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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밭 한 가운데서 김치를 외치다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11. 2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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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밭 한 가운데서 김치를 외치다
계촌마을 김치담그기 체험행사를 다녀와서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용완(lischol) 기자   
▲ 체험행사에 참여한 아이와 엄마
ⓒ2004 김용완
전국적으로 김치 담그기 행사 및 축제가 봇물 터지듯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강원도 평창군 계촌면 운교리 계촌정보화마을(백덕산 휴양림)에서 김치 담그기 행사가 열렸다.

웰빙 관련 한 잡지사의 이벤트행사로 열린 이날 행사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체험참가단 42명 외에 KBS 경제투데이, 농촌 포털사이트 아피스넷의 방송팀과 정보화마을 체험관광팀, 평창군청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치담그기 체험, 배추 따기, 배추 절이기, 백덕산 휴양림 산책 등의 체험일정을 가지고 진행됐다.

특히 이날 체험행사는 참석자 절반가량이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들로 구성돼 서울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농촌의 청정공기와 무공해 먹을거리를 체험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침식사는 마을 근처 먹을거리인 안흥찐빵으로

▲ 안흥찐빵마을
ⓒ2004 김용완
덕수궁에서 출발한 버스는 영동고속도로를 한참을 타고가다 새말 I.C를 빠져나와 먼저 안흥찐빵마을로 향했다. 이른 새벽부터 수도권 인근에서 행사참석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던 참석자들에게 주최 측에서 아침식사로 찐빵을 제공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10시가 다된 시간에 먹는 조촐한 아침식사였지만 아침을 거른 아이들과 참석자들에게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 몇 개는 별미였다.

안흥찐빵마을은 새말I.C를 빠져나와 우회전해 42번 국도를 20분가량 달리면 마을 이정표를 따라 쉽게 찾아 갈 수 있다. 한편 오늘 김치 담그기 체험행사 장소인 평창 계촌정보화마을 백덕산 휴양림은 안흥찐빵마을에서 42번 국도를 따라 10여분만 더 달리면 되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쉬었다 가세요

▲ 백덕산 자연휴양림 입구
ⓒ2004 김용완
“편하게 쉬었다 가세요, 행사준비는 다 돼 있으니까 모처럼 좋은 공기, 맛있는 음식들 드시고 즐기다 가시면 우리도 편할 것 같습니다” 강원도 사투리 억양이 묻어나는 오늘의 행사주관자이자 마을 이장이신 계촌마을 박순언 이장의 인사말이다.

쏟아져 내리듯 차에서 빠져나온 한 무리의 체험단은 버스를 세워놓은 주차장에서 100m 거리의 백덕산 휴양림 속으로 또다시 우르르 쓸려간다. 이장님과 마을 총무님 그리고 몇몇 관계자들의 인사말씀을 시작으로 계촌마을에서의 김치 담그기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벼운 상견례 후 첫 번째 김치 담그기 행사인 배추 따기에 들어갔다.

▲ 배추따는 꼬마
ⓒ2004 김용완
700m고지에 위치해 살기 좋은 고장 평창. 평창에서도 계촌마을 배추의 명성은 먼발치 서울까지도 자자했던지라 바구니에 두 포기씩만 따서 담으라는 이장님의 말씀은 체험가족 바구니에 한 가득 찬 뒤에야 체험단의 귀속에 들어갔다.

배추를 처음 따보는 재미도 재미지만 품질 좋은 배추를 한포기라도 더 따서 가져가겠다는 아줌마 특유의 알뜰함 작용한 것일 터. “허허허 다 준비해 놨다니까요”하는 마을 이장님의 너털웃음이 넉넉하게 들린다. 또 배추를 먹어만 봤지 처음 따보는 꼬마친구들의 표정과 행동도 가지가지다.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 방송국 카메라며 기자가 들이댄 사진기에 멋진 포즈를 취하는 꼬마. 그리고 자기 머리보다 큰 배추를 힘껏 들어 올리는 모습이 각양각색 천진난만하다. 아침 체험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배추 절이기의 핵심은 물입니다! 물! 물!

▲ 계촌마을 배추밭 풍경
ⓒ2004 김용완
순박한 마을이장님이 체험행사 기간 중 가장 힘주어 얘기하신 부분이 바로 ‘물’이었다. 물이야 서울에도 이곳 평창에도 있지만 그 차이는 엄청나다는 것이 이장님의 주장. 이유인즉 수돗물로 배추를 절이면 아무리 좋은 배추를 사용해도 배추본연의 맛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지하암반수를 끌어다 쓰는 마을 이장님의 지하수가 가장 좋다는 것.

