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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즐거움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9. 25.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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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즐거움
<포토에세이> 동행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민수(dach) 기자   
▲ 다랑쉬오름의 능선자락
ⓒ2004 김민수
이번 가을에 만난 책 중에서 몇 번을 곱씹으며 읽고 또 읽은 책 중의 하나가 <홀로 사는 즐거움>이라는 법정 스님의 책이었다. 법정 스님의 그 깊은 속내를 다 알지 못하겠지만 홀로 사는 즐거움에 관해 말하지만 결국은 더불어 삶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름대로 해석을 하며 오늘 새벽에도 펼쳐 읽었다.

'홀로 사는 것'이 부럽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북적거리면서 사는 것도 즐거운 일이요, 행복한 일이라 생각이 든다. 새벽녘에 내 품으로 파고 들어오는 막내아들의 부드러운 살맛, 그것이 나로 하여금 살맛 나게 하는 것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꼬박 2개월을 떨어져 지낸 적이 있었다. 다 견딜 수 있는데 '살맛'에 대한 그리움만큼은 쉽게 떨쳐버리지 못했다. 공항에서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얼굴을 비비고, 뽀뽀를 하고 차 안에서도 내내 손을 잡고 집으로 행하는 길에 '살맛'이 얼마나 맛난 것인지를 알았다.

그래서인가.
나는 '홀로 사는 즐거움'보다도 지지고 볶아도 '함께 사는 즐거움'이 더 좋다.

ⓒ2004 김민수
그래도 간혹은 홀로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 사람이다. 그리고 간혹은 홀로 여행길에 나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일도 필요할 터이니 아주 오랜 시간이 아니라면 그렇게 자신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며, 들에 피어 있는 들풀들과 나무들과 대화하며 홀로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뜨겁던 지난 여름 올랐던 오름.
지난 11일 폭우로 등산로가 휩쓸려 내려갔는지 통행금지 푯말이 붙어있고, 공사가 진행되어 몇 번을 되돌아와서 더 가보고 싶은 오름, 이대로 있다간 가을꽃들의 행렬을 놓칠 것만 같아서 이른 시간 오름으로 향했다.

가을이 오는 오름 정상에서 홀로 동서남북을 바라보니 온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요, 가을에는 '외로움'을 많이 탄다고 했던가? 혼자라는 것이 좋으면서도 이 넓은 오름에 홀로 있다는 것이 허하기도 하다.

가을꽃들이 제법 반겨준다.
홀로 있는 것 같은데 홀로가 아니다.
자연의 품에 있는 한 자연의 일부인 나도 그들과 한 식구다.

▲ 함께 걷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2004 김민수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오름 등선을 타고 돌며 꽃들과 조우를 하고 있는데 저 멀리 오름을 찾은 또 한 사람이 보인다. 그는 홀로가 아니었다. 잠시 뒤에 동행하는 이도 보이고 천천히 그들도 오름의 등선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그들과 직선거리에서 거리가 좁혀지지 많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천천히 걸었다.

내가 홀로 있어서인지 그들의 동행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부럽다.
이렇게 우리 삶에 동행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구나 생각도 되고 그 동행길이 좋은 길이 되기 위해서 서로를 배려해 주는 과정들, 아픈 과정들도 있었겠지 생각하니 때론 티격태격 다투고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도 같다.

오름과 하늘과 사람과 나무가 하나다.
꽃을 만나 꽃을 찍으며 가도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 그들의 걸음걸이의 속도가 좋다. 내가 먼저 왔던 길이지만 그들도 내가 눈맞춘 꽃들과 눈을 맞추고, 내가 눈맞춤을 하지 못한 꽃들과도 눈맞춤을 하고 오는 것일 게야 생각하니 하산하는 길에는 함께 내려가고 싶은 생각도 든다.

▲ 길의 끝, 아니면 시작에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2004 김민수
오름 아래로 밭이 보이고 구불구불 길이 이어져 우리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이 보인다. 그 뒤로는 바다.

함께 어우러져 한 가정을 이루고, 한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인데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 희망도 있고 절망도 있고 아픔도 있고 기쁨도 있다. 어쩌면 좋은 것들만 있다면 그것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천국이요, 극락이겠지. 모두들 천국과 극락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당장 그 곳에 가자고 손을 잡아끌면 사래질을 하는 것이 우리네 사람들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온갖 볼썽사나운 것들이 많아도 이 세상이 살 만한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네 삶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것들까지도 차라리 정겹다. 그래, 함께 사는데 싸움이 없으면 무슨 재미고, 그 중에서 잘난 척 하는 놈 없으면 무슨 재미고, 말썽 피는 놈 없으면 무슨 재민겨?

▲ 산비장이가 다른 꽃들과 어우러져 피어 있다.
ⓒ2004 김민수
그렇게 자연은 어우러져 살아간다.
엉겅퀴를 닮은 산비장이 곁에 수없이 많은 꽃들과 들풀들이 있다.
산비장이가 이들 모두를 좋아한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개중에는 산비장이를 못살게 구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산비장이 역시 그 누군가에게는 가해자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어우러져 살아감으로 그 안에 무한한 생명을 품고 있다. 그렇게 더불어 살아간다. 그래서 자연이다.

자기에게 충실한 뿐인데 어우러져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자연, 이 자연을 바라보면서 함께 사는 즐거움을 깨달아간다.

동행.
그것은 참 아름다운 단어요, 행복한 단어다.
김민수 기자는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입니다.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리지 않는 그의 글은 <강바람의 글모음>www.freechal.com/gangdoll을 방문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2004/09/24 오전 8:31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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