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가정의 달 특집 '꿈을 심는 가족'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5. 2. 07:38

본문

728x90
가정의 달 특집기획 꿈을 심는 가족(1)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어린이들 “역사 여행에서, 책에서 꿈을 찾았어요”

 

채지혜 기자 know@idomin.com

 

‘싱글족’‘통크(tonk·two only no kids)족’‘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 각종 ‘족’들이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가 희미해져가고 있는 요즘 새로운 가족의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혼자 사는 가구, 노인들만 사는 가구, 부부가 아이 없이 둘만의 삶을 꾸려 가는 가구 등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를 바꾸면서 ‘신개념의 가족’을 만들어내고 있다.

   
▲ 역사 기행을 좋아하는 창원 대방초등학교 4학년 김동관군과 엄마 허영화씨와 동생.
농경사회에나 어울릴 법한 대가족이 현대생활에 적합하지 못한 흐름 탓인지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콤팩트’한 ‘가족’의 형태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족 환경의 변화가 순기능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외로움을 참지 못한 노인들의 자살, 가정으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사람들의 연쇄살인·성폭력 등의 흉악 범죄 등 사회 문제의 원인을 가정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회가 변화해감에 따라 가족의 모습도 함께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그래도 ‘가정’은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 됨은 변화가 없는 듯 하다. “가족만이 희망이다”고 외치는 이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가족 속에서 삶의 기운을 찾고 재충전을 한다는 가족 지킴이들. 전통적인 의미에서 ‘가족’의 개념은 퇴색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족’속에서 꿈을 찾고 그 꿈을 가꾸는 이들의 모습을 가정의 달인 5월에 찾아가 보았다.

10번 넘는 역사기행 다녀온 동관이 꿈은 프로그래머

방과 후 초등학교 운동장을 본 적 있는지. 황량하고 썰렁한 모습이 을씨년스럽기조차 하다. 학교를 마치면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 놀다가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던 이야기는 컴퓨터 게임에 열광하고 학원 뺑뺑이에 어른들보다 바쁜 요즘 아이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고 학원 생활에 바쁜 요즘 아이지만 안동 탈춤과 고성 오광대가 궁금한, 역사 기행 대장 김동관(11·창원 대방초 4년)군은 ‘신기한 존재’처럼 다가온다. 창원 대방마을도서관에서 열었던 역사 기행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참여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지금까지 10번을 넘는 역사 기행 ‘개근’을 자랑하는 동관이. 처음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다녀온 역사 기행의 매력에 푹 빠져 이제는 이곳 저곳 가고 싶은 곳이 생길 정도이다.

사회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안동 탈춤을 보고 몰입했던 기억은 지역에 있는 고성 오광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교과서에서 잘 소개되지 않는 신라문물에 대한 호기심, 또 서울로 가는 주요한 길목이었던 강화도에 대한 관심 또한 깊다.

안동 탈 중에서도 ‘양반탈’이 인상적이었다며 양반탈은 입 모양이 움직여 다양한 표정을 연출할 수 있어 좋았단다. “요즘 친구들은 서양 악기에만 익숙해져 있는데 우리 악기의 장구나 북 소리가 인상적이서 좋았다”는 의젓한 답도 달았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과 친구들을 만난다는 두려움에 여행을 한다는 것이 썩 반갑지만은 않았지만 지금은 이곳저곳 가고 싶은 곳도 생겼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위인전을 좋아하는 수영이는 똑똑한 경찰을 꿈꾼다

역사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후에 역사학자가 되고 싶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단다. 그렇지만 역시 ‘역사관련’이라는 단서를 빼놓지 않았다.

   
▲ 독서를 좋아하는 창원초등학교 5학년 배수영양과 엄마 오금분씨.
임진왜란의 어려움 속에서 나라를 지켜낸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는 김 군은 “일본과는 역사적으로 껄끄러운 관계이긴 하지만 우리의 주요 교역국으로서 무역적인 측면을 생각해야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미움보다는 실리도 생각해야 한다”는 어른스러움을 지녀 ‘IT 강국 대한민국’을 이끌 ‘역사 인식’까지 갖춘 프로그래머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TV보는 시간보다 책보는 시간이 많다”며 미소를 보인 배수영(12·창원초 5년) 양도 디지털 시대의 흔치 않은 ‘독서광’이다. 어머니가 책을 못보게 하면 어두운 곳에서도 몰래 몰래 책을 볼 정도로 ‘못 말리는’ 책사랑을 자랑한다.

이런 수영이에게 도서관은 놀이터나 다름없다. 좋아하는 책이 잔뜩 쌓여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얌전한 소녀이지만 수영이는 ‘합기도’를 좋아하는 강단있는 모습도 숨어있다.

수영 양은 “하루 중에서 책 읽는 시간이 가장 좋다”면서 “모르는 것을 알 수 있고 과학이며 시사 상식까지 알 수 없었던 세계를 열어주는 지식이 다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책의 매력에 대해 말한다.

