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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장의 사진으로 정리해 본 정일스님 다비식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9. 14.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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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곳을 가야하는 게 인생
열 장의 사진으로 정리해 본 정일스님 다비식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임윤수(zzzohmy) 기자   
▲ 수많은 불자들의 애도 속에 영결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시자에게 "이제 갈 곳 없는 곳을 가야만 한다"라고 마지막 말씀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2004 임윤수
자신의 죽음과 영결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요? 지난 11일 속리산 법주사 경내에선 법주사 주지와 선학원 이사장을 지낸 남산(南山) 정일(正日)스님의 영결식이 오전 11시부터 있었습니다.

▲ 식장에서 영결식이 끝나니 스님을 모신 꽃가마는 담 너머 다비장 가는 길로 갑니다.
ⓒ2004 임윤수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가운데 열린 영결식이었습니다. 비는 영결식장 분위기를 한층 더 침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의를 입고 우산을 받쳐든 채 영결식장에 앉아 있는 많은 할머니들의 표정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깊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 다비장엔 곱게 장신 된 연화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날씨 탓에 연화대는 비닐천막을 둘러야 했습니다.
ⓒ2004 임윤수
세상에 태어나 자라고 생활하며 겪는 이런저런 일들은 차치하고 한 번쯤 누구나 맞게 될 훗날 당신의 마지막 모습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듯한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 애도하는 마음이 담겼을 수만의 만장이 스님을 다비장으로 인도합니다.
ⓒ2004 임윤수
스님께서는 시자에게 "이제 갈 곳 없는 곳을 가야만 한다"라고 이르니 그 시자가 " 어디로 가신단 말씀입니까"하고 여쭙자 "창문을 열고 자세히 살펴보거라"하는 마지막 말씀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 32분의 스님들이 걸머멘 꽃상여가 만장 뒤를 따라 다비장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2004 임윤수
스님께서 말씀하신 "갈 곳 없는 곳"이란 바로 죽음을 말한 것일 겁니다. 남녀노소, 동서고금, 지위고하,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든 겪게 되는 공통분모 같은 생의 마지막 모습이 이런저런 형태의 장례식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 스님의 법신이 연화대에 모셔지고 드디어 불붙이는 거화가 되었습니다. 연화대 주변은 온통 사람들로 빼곡합니다. 살아생전의 영향력과 부귀영화를 보는 듯 합니다.
ⓒ2004 임윤수
어떤 상가엔 주체 못할 만큼 조화가 흐드러집니다. 그러나 어떤 상가는 처연한 슬픔과 애도하는 분위기만 있을 뿐 별다른 장식은 없습니다. 비록 흐드러질 만큼 많은 꽃들을 차려놓진 않았어도 결코 초라하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는 상가도 있습니다. 그런 상가의 분위기를 자신의 가슴에 담아 보십시오.

▲ 곱기만 하던 꽃단장은 순간 타버리고 통나무에도 불이 붙었습니다.
ⓒ2004 임윤수
겉은 그럴싸하고 화려하나 내용은 거적때기에 둘둘만 송장만도 못한 삶을 살다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록 초라하리 만큼 가난한 장례식의 주인공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보석으로 남는 사람도 있습니다.

▲ 그렇게 많았던 사람들이 밀물처럼 싹 빠져버렸습니다. 이런 게 바로 인생일지도 모릅니다.
ⓒ2004 임윤수
짜여진 극본처럼 연화대에 불이 붙자 스님의 명성에 걸맞게 다비장을 빼곡하게 메웠던 조문객들이 어느 순간 썰물처럼 빠져 버립니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우르르 무너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님들의 목탁소리와 끊이지 않는 "나무아미타불" 소리가 어둠 속 산으로 퍼져 들어갑니다.

▲ 얼마가지 않아 한 줌의 재만 남게될 저 안쪽에 있는 스님 영정이 왠지 쓸쓸해 보이기만 합니다.
ⓒ2004 임윤수
어둠을 밝히는 희미한 가로등 빛 아래서 연화대 불꽃은 사람들의 얄팍한 변심엔 아랑곳없이 스님의 법신을 녹여낼 듯 불기둥을 솟구칩니다. 드디어 집 더미만큼이나 웅장했던 연화대가 화롯불처럼 작아졌습니다. 그 작아진 불덩이 속에 스님의 모든 게 다 담겨있습니다.

▲ 영정 속의 스님은 그때 그 모습일 뿐입니다.
ⓒ2004 임윤수
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식 장면을 시간대 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떤 장례식의 주인공이 되고 싶습니까? 진지하게 인생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되고 싶은 무대를 꾸며 보시기 바랍니다. 사랑과 봉사 그리고 자비와 적극적 실천으로 말입니다.
사진은 9월 11일 오전 11시 부터 오후 11시까지 찍은 것입니다.

2004/09/12 오후 8:04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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