이어서 현재 정보화마을에서 전자상거래로 판매하고 있는 절임배추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다 물이라는 말씀도 빼놓지 않았다. 대부분이 30대 초반의 주부들인 체험단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장님의 자세한 설명이 끝난 뒤로는 배추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애들아 빨리 먹고 나와

이날 행사의 점심은 김치보쌈이다. 반찬은 잘 삶은 돼지고기에 신선한 배추 그리고 구수한 된장국이 전부. 행사를 지원하러 나온 마을 어르신과 취재진까지 비닐하우스 식당에 몰리다 보니 자연스레 식사는 두 차례에 나누어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식사하러 들어간 사람들이 당최 나오질 않는다는 것. 시간도 흐르고 배도 고파 식당 안을 살펴보았더니 배추가 너무 맛있다며 꼬마들이 자꾸 먹고 싶다고 엄마를 조르는 바람에 자리가 생기지 않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식사시간이 거의 다 돼서야 기자도 간단히 먹을 수 있었지만 이 조촐한 식단이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환경이 중요하다는 점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 배추절임 시범을 보이는 마을이장님
ⓒ2004 김용완
패스트푸드와 외국 농산물에 익숙한 아이들에게서 이런 반응이 있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였다. 신선한 우리농산물이 좋다는 건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몸이 가장 잘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더불어 해보게 됐다. 조금 전에는 기자가 아이들 보고 “빨리 먹고 나와라~, 애들아~”했는데, 지금은 이장님이 뒤늦게 밥 먹고 있는 사람들에게 “빨리 나오세요~, 휴양림 올라갑니다”하고 있다.

백덕산은 겨울산행이 참 좋습니다

이장님댁 바로 뒤에 위치한 백덕산은 서울에 본사를 둔 한 대기업이 산을 구입해 스키장을 만들려고 했을 정도로 좋은 공기와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라는 것이 휴양림에 대한 이장님의 설명이다. 산 정상까지 오르는데 30분이면 족하지만 싸늘한 날씨에 고사리 손을 호호 불며 오르는 꼬마친구들의 뒤뚱뒤뚱 엉덩이가 앙증맞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과 조금 가파른 산세는 휴양림을 오르는 이들의 숨소리를 거칠게 했지만 정상에서 맛보는 마을의 아담한 풍경은 눈을 시원하게 해 체험한번 하고서는 오감이 즐거워지는 기분이다. 한편 정상에 도착하자 이장님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저~~어기는 계촌마을, 여기는 백덕산…” 마을자랑에 한창인 이장님의 넉넉한 표정이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까지 여유롭게 한다.

한포기는 더 못 가져가니, 대신 크~은 걸로 골라서 가져갈래요

산에서 내려오자 김장 속과 마을 분들이 절여놓았다는 배추가 가지런히 하우스 안에 진열돼 있다. 서둘러 모여드는 체험주부의 모습에서 오전에 볼 수 없었던 열의가 비친다. 이유인즉, 오전에 이장님이 설명하신 평창의 배추와 물이 그들의 마음을 바꿔놓은 듯 보였다. 우리 농촌 홍보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도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다.

▲ 점심식사후 휴식공간으로 좋은 백덕산 휴양림
ⓒ2004 김용완
빨간 김치 속 때문에 애들이 걱정이었지만 다행이도 예정에는 없었지만 경운기가 큰 몫을 했다. 아이들 처음 보는 경운기와 곰방대에서 나오는 듯한 경운기 연통의 연기 그리고 덜컹거리는 경운기 타는 재미가 아이들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주었다. 요철이나 구덩이를 지나가는지 간혹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즐거운 음악처럼 하우스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덩달아 김치 담그느라 정신없는 체험주부들의 입가에도 함박웃음이 가득해진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김치는 담가본 적도 없다던 주부들의 손놀림이 좋은 김치를 가져가야겠다는 생각과 주부생활의 기본가락이 더해지면서 더욱 분주해진다. 한 사람당 5포기씩 정해져 있었던 터라 개수보다 크기에 승부를 거는 젊은 주부들의 모습이 영락없는 우리네 아줌마, 주부들의 모습이다.

체험자, 주관자 모두 ‘윈윈’해야 농촌체험관광 활성화 된다

즐겁게 체험하고 한 아름 가득 김치를 들고 가는 체험가족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김장도 해결하고 즐거움도 담아가니 왜 즐겁지 않겠는가!

▲ 질좋은 배추로 만든 김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맛있게 먹고 있다.
ⓒ2004 김용완
하지만 많은 경우의 체험관광이 그렇듯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주관자에게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아 어려운 것이 우리농촌 체험관광의 현실이다. 이날 역시 예외는 아니었는데 배추 한포기당 천 원씩 손해보고 행사를 진행하셨다는 이장님의 얘기가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에 잠기게 했다.

우리 농촌, 우리 먹을거리에 대해서 많은 언론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생각 말이다. 이번 주도 많은 도시인들이 우리네 고향, 농촌에서 따듯한 체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 농촌체험은 아직 언론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2004 김용완

2004/11/18 오후 11:54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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