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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와 피아노!'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 같지요? 저는 지난주 우연히 찾은 이 이발소(대전광역시 대덕구 신탄진 소재 D이용원)에서 무언가 특별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피아노는 아직 연습하는 단계지요"라고 하면서 이발소 주인인 장명추씨는 겸연쩍어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분은 본래 악기 다루기를 좋아해서 하모니카와 기타도 틈틈이 즐기는데, 연주 솜씨가 보통이 아닌 듯싶더군요.
그런데 이발소에 피아노를 들여놓은 내력이 재미있습니다. 이 건물 2층은 피아노 학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학원에서 사용되다가 고장 나서 창고에 보관된 낡은 피아노를 장명추씨가 주인의 허락을 얻어 거금(?) 3만원을 들여 고쳤답니다. 공간을 조금 많이 차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발소에 피아노를 들여 놓으니, 손님들이 신기해 하고 재미있어 한다는군요. 그는 손님이 없을 때 악보를 보고 혼자 틈틈이 연습을 하는데, 피아노를 치는 순간만큼은 고단한 삶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며 활짝 웃습니다. "열심히 연습하여 웬만큼 자신이 생기면 일가친척 혼사 때 '결혼행진곡'도 멋지게 쳐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더군요. 요즘은 남성들도 이발소보다는 미용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이발소 손님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어 걱정이지만, 그래도 이 분은 피아노가 있으니 큰 위안이 되나 봅니다. '작품'하는 사람처럼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직업정신' 그러나 이발소 주인의 가장 큰 덕목은 '뭐니 뭐니'해도 '손님의 마음에 들게 머리를 정성껏 깎아주는 일'이지요.
"일이 바쁘다고, 혹은 손님이 밀렸다고 머리를 대충 대충 깎아 드리면 제 자신 마음이 불편하여 못 배기는 성미입니다. 손님의 머리 손질은 곧 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머리숱이 그다지 많지 않아 이발할 때마다 신경이 많이 쓰이는 저로서는 이 분이 머리칼 하나하나 아주 소중히 다듬고 또 다듬는 등 온갖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자신의 직업에 누구보다 투철한 '장인정신'을 갖고 있는 분이구나 싶어 처음 찾은 이발소에 대한 어색함은 사라지고 만족감과 신뢰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고객'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일 제가 몸담고 있는 경찰이란 직무 현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주어진 일에 열정의 노력을 기울이면 언젠가는 고생한 만큼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객'이랄 수 있는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일이기도 하고요. 사실 요즘 일선 경찰관들은 '국민생활 안전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각종 범죄나 국민 불편, 불안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국민생활 안전 확보 100일 계획'을 수립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삶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드는 데 기초가 되어 '고객'인 국민들로부터 그 노고를 인정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에 힘들고 고단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직업인일수록 여가 시간 틈틈이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특기와 취미를 잘 살리는 것도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비법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해 보았습니다. 이 분은 '사랑의 이발 봉사활동' 등 사회봉사도 열심히 하여 '효 실천 업소'로 지정됐고, 그 공로로 구청장 표창장도 받았답니다. 소박하지만 가치 있는 꿈을 이루고 사는 자랑스러운 업소를 바라보면서 문득 이런 소망을 가져보았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비밀스런 공간을 만들어 놓고 비정상적인(퇴폐) 영업을 하는 일부 업소 주인들이 있다면 이 분의 '건강한 삶의 철학'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성실하게 열심히, 그리고 취미를 잘 살려 아름답고 보람 있게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이발소 주인이 멋져 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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