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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워도 변치않는 노부부의 사랑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12. 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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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하면 '시간여행'을 떠납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변치않는 노부부의 사랑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혜원(happy4) 기자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남편과 심하게 말다툼을 하고 서로 돌아누워 잠이 든 것이 어느새 일주일째입니다. 이제는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는 생각도 나지 않지만 자존심상 먼저 화해를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처럼 상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 날이면 약이라도 먹듯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오래된 사진첩을 들추어보는 일이죠.

▲ 부부 사이에도 일정한 거리유지가 필요할까요?
ⓒ2004 김혜원
작년 남편과 함께 다녀온 동해 아야진의 사진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우리 부부의 오늘을 예견하는 듯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걷는 뒷모습…. 어쩌면 부부는 평생 이처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 관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귀퉁이가 다 닳아 먼지가 나는 오래된 앨범 하나를 집어 좋아하는 오래된 책 냄새를 맡으며 누렇게 바랜 사진들을 들여다봅니다.

그 속에 19년 전 우리 부부의 결혼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흰 웨딩드레스를 입은 저와 검은 양복을 입은 남편은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활짝 웃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약효가 있습니다.

또 다시 몇 장을 넘기니 부모님의 결혼식 사진이 나옵니다. 45년 전 1959년 부모님의 결혼식 사진입니다.

흰 치마저고리에 면사포를 쓴 스물다섯 수줍은 신부와 검은 양복에 포마드를 듬뿍 바른 신랑의 모습은 마치 찰리 채플린의 흑백영화처럼 재미있고도 아름답습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라는 주례선생님의 말씀대로 마흔 다섯 해를 함께 하신 두 분의 머리에는 어느새 흰 서리가 내려 있습니다. 이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두 분의 청춘을 생각하니 가슴언저리가 뻐근해오는 듯합니다.

▲ 할아버지 할머니의 결혼사진
ⓒ2004 김혜원
또 한두 장 낡은 사진첩을 넘겨봅니다. 아주 낡고 오래된 사진 한 장이 거기에 있습니다.

76년 전, 그러니까 1928년도에 찍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결혼사진입니다. 사모관대를 한 열여덟 할아버지와 연지곤지 찍고 대례복을 입은 열여섯 할머니는 아직도 십대인 채로 사진 속에 서 계십니다.

할머니 키가 너무 작아 할아버지와 키를 맞추기 위해 커다란 박스 위에 올라서서 찍으셨다던 당시로서는 드문 결혼사진입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었던 지독히도 가난하고 무지했던 할아버지. 남의 이불솜들 틀어주는 솜틀집을 하시던 할아버지는 늘 머리부터 발끝까지 먼지를 뒤집어쓰고 계셨지요.

목이 컬컬할 때쯤 할머니가 가져다주시는 막걸리 한 사발을 시원하게 비워내신 할아버지는 언제나 "남세스럽다"며 싫다는 할머니를 붙잡아 억지로 뺨에 입맞춤을 하곤 하셨답니다.

구척장신이셨던 할아버지는 당신 허리춤 정도밖에 오지 않을 정도로 작은 할머니를 늘 공깃돌에 비유하며 "난 네 할머니가 너무 예뻐서 공깃돌처럼 호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싶다" 하셨지요.

손자들이 있던 없던 할머니 뺨에 입을 맞추길 좋아하시던 할아버지는 할머니만 곁에 계시면 너무 좋아서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고 하실 정도였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자손들은 열여섯 꽃다운 소녀 때처럼 할머니에게 활옷을 입히고 연지곤지를 곱게 찍어 다시 한번 할아버지에게 시집 보내드렸습니다. 생전에 그러셨듯 하늘나라에서도 영원히 사랑하며 함께 사시라고요.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어 물려줄 아무 것도 없었다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오늘 저에게 아주 큰 가르침을 주십니다.

"가난하지만 어렵지만 서로 사랑하고 살아라"고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두 분의 진득하고도 따스한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분의 모습처럼 변치 않는 애정이며 관심이고 배려일 것입니다.

사진 속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저에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이제 그만 화해하고 우리처럼 사랑하며 살거라"하고요.

2004/12/06 오후 2:12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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