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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포구는 평온했습니다. 새벽부터 빗줄기가 오락가락했지만 한낮의 쨍쨍한 채석포구는 그물 손질이 한창이었습니다. 채석포구에서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 이른 아침부터 그물 손질을 시작하는 것을 보았는데, 점심나절에도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할머니는 잡어나 해초보다는 라면 봉지나 폐비닐 같은 쓰레기들을 더 많이 떼어냅니다.
"그물 손질하시는 거 보다는 밭일이 더 손쉽지요?" "으이그 징그러!" 할머니는 때마침 손질을 끝낸 그물을 휙 던져 놓습니다. "고걸 말이라구혀, 쉬운 게 워딨어! 죽지 못해 하고 있구먼," 대꾸할 가치도 없는 질문에 화난 듯이 쏘아붙였지만 할머니는 곧바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배시시 웃었습니다.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해질녘까지 그 자세로 앉아 쓰레기 투성이인 그물코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80년대 중반 전두환 독재 정권의 군대를 막 제대한 나는 20대 중반 한창 젊은 혈기를 믿고 고깃배를 타보겠다고 포구를 찾아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포구에 가면 소주병을 옆에 꿰차고 '구릿빛 선원들', '소주병 나뒹구는 포구', '토악질하거나 피 터지게 드잡이 하는 선원'이 어쩌구 저쩌구 팔자 늘어진 시인들의 그럴듯한 시어들을 떠올리곤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시어 나부랭이들은 그야말로 말장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04년 초가을, 채석포구에서는 그런 시시껄렁한 시 나부랭이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고깃배가 다 들어온 포구의 밤은 적막하리 만큼 조용합니다. 대하를 맛보기 위해 어쩌다 찾아온 낯선 외지인들의 자동차들만이 오락가락할 뿐,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만 들려 옵니다. 새벽 두 시 반. 빗줄기가 빗금을 치고 태극기가 펄럭이는 포구. 선원들의 자동차 불빛이 하나 둘씩 비바람 몰아치는 포구로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선주는 출항 신고를 하고 선원들은 새벽 출항을 서둘러 준비합니다. 2~4미터의 풍랑주의보를 뚫고 거친 바다로 향하는 '행복호'에는 선원들을 함부로 부려먹고 품삯 떼어먹는 악덕 선주도, 독기 품은 선원도 없어 보입니다. 그들에게는 다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어린 자식들이 있고, 늙은 부모님이 계십니다. 꽃 같은 애인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뱃놈'이라는 거친 이미지와 '행복호' 선원들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입니다. 바다에서 돌아와 취기로 비틀거리는 선원들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행복호' 선원 7명 중에 배 안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은 단 두 명 뿐이라고 합니다. 힘든 뱃일에서 돌아오면 짧은 휴식을 마치고 새벽 뱃일을 나서는 나날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비바람이 막아서면 늘어지게 휴식을 취하는 날입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행복호'에는 열 두 명의 선원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만선의 깃발을 휘날리고 바다를 누볐던 그 무렵, 3.5톤짜리를 지금의 8톤짜리 고깃배로 바꿨을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선원이 7명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고기잡이가 시원찮다고 합니다.
10톤급 이상의 고기잡이배들은 전국의 바다를 누빌 수 있는데 8톤급 '행복호'는 위로는 경기도, 아래로는 전라북도를 경계로 충남 지역의 바다에서만 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물을 당길 때 대하들이 많이 빠져나갔다는 것입니다. 그물을 조정하면 앞으로 좀더 많이 잡히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임씨는 상품이 떨어지는 대하를 따로 챙깁니다. 시부모와 자식들 몫이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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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8 오후 1:00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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