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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라북도 순창군 구림면에 살고 있는 여성농민입니다. 논농사에, 이리저리 밭농사에, 소 키우랴, 고슴도치 같은 네 딸 농사 지으랴, 서울농민대회 아스팔트 농사도 지으며 열심히 살고 있지요. 오늘 제가 하고픈 이야기는 저희 첫째 딸 단비와 친구들의 섬진강 자전거 여행을 자랑 치고 싶어서 처음으로 미숙하게 글 올립니다.
무지하게 아름다운 가을날이었습니다. 2004년 10월 16일은…. 중간시험을 끝낸 시골 중학교 아이들의 들뜬 마음만큼이나 섬진강 물은 크고 작은 바위들을 휘감고 오롯이 흘러갑니다. 모두 섬진강은 아시지요. 제가 사는 곳은 바로 이 섬진강 물이 시작되며 회문산을 옆에 끼고 천하를 호령하는, 아니 호령할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는 전북 순창군 구림면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가 딱 한 군데씩 있구요, 중학교 학생 수는 53명이어서 전교생이 3년에 한 번씩 차 두 대로도 수학여행을 갈 수 있는 그런 좋은 곳입니다. 혹시 중학교 1학년 학부모가 계시다면 국어책에 나와 있는 섬진강 장구목 여행기를 읽어보셨을란가요? 우리 1학년 담임선생님이 바로 국어과 담당이신 김은자 선생님이신데요. 용감하신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시험 끝나고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셨습니다. 아휴 어디서 그런 정열이 솟아나시는지!!! 재밌고 멋있고 보람찬 여행-아이들 표현-이었습니다.
순창군 구림면 여분산 골짜기에서 시작되는 구림천을 따라 흐르는 물은 폐교된 남편의 모교, 월정초등학교에서 단풍 구경하다가 저희 단비가 다니는 중학교 앞에서 피리, 송사리들과 놀다 지치면, 꾸불꾸불거리는 친애 마을과 베틀아우 앞을 지나 호정소 부근에서 다슬기 한 웅큼 뿌려놓고 낄낄거리며 회문산을 요동치며 갑니다. 안정리 미륵정이불상도 보고 회문산 오선위기혈도 기웃기웃하다가 김용택 섬진강 시인이 사는 임실 진메마을 앞을 지나면서 섬진강이란 옷을 입습니다. 시인처럼 세월아 네월아 하며 흐르다가 순창군 동계면 장구목에서 세상천지 요강바위를 만들어 놓고 세상 사람들 모다 와서 한번 깔겨 보이소 하듯 별의별 바위틈에 요강바위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곡성과 구례를 지나고 하동 광양 구경하며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 골고루 네 활개 치다 바다로 흘러갑니다. 일단 아이들의 자전거 여행 코스는 우리 학교에서 요강바위까지인데 왕복 40km 정도 거리입니다. 오르막길이 있고, 진메마을 앞부터는 비포장도로인데다 섬진강을 건너려면 맨발 벗고 자전거를 들고 가야하는 어려운 코스였습니다. 저의 글보다는 아이들의 글로 표현하겠습니다.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4차선 사거리에 돌들이 뾰족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비포장길. 우리 반은 진뫼마을에 도착해서 김밥을 먹고 김용택 시인의 생가도 방문하였다. 그 다음에 자전거를 타고 갈 것인가 고민하였다. 마지막 판결은 bike! 그래서 그 험한 비포장길을 우린 달렸다. 우리가 달린 길 옆에는 햇빛에 반짝이는 섬진강 물줄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그곳에 쉬면서 야호~! 하고 소리도 쳐보고 여자 애들도 기다리며 섬진강 향기에 취해갔다. 우린 <아름다운 시절> 영화 촬영지인 구담마을에 들렀다. 거기서 사진도 찍고 시원한 바람도 느끼면서 점점 요강 바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리는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제치고 강을 건너가기로 하였다. 그 곳에서 나는 제일 먼저 갔지만 섬진강의 빠른 물줄기에 못 이기고 물에 빠져 버렸다. 우리 반 애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건너왔지만 조은주의 신발이 물에 빠져 버렸다. 조은주는 섬진강에 'V3'로도 치료할 수 없는 엄청난 신종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갔다. 지금쯤 그 신발은 섬진강 하류 어느 곳에 흘러가고 있을지 모른다. 그 다음에 우린 수만 마리의 깔따구가 있는 내리막길을 헤쳐나가 요강바위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그곳에선 이미 많다고 할 수 없는, 섬진강과 물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들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거기에 놀러온 관광객에게 물어서 요강바위를 찾아갔더니 교과서에서 본 그대로 장엄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길래 들어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단지 그런 미신에 나의 운명을 맡기고 싶지 않아서이다. 우리는 힘이 들어도 내리막길을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경석이는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 달렸다. 애들과 같이 가자고 하니까 경석이는 안 된다고 하며 계속 달렸다. 오는 길에 선생님의 짝궁 챙겨 라는 소리가 떠올랐지만 2등을 하고 싶은 이기심에 어쩔 수 없이 나도 모르게 구림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나는 이번 여행으로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만 안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느꼈고, 친구들과의 화합이 잘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선생님이 짝꿍을 챙기라고 했는데 그걸 잘 못 한 게 후회가 된다. 앞으로 이런 여행을 다시 한다면 후회되지 않을 만큼 치밀하게 해야겠다. 부모님께서도 수고했다며 칭찬하셨다. 아무튼 이번 여행은 좋았다."(임채환)
