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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물러선 자리. 들판은 황금색으로 바뀌고 해거름 뒤 공기는 가을로 일렁인다. 건강에도 좋다는 가을볕에 알곡은 나날이 여물지만 경기불황의 그림자는 추석에도 꿈쩍 않는다. 불황의 기운에 억눌려 다가서던 추석이 오히려 주춤하는 분위기. 상인들은 추석 경기가 "실종됐다"며 하소연하고 월급쟁이들은 여느 해보다 가벼워진 지갑에 생기를 잃는다. 하지만 온기가 가장 늦게 전달되고 가장 빨리 식는 사회의 윗목에 놓인 복지시설만큼이야 할까. 추석을 맞는 천안지역 복지시설 세 곳의 표정을 둘러봤다. 지난달 현재 천안에는 장애인, 노인, 아동 등이 5곳의 법인 복지시설에 380명, 12개소의 조건부 신고시설에 188명, 미신고시설 4개소 63명이 생활하고 있다. 익선원, 태영군의 두 번째 추석 생후 21개월째인 태영(가명)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를 하던 젊은 부부 사이에서 지난 2002년 12월 태어났다. 태영의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아기를 돌보기가 어렵다며 지난해 1월 태영을 천안지역 아동양육시설 가운데 한 곳인 '익선원(천안시 성거읍)'에 맡겼다. 태영에게는 올해 추석이 두 번째. 그동안 태영의 친모는 한번도 '익선원'을 방문하지 않았다. '익선원'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용완(32) 사무국장은 "태영이 같은 경우 어머니가 찾아오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 '익선원'을 찾았을 때 태영은 3세 미만 다른 아기들과 함께 방안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지난 52년 설립된 '익선원'은 현재 18세까지 81명의 아동들이 생활하고 있다. 태영이와 같은 3세 미만 영아는 10여 명 가량 된다. 추석을 비롯해 명절이 다가오면 50∼60%의 아동들은 가족복귀프로그램에 따라 가족이나 연고자 등 친척집을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있어도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는 시설에서 명절을 맞는다. 김용완 사무국장은 올해 추석에도 30∼40명의 아동들이 원내에서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남아 있는 아이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익선원'에서는 추석 전 날 명절음식 만들기를 하고, 추석에는 영화를 관람하는 등 조촐한 행사도 갖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드리워진 우울함을 완전히 털어 버리기에는 역부족. "아무래도 명절이 다가오면 아이들 표정이 침울해지죠. 예년 같으면 이맘때쯤 방문자들도 꽤 됐지만 올해는 영 다릅니다." 뜸해진 것은 방문자들뿐만이 아니다. 매년 후원자가 5∼10%씩 증가했지만 올해는 후원자 수도 감소하는 추세. 김용완 사무국장은 "'익선원'에서 근무한 5년 동안 후 올해 추석이 가장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온유한집, 집보다 더욱 편안해 천안시 직산면 남산리에 소재 한 '온유한집'. 노인복지시설인 '온유한집'에는 윤하중(49) 목사의 보살핌 속에 할머니 아홉 분이 생활하고 있다. 목회활동에 나서기 전부터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윤 목사는 한동안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사랑의 호스피스 활동을 벌이다가 작년 9월 '온유한집'을 열었다. '온유한집'을 처음 개소할 때는 윤 목사 부부와 함께 아파트에서 1년 반 동안 함께 지내던 할머니 한 분만이 있었다.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1·2층 60여평 규모에 방 3개와 자원봉사자실을 갖춘 '온유한집'의 편안함이 알려지며 생활을 원하는 할머니들이 증가, 지금은 대기자 수만 9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 '온유한집'에서 머무르는 아홉 분의 할머니는 모두 혼자 힘으로는 거동이 불편하다. 95세의 고령자도 있다. 윤하중 목사와 부인 맹주순(46)씨의 손길이 닿지 않고는 씻기와 식사, 운동까지 어느 하나도 쉽지 않다. '온유한집'의 추석 준비는 어떨까. "다들 몸들이 성치 않아 송편 빚기도 어렵지요. 마침 두정동의 떡집에서 송편 한 박스를 보내왔습니다. 엊그제는 직산 의원의 원장님이 오셔서 할머니들 모두에게 영양제를 맞춰 주셨죠. 추석도 지내야 되지만 사실 겨울이 더 걱정입니다." '온화한집'은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장작보일러를 기름보일러와 겸용해 사용하고 있다. '온화한집'이 시내권과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자원봉사자 수급이 원할치 않아 장작비축도 쉽지 않다. 후원자도 교회 서너 곳에 불과, 운영비 전액을 자비로 충당해야 되는 탓에 윤하중 목사는 추석보다 겨울을 맞을 생각이 더욱 난감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유한집'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은 "집보다 낫다"고 말했다. 안과수술이 잘못돼 몇해 전 시력을 잃은 김춘자(여·65) 할머니는 "서른 일곱의 혼자 사는 아들이 어머니를 어떻게 시설에 보내느냐고 하는 걸, 내가 오겠다구 했어. 식구도 적고 단촐해 참 좋아. 추석이 다가오면 아들 생각이 더 많이 나지만 어떡해. 아들도 살아야지"라고 말했다. 해뜨는 집, 차라리 추석이 없었으면... 천안시 풍세면 경부선 철로를 지나 두남리 산 속에 자리잡은 '해뜨는집'. 그 곳에은 추석보다는 겨울나기가 더욱 절박한 실정이다. 지난 96년 4월 김광용(49) 목사가 터전을 일군 '해뜨는집'에는 현재 노인과 장애인 등 21명이 김 목사 부부와 생활하고 있다. 노인과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12개의 방은 공사장 폐목과 합판, 스티로폼으로 얼기설기 짜여진 판자집. 비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붕은 비닐로 겹겹이 둘러쌓았지만 비가 내리면 곳곳에서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해뜨는집'은 시설여건이 워낙 열악해 조건부 사회복지시설로도 등록할 수 없었다. 복지시설 등록을 위해 김 목사는 지난해부터 '해뜨는집'의 신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뜻밖의 암초에 부딪혔다. 두남리 주민들이 '해뜨는집'의 신축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치료실과 목욕탕 등을 갖춰 지하와 지상1·2층 195평 규모로 지으려고 했죠. 하지만 주민들 반대로 지난해 좌절됐습니다. 올해도 봄부터 건립을 추진, 따뜻한 새 보금자리에서 이번 겨울을 보내게 될 거라 기대했는데 아쉽습니다." 주민들이 신축을 허용하는 조건에서 김 목사는 10명 미만의 장애인들만 생활하는 복지시설로 '해뜨는집'을 운영할 계획도 고려 중이다. 몇 해 동안 가족처럼 지내던 이들이 헤어져야 하는 아픔이 예상되지만 마냥 건물 신축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22일 오전 '해뜨는집'을 방문했을 때 마침 신방동의 신천교회 여신도회 회원 5명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깨끗한 추석을 맞기 위해 '해뜨는집' 가족들의 이불과 옷가지를 빨래해 널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한과선물도 전달했다. 추석이 다가오면 '해뜨는집' 식구 가운데 몇몇은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을 참다못해 길을 나선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가족들의 싸늘한 냉대로 상처만 입은 채 돌아온다. "추석날 아침, 조촐하게 공동차례라도 지내야지요. 추석 같은 명절 때만 되면 한동안 분위기가 가라앉습니다. 차라리 추석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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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5 오전 8:22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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