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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제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장애인부 특별예배가 있었습니다. 이날 특별 예배의 한 순서로
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이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3분을 넘지 않는 아주 짧은 공연이었지만 공연이 끝나고 난 후 객석에는 감동과 격려의
박수가 오래도록 이어졌습니다. 4월말에 있을 핸드벨 연주 공연을 위해 연습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입니다. 뇌병변, 발달장애, 다운증후군, 정신지체 등 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장애인부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음악시간입니다. 음악은 이들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고 불안감을 가라앉혀주기도 하며 행동발달이나 지능발달에 큰 도움이 되는 치료의 일환이기도 하지요.
물론 장애아들의 특성상 2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전처럼 심하게 흥분하는 경우보다는 천천히 자신이 내는 핸드벨소리를 듣고 다른 친구들의 소리를 구분하며 음악과 소리의 아름다움에 자신을 맡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주 짧은 시간에 한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기획한 것이 핸드벨 공연이랍니다. 처음 연습 땐 그저 두부장사의 종소리에 지나지 않던 소음이 날이 갈수록 아름다운 음악으로 다듬어져 가는 것을 보며 정성과 사랑 그리고 인내가 있다면 장애가 있다고 해서 미리 포기할 것도 없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핸드벨 연습을 통해 큰 자신감을 얻게 된 것입니다. 한 달, 두 달, 세 달…, 반복적인 연습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츰 실력이 늘고 4월 들어서면서부터는 이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을까 걱정하던 부모님들조차 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울림에 감동해 눈물을 흘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돌발행동이 걱정이긴 했지만 불안 속에서도 자신감은 자꾸만 높아졌습니다.
“띵똥 땡똥 띵똥땡….” 후렴구 반주가 끝나고 첫 음이 들어가는 순간 등줄기로 땀 한 방울이 흘러내립니다. “띵똥 땡똥 띵똥땡….” 혹시나 흥분한 나머지 대열을 이탈해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가 생기지 않을까? 연습한 것은 잊어버리고 아무 때나 마구 종을 흔들면 어쩌나? 걱정을 하면서 옆에 선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시작한 연주는 순식간에 끝이 났습니다. 숨죽인 객석에서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장내가 떠나갈 듯 박수가 쏟아집니다. “와아아….” 객석에서 쏟아지는 환호에 우리 아이들도 뛸 듯 즐거워합니다. “잘했어. 정말 잘했어.” “선생님 잘했죠? 우리 잘 했죠?” “그럼 최고야.” 박수소리를 들으며 감격에 겨워 자리로 돌아 오다보니 손수건을 꺼내 기쁨의 눈물을 닦고 계시는 부모님들이 보입니다.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입가에는 자랑스러운 미소가 가득한 부모님들의 모습에서 명치끝이 저려오는 감동을 받습니다. 공연 내내 가슴 졸이며 지켜보았을 장애아들의 부모님에게는 오늘의 연주가 무엇보다도 큰 선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늘 마음 한구석에 애잔함으로 남아 있는 아이들이 오늘은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이들이 된 것입니다. 4월의 마지막 날 아름다운 봄밤을 울린 핸드벨 연주는 오래도록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잔잔한 울림을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벨소리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는 여러분과 다르지 않아요,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해요” 가 아니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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