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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디에서든 아름다운 당신입니다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11. 26.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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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디에서든 아름다운 당신입니다
<포토에세이>단풍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민수(dach) 기자   
ⓒ2004 김민수
아직 가을 풍경의 끝자락을 누리고 있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언젠가는 그저 시절을 모르고 피어나는 꽃들을 향해 '바보꽃'이라고 비웃었지만, 이젠 그들에 대해 비웃지 않습니다. 인간들의 횡포가 그 안에 내재해 있기도 하고, 그 속에 들어있는 생명에 대한 진지함으로 인해 감히 비웃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계절마다 볼 수 있는 자연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본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계절을 꼽으라면 가을과 겨울을 꼽고 싶습니다. 가을의 열매를 보면 그 나무를 알 수 있고, 이파리를 다 놓아버린 겨울의 나무를 보면 그 나무의 기품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2004 김민수
제주시의 어느 골목길에서 담쟁이 덩굴을 만났습니다. 갈라진 블록들을 움켜잡고 붉게 담장을 물들인 담쟁이 덩굴을 보며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떠올랐습니다. 남아 있는 이파리 하나마다에 소녀를 살리기 위한 화가의 소망이 들어있는 듯 합니다.

쩍쩍 갈라져 볼썽사나울 수도 있는 담장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담쟁이 덩굴이 마치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화가 같습니다. 도심의 골목길, 갈라진 담장에서도 마다하지 않고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자연,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2004 김민수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넘어가는 길. 아직 가을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숲에서 한창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는 단풍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의 손길이 거의 가지 않았다고 해도 될 만한 곳에 있는 행복한 나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보는 단풍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붉게 타는 듯한 단풍나무 아래서 심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기운이 몸에 모셔지는 듯 합니다. 이런 '좋다!'라는 느낌, 그런 것들이 우리 삶에 많다면 우리의 삶도 한결 넉넉해 질 것만 같습니다.

ⓒ2004 김민수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다양한 색깔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색을 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같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껴안고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마음 깊이 '그 어디에서든 아름다운 당신입니다'고 했습니다. 단풍이 예쁘게 들려면 일교차가 커야 한다고 합니다. 일교차가 크다는 것은 어쩌면 고난의 깊이가 그만큼 깊다는 이야기와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고난이 깊으면 깊을수록 더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자연을 보노라면 겸손해지지 않을 수밖에 없고 작은 어려움에도 안절부절하는 나약한 자신을 채찍질하게 됩니다.

ⓒ2004 김민수
밤하늘의 별 같은 단풍잎들이 별똥이 떨어지듯 바람에 하나 둘 떨어집니다. 별똥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직선이 아니라 바람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니 소원을 빌 시간도 넉넉합니다.

어린 시절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여름밤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별똥별이 떨어질 때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별똥별이 떨어지면 '어, 저기 떨어진다' 하는 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아서 단 한 번도 소원을 제대로 빌어보질 못했습니다.

그런데 별똥처럼 떨어지는 단풍잎의 느릿느릿하고 우아한 낙엽의 속도는 소원을 빌기에 충분합니다. 이제 곧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날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그들처럼 그 어디에서든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김민수 기자는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입니다.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리지 않는 그의 글은 <강바람의 글모음>www.freechal.com/gangdoll을 방문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2004/11/25 오후 5:44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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