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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골마을은 많은 새들이 살지만 곤줄박이처럼 사람 곁을 서성거리는 녀석들은 없습니다. 오월 초부터 새털 가랑잎 금잔디를 물어다 둥지를 틀고, 일 년에 한 배씩 대여섯 개의 알록달록한 알을 낳아 어린 것들을 길러냅니다. 사는 모습이 귀여워 때때로 좁쌀 배추 잎, 과자 부스러기와 마실 물들을 넣어줍니다. 그때마다 밤색 꼬리를 삐죽거리며 고맙다 인사를 합니다. 넓은 숲을 마다하고 사람 곁을 빙빙 돌고 있으니 기특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암놈은 잿빛에 가까운 희미한 갈색, 수놈은 흰 반점에 화려한 갈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목소리는 신통치 않아 찍-하고 단조롭게 웁니다.
더구나 암놈이 알을 낳으려 옹크리고 앉아 두 눈을 반짝이며 또록거리는 모습은 보기 드문 구경거리였습니다. 신발을 옮겨놓고 쉬-쉬- 목소리를 죽여야했습니다. 시간만 나면 새집을 몰래 훔쳐보곤 했는데 재미가 여간 고소하고 쏠쏠한 게 아니었습니다. 작년엔, 부엌에 딸린 환풍기 연통에다 둥지를 틀어 속을 태웠습니다. 환풍기를 돌리면 시끄럽고 가스와 기름냄새가 코를 찌를 터인데 거기다 살림을 차리면 어쩌자는 것인 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새가 사람을 가둬 놓았다고나 할까. 불편은 했으나 환풍기를 끄고 냄새를 참아내는 일 또한 즐거운 순간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에 사용하다 걸어 논 둥근 쳇바퀴 위에 집을 짓기 시작하더니, 어제부터 암놈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수컷은 어딜 가서 무얼 하는지 코빼기도 안보이고 암컷 혼자 알록달록한 알을 다섯 개나 품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으니 안쓰럽기 짝이 없습니다. 광 문을 닫아걸지 않기가 천만다행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두 손으로 잡으려해도 꼼짝달싹 않고 두 눈만 또록거리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모성은 저리 강한가 봅니다.
'그러면 좋다, 딱 한 번이다.' 대신 '알을 만져 보려면 조금 힘든 숙제를 해야 하는데…' 하니, 노을이 눈이 곤줄박이를 닮아 금방 반짝거리기 시작합니다. '물새알 산 새알'이라는 동시를 찾아 공책에 담아오라고 과제를 주었습니다. 잘은 모르긴 해도 노을이 엄마는 숙제를 챙겨 주느라 좀 애를 먹지 않을까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물새는 물새라서 바닷가 바위틈에 알을 낳는다. 보얗게 하얀 물새알. 산새는 산새라서 잎 수풀 둥지 안에 알을 낳는다. 알락달락 알록진 산새 알. -박목월의 '물새알 산 새알' 전문
아기 곤줄박이가 어서 알에서 깨어나 짹짹거리는 순간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둘이서는 툇마루에 나란히 앉아 지금 막 화악산 뒷자락을 넘어가는 붉은 노을을 한참이나 바라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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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1 오전 5:15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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