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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의 유영을 보며 잠을 자다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9. 2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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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의 유영을 보며 잠을 자다
<포토에세이>반딧불이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민수(dach) 기자   
ⓒ2004 김민수
종종 밤이면 반딧불이가 거실로 날아듭니다. 방충망이 엉성해서 모기들도 들어와 극성을 떨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와 온 식구들을 들뜨게 할 때도 있습니다.

어젯밤에 들어 온 반딧불이는 아예 '나 좀 찍어주세요!' 작정을 하고 들어온 듯 카메라들 들고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차에 들어와 손에 착 앉습니다.

"애들아, 반딧불이다!"
"어디, 어디!"

온 식구가 반가운 손님에 거실로 뛰쳐나오고 반딧불이의 불빛을 보기 위해 불이란 불은 전부 끕니다. 시골이라 불을 크면 인공의 빛은 거의 없으니 반딧불이의 불빛이 더욱 밝게 느껴집니다.

ⓒ2004 김민수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말을 이때 해주어야 걸맞겠지요.

"애들아, 형설지공이 뭔지 아니? 아빠가 얘기해 줄게 잘 들어라. 형설지공은 반딧불이의 불빛과 눈 내린 밤의 눈빛으로 쉬지 않고 공부를 해서 이룩한 성공을 말할 때 사용하는 고사성어인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정진해서 꿈을 이룬 것을 말한단다."

이 정도의 이야기에서 막히니 <고사성어 대사전>을 들춰봅니다.

<손씨세록(孫氏世錄)> 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진나라의 손강(孫康)은 공부하기를 몹시 좋아했지만 집안이 가난해서 등불을 밝힐 기름조차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겨울이면 항상 눈빛에 비추어 책을 읽었다......<중략>

<진서·차윤전(車胤傳)>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실려 있다. 진나라의 차윤 역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다. 그는 항상 삼가고 근면하게 학업에 힘써 많은 서적을 독파하였다. 그러나 집안이 가난했기 때문에 기름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때문에 여름에는 낡은 명주 주머니에 반딧불을 많이 잡아 넣어 그 빛으로 책을 비추어 읽으면서 밤에도 낮처럼 공부했다. <고사성어 대사전> (P.1111)


ⓒ2004 김민수
아이들은 정말이냐고, 반딧불이가 그렇게 밝으냐고 우리도 한번 실험해 보자고 하지만 야심한 밤에 반딧불이를 잡으로 밖에 나갈 수도 없고, 한 마리 가지고는 택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반딧불이를 책 위에 올려놓으니 정말 희미하나마 글자를 알아 볼 수가 있으니 반딧불이를 많이 잡아 모으면 정말 그 빛으로 공부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반딧불이가 조금 놀랐는지 촬영을 위해 하얀 종이 위에 올려놓았더니 꼼짝도 안 합니다.

"애들아, 반딧불이가 놀랐나 보다. 이건 환경이 깨끗한 곳에서만 사는 곤충이거든.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그만큼 깨끗하다는 증거란다. 옛날에 아빠가 너희들 만할 때에는 반딧불이가 지천에 있었는데......"
"아빠, 오늘 일기제목은 '반딧불이'다. 오늘은 환경에 대해서 쓰면 되겠다. 그지? 일기 뭘 쓸가 고민했었는데 잘 됐네. 반딧불아, 고마워."

초등학교 5학년인 진희가 신이 났습니다.

ⓒ2004 김민수
밖으로 내어 보내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렸는지 반딧불이가 날아갑니다. 알아서 나가겠지 생각하고는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시골의 밤은 깊어갔습니다. 마침 일이 있어 아내와 막내는 서울에 갔고 두 딸과 집을 지키고 있으니, 덕분에 겁이 많은 딸내미들과 한 방에서 잠을 잡니다.

잠이 가물가물 들려고 할 때 불을 끄던 딸아이가 소리를 칩니다.

"아빠, 반딧불이가 방에 있어."

천장을 보니 반딧불이가 있습니다.

"그냥, 불 꺼라. 반딧불이는 물지 않으니까 반딧불이 보면서 자자."
"물리면 아빠가 책임져."
"알았어, 너희들 아빠랑 결혼하자. 평생 책임져 줄게."
"치, 아빤 싫어."
"니들 좋아하는 머슴아 있냐?"
"응, 용휘."
"꿈도 야무지다. 감히 두 자릿수 늙은이(?)들이 7살짜리 용휘를 넘보다니......"

반딧불이가 빛을 내며 유영을 하는 방에서 자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생각하니 시골생활의 묘미가 새록새록 살갑게 다가옵니다.

작년에 만났던 반딧불이였는데 올해도 바람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내년에도 더 많은 반딧불이가 우리 집에 놀러왔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수 기자는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입니다.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리지 않는 그의 글은 <강바람의 글모음>www.freechal.com/gangdoll을 방문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2004/09/17 오후 10:22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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