을 그리워하며' 등이 이어진다.

▲ 고 이선관 1주기 추모준비모임에서 이선관의 시를 읽고 있는 허정도 경남도민일보 사장
ⓒ 이종찬
▲ 고 이선관 추모준비모임 실무회의
ⓒ 이종찬
특히 이날 행사의 백미는 고 이선관 시인을 기리는 시낭송과 춤, 노래다. 평소 이선관 시인을 잘 따랐던 백현진(덕산장학회 기획실장)의 시낭송 '창동허새비', 이선관 시 '나무들은 말한다'를 주제로 삼은 박은혜(춤꾼)의 창작춤, 이선관 시에 곡을 붙인 '민들레 꽃씨 하나'(시인 장윤정), '애국자'(손양희 창), '독수대'(가수 김산) 등은 이선관 시인의 올곧은 삶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든다.

추모모임 박영주 운영위원은 "추모모임은 앞으로 시인 이선관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화예술행사와 심포지엄 등 학술행사는 물론 시인 이선관을 재조명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특히 이번 1주기 추모모임은 이선관 시인 시비건립(추산동 문신미술관 주변)과 표지석(태어난 곳) 제막 등에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시민의신문><유포터><씨앤비><시골아이고향>에도 보냅니다
2006-04-17 18:27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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