"그 곳에는 섬진강 기행문을 쓰신 김용택 시인 댁이 있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먼저 점심밥을 먹었다. 점심밥은 모두 학교에서 주었다. 역시 우리 학교는 좋은 학교이다. 우리가 점심을 먹은 곳에는 물이 많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다리 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 그 곳에서 밥을 먹었는데 자전거를 타다 먹어서인지 풍경이 좋아서 인지 밥이 맛있었다. 밥을 다 먹은 뒤에는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기행을 하는 계기가 된 김용택 시인 댁을 방문하였다. 그 곳에 계시지는 않았는데 집이 너무 멋있었다. 이렇게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다시 출발을 하였다."(대은) "구담을 가는 길이 가장 어려웠다. 비포장길도 나오고, 어마어마한 오르막길도 나왔기 때문이다. 그곳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라고 한다. 그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니까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담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장구목에 갔다. 장구목으로 가는 길에는 물을 건너야 했다. 은주는 물을 건너다가 신발이 물에 떠내려가기도 했다. 남자애들은 자기들끼리 장난을 하다가 물에 흠뻑 젖기도 했다. 장구목에는 요강바위가 있다. 남자애들은 그곳에 들어가기도 했다. 우리들은 모두 그곳에서 단체사진, 독사진을 찍고 자유시간을 가졌다. 남자애들은 선생님의 말씀은 듣지 않고 모두 물 속으로 다이빙을 했다. 그 모습은 마치 3천 궁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여자애들도 빠질까, 라는 생각은 했지만 결국 빠지지는 않았다."(혜영)
그리고 나서 냇가를 건넜다. 더웠던 참에 냇가를 건넌다니 모두들 반가운 마음이었다. 나는 자전거 뒤에다가 신발을 싣고 건너려고 했다. 그런데 물살이 조금 세서인지 신발 한 짝이 떠내려가 버렸다. 할 수 없이 신발 한 짝만 가지고 맨 발로 자전거를 탔다. 친구들이 찾아 준다고 나서긴 했지만 이미 멀리 떠내려가서 찾을 수가 없었다. ㅠㅠ 조금 아쉬웠지만 신발은 새로 사면 되는 거였고 이것도 내 기억 속 하나의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겠지 하고 그냥 갔다."(은주)
"그 정도 왔는데도 한 명도 지치지 않았다. 다같이 와서 그런 거 같았다. 산을 조금 올라갔는데 이상한 예쁘장하게 생긴 큰 돌멩이가 서있었다. 장구목이 나왔다. 거기에서 요강바위를 보았다. 요강바위를 들어갔다가 나오는 사람은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나는 두 번 들어 갔다가 나왔다. 그럼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2번 들어가면 쌍둥이를 나을 것이라고… 수영을 하였는데, 정말 추웠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깔따구가 너무 달라 들어서 깔따구 때문에 산으로 박아버리고 말았다. 쉬고 있는데 저기 앞에 족제비가 있었다."(경석)
그리고 우리는 다시 출발을 했는데 또 비포장 도로였는데 나는 계속 가다가 뱀을 밟은 것 같았는데 그것이 뱀이었다. 도일이가 가다가 자전거에서 내려서 홍시를 땄다. 그런데 먹다가 친구들에게 들켜서 욕을 들었당. ㅎㅎ 그리고 그 다음 마을을 가는데 깔따구와 다람쥐 시체를 보았다. 깔따구는 우리가 가는 곳 어느 곳에 자리를 잡고 마구 마구 날라 다녔다."(종소)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구담이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영화를 찍은 곳이 있었다. 나무가 몇 백년 쯤 된 거 같았다. 여자들이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낙엽을 뿌렸다. 그곳에서 사진도 몇 방 찍고 물도 마시고 하고 다시 출발하였다. 이번 여행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잊지 못할 것이다. 너무 재미있는 여행이었던거 같다. 또 이런 여행을 했으면 좋을 것 같다."(동균)
"요강바위는 너무 지린내가 났다. 남자애들은 바위 위로 올라가서 한 명씩 뛰어 내렸다. 추울 것 같았다. 그 다음에 또 가위바위보를 해서 물에 들어가기 놀이를 했다. 나는 안 들어 가려고 했는데, 가위보위보에서 져서 물에 들어갔다. 정말 추웠다"(종석) "가는 도중에는 힘이 들어서 왜 왔는지 후회도 되었는데. 막상 여행이 끝난 후에는 다음에 이런 곳을 또 오고싶은 생각도 들고 즐거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번 여행은 추억에 남도록 즐거웠다."(도일) "섬진강 기행을 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가는 것이다. 오르막길을 갈 때에는 힘도 다 빠지면서도 짝을 챙기는 애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리막길이 나타나면 언제 힘들었냐는 듯이 웃으면서 자전거를 탔다. 오늘 있었던 섬진강 기행은 힘들지만 자기 자신과의 인내심 싸움이었던 거 같다. 난 이 인내심 싸움에서 이겨서 그런지 기분이 무지 뿌듯했다."(혜진)
어려운 농촌여건 속에서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이유는 모두들 교육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더 똑똑하게, 머릿 속에 많은 지식을 넣어 남들보다 더 잘살기 위한 교육이 아닌 이렇게 함께 하는 교육, 더불어 사는 교육, 이러한 공통의 추억으로도 행복하게 여무는 교육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가을 홍시 같은 아이들, 밤톨 같은 아이들, 그 속에서 너무 행복해하는 단비네 엄마가 한번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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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5 오후 10:42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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