특별히 싫어하는 책은 없지만 위인전이나 중국신화·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관심은 높다고 했다. 위인전에서 읽은 ‘유관순’의 애국심에 반했다는 배양은 위인전 속에서 찾은 정의감으로 ‘경찰’을 꿈꾼다.

 

2006년 05월 01일

 

 

 

외로운 아이들의 ‘엄마’ 가 되겠습니다
창원 여성의 집 ‘중앙 위기청소년교육센터’ 는 이런 곳

 

채지혜 기자 know@idomin.com

 

창원 여성의 집에는 지난 17일부터 6명의 ‘특별한 교육생’이 머무르고 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을 보살피는 기관에 있던 지도자들이 교육생의 신분으로 수업을 받고 있는 것.

창원 여성의 집이 청소년보호위원회와 협약해 ‘중앙 위기청소년교육센터’로 지정되면서 앞으로 전국에 성매수 피해청소년 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한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되었다. 조만간 지역 센터가 될 부산·광주·대전의 지도자들이 지도자 교육을 받기 위해 17일 입소해 위기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여성운동을 했던 사람, 청소년시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괴로워했던 동생을 둔 사람, 자원봉사를 했던 사람, 직접 성폭력에 노출된 경험을 가진 사람들도 참여했다. 저마다 살아온 길은 달랐지만 성 매수 피해 청소년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만은 한가지였다.

   
성매수 피해청소년 교육시스템 구축 중심지 역할


창원 여성의 집 조현순 관장은 “성매수 피해에 노출됐던 아이들 중 대부분은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들인데 여태껏 돌아갈 곳이 없는 이 아이들을 훈방 조치해 내보내는 무책임한 정책으로 일관해 아이들이 성 매수의 길로 다시 돌아서는 악순환이 계속됐던 것”이라며 “2006년 7월 1일부터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국가가 전문적인 교육·치유·양육을 담당하게 돼 창원 여성의 집이 그동안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지도자를 양성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앙센터로 출범하게 됐다”고 위기청소년교육센터의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조관장은 또 “지난해 12월 10여명의 성매수 피해 청소년들을 각지에서 데려와 시범적으로 프로그램을 해보았는데 대성공이었다”면서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성공의 51%에는 정붙일 곳 없던 아이에게 ‘엄마’를 느끼게 해준 지도자들의 노력이 컸다”며 아이들에게 ‘엄마’를 느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12월 교육에 참여했던 아이 중 마치 폭력계의 보스처럼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던 아이가 ‘큰 언니’로 성장해 다른 친구들을 보살피고 도와주는 모습으로 변했다.

지역센터 열 지도자 양성·프로그램 개발 동시에

또 심각한 성중독에 빠져 있으면서 습관성 가출을 하던 아이도 제과제빵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그때 교육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던 감동적인 편지를 보내왔다.

조관장은 이런 결과들을 짚어보면서 결국 아이들을 변화시킬 방법은 ‘가정’이라고 판단했다. 아이들이 자신을 업고 한 밤중에 병원으로 달려가고 자신을 위해 울면서 가슴 아파하는 모습에 아이들 스스로도 변화해야겠다는 자발적인 마음이 싹트도록 한 것이 창원 여성의 집이 ‘중앙 위기청소년교육센터’로 지정될 수 있었던 큰 이유였다고 강조했다.

지역 센터를 개설할 6명의 지도자들은 위기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나가면서 3주간 지도자 교육을 받게 된다. 이들은 지도자 교육이 끝나는 대로 5월 4일부터는 대전·부산·광주 지역에서 온 위기청소년과 함께 다시 두 달 가까운 위기 청소년 치료·재활을 함께 하게 된다.

무려 두 달이 넘는 시간을 한꺼번에 투자해야 했던 탓에 지도자교육에 참여했던 이들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 중위기청소년교육센터의 지역센터를 개설하게 될 6명의 지도자들이 창원 여성의 집에서 3주간의 교육을 받고 있다.
“가족처럼 보듬어서 아이들 스스로 변하도록 할 것”


그러나 사명감 하나로 뭉친 이들은 매일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빡빡한 교육일정에도 열정과 열의를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첫날 워크숍에 참여했던 위환 국가청소년위원회 청소년성보호팀 사무관은 “서울과 지역을 떠나 열정과 경험이 있는 곳을 전국의 다른 곳과 비교해 결정했다”면서 서울이 아닌 지역에 위치한 창원 여성의 집을 ‘중앙’교육센터로 삼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성매수 피해 청소년을 수용이나 일방적 교육 등 형식적인 훈련이 되기보다는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실질적으로 아이들이 느끼고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성매수 피해청소년교육시스템 구축 사업은 올 한해는 창원·부산·광주·대전 4개의 지역에서 시작해 2007년 이후에는 서울·경기 등 3개 지역이 추가돼 2008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해 피해 청소년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쉼터·선도보호 시설을 특성화할 계획이다.

사랑으로 아이들을 안겠다는 다짐이 가득한 시작이 교육 현장에도 이어져 성매수 피해 청소년이 성매매 현장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끝을 맺었으면 한다.

 

2006년 04월 24일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