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후숙이 된다면
사람도 후숙이 된다면 임 철 순(데일리임팩트 주필, 자유칼럼그룹 공동 대표) 나는 감나무를 좋아한다. 어려서 살던 고향 집 마당 끝에는 잎이 넉넉하고 풍성한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그 나무의 그늘은 나만의 호젓한 공간이었다. 악을 무찌르는 정의의 사도가 됐다가, ‘삼국지’의 조자룡이 됐다가, 비운의 사랑에 절망하는 주인공이 됐다가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가는 내 공상을 감나무는 다 지켜보며 응원해 주었다. 도글도글 떨어진 감꽃은 어디론가 영원으로 통하는 꽃처럼 신비해 보이기까지 했다. 잎과 그늘 열매가 다 고마운 감나무 철든 뒤에 안 일이지만, 감나무 잎은 넓고 커서 글씨를 쓰기에 좋은 재료다. 종이가 없어 감잎에 글씨를 쓰며 공부한 옛사람의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 후기의 문인 홍한..
세상사는얘기/다산함께읽기
2023. 11. 16.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