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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아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그러나!'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선배 말대로 실제 그런지를 확인하기 위해 선배와 함께 직접 음식을 시켜보았다. "봐라, 내 말이 맞지?" "…." 펄펄 끓는 육개장이 1회용 스티로폼용기에 담겨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스티로폼용기는 열을 이기지 못하고 한쪽으로 찌그러진 채 원형을 잃고 있었다. 텔레비전이나 각종 인터넷매체 등을 통해 들었던 스티로폼용기의 유해성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환경단체 등이 컵라면 스티로폼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꾸준히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점차 라면회사들도 컵라면 용기를 종이용기 등 친환경 소재로 바꿔가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 시청 환경과와 보건소 위생계에 전화를 해봤다. 해당식당을 찍어서 고발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여전히 1회용 스티로폼용기가 사용되는 것들에 대해 해당 기관 관계자들이 얼마나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시 보건소 위생계와 시청 환경과 담당자들로부터 들은 답변은 비슷했다. 서로 상대방 부서에 문의를 하라는 식이었고, 이들은 스티로폼용기에 음식을 배달하는 것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내가 '1회용 스티로폼용기'가 얼마나 나쁜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시청 환경과 관계자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느낌상 좋지는 않을 것 같다"는 답변을 했다. 이어 '규제'를 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는 "간단한 계도는 가능하지만 규제는 어렵고, 1회용품의 범위가 워낙 넓어 일일이 체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내가 물었다. '상황에 따라 1년 동안 한 차례도 단속을 안 받는 곳도 있냐'는 물음에 시청 관계자는 "그렇다"고 짧게 대답까지 하는 것이었다. 업무상 무척 바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쓰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이해는 했다. 하지만 다소 무성의한 답변으로 들렸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심각하게 생각했던 사안에 대해 그들은 그다지 '중요도'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 아쉬운 마음도 컸다. 나는 이런 마음을 안고 적어도 1회용 스티로폼용기에 뜨거운 요리를 배달하는 것이 얼마나 안 좋은 것인지, 또 규제대상이 되는지 여부라도 확실히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난생 처음으로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 전화로 문의를 해보았다. - 펄펄 끓는 찌개 등을 1회용 스티로폼용기에 담아서 배달하는 업소들이 있는데, 규제할 수 없는 것입니까?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인체에 유해한 것입니까? 식약청 관계자 :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식의 '권장' 정도는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규제방안은 별다르게 없습니다. 그런 것을 막게 된다면 컵라면 같은 식품도 막아야 하는데, 컵라면은 별 문제없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인체 유해성은 보기에 다소 끔찍할지 몰라도 검증된 피해사례도 거의 없고 '확실하게 나쁘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맞습니다." - 스티로폼용기를 비롯한 일회용품들은 각종 쓰레기를 엄청나게 양산하고 있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시청 담당자에 의하면 1년에 한 차례 아니 수년간 단속을 안 받는 곳도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환경부 관계자 : "환경부에서는 정책만 수립할 뿐 거기에 대한 규제 등은 지방자치단체 소관입니다. 지금은 바야흐로 지방자치시대가 아닙니까. 더군다나 그 많은 숫자를 우리가 신경 쓴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유동적으로 해당기관에서 잘하길 바랍니다." 사실 환경부 관계자는 '스티로폼용기에 뜨거운 음식물을 담는 것이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가'라는 질문에 처음에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큰일날 것 같다. 발암물질도 나오고 그런다고 했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런데 내가 "식약청에서는 '안전하다'고 말했다"고 말하자, 그는 "느낌상은 좋지 않을 것 같지만 그쪽 전문가들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게 맞을 것이다"고 자신 없는 답변을 했다. 처음에 나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인데 뜨거운 국물을 스티로폼용기에 담아서 배달하는 것이 법에 어긋날 것이고, 무엇보다 인체에도 굉장히 치명적일 것이고 확신했었다. 그리고 해당 기관 관계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해당 기관 관계자들에게 문의해본 결과는 "특별히 법에 저촉되지 않고,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도 아직까지는 없다"라는 답변을 들어 허탈한 기분이었다. 이 같은 답변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1회용 스티로폼용기가 휘어질 정도로 뜨거운 찌개를 담아서 배달하는 행위가 과연 정당한지, 그리고 거기에 담아먹는 음식이 인체에 전혀 해가 없을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식당 주인이나 해당 기관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안전성 논란을 떠나 1회용 스티로폼용기에 펄펄 끓는 국물을 담아서 당신의 가족, 자녀들에게 먹이고 싶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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