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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에서 태어나 평생 톱과 함께 산 김 할아버지는 담양 시장 내에선 톱할아버지로 불린다. 담양읍 객사리 201번지 후미진 구석이 김 할아버지의 일터. 오늘도 어제처럼 두꺼운 돋보기를 쓰고 톱날을 다듬고 있다. 버튼 하나로 작동하여 커다란 나무도 순식간에 넘기는 전동톱과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미끈한 현대식 톱과 당당히 겨루기라도 하려는 듯 자랑스럽게 진열판 위에 가지런히 놓인 김 할아버지가 만든 톱들. 하지만 왠지 모를 쓸쓸함과 측은함이 감도는 김 할아버지의 가게. "담양은 대나무가 많으니 톱이 많이 필요하지"하고 말하는 김 할아버지. 어릴 적 마을에 일본 톱공장에서 기술을 배워온 사람을 따라 톱을 만지게 되었다는데 그게 평생 직업이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 사람이 기술이 좋다고 칭찬만 안 했어도 그만뒀어." 김 할아버지는 어릴적 자신에게 톱 만드는 기술을 가르쳤던 마을 사람을 탓한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기라도 하듯 하나둘 그만두더니 얼마 전엔 그나마 남아 있던 한 사람마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 이젠 재래식 톱을 만드는 사람은 김 할아버지 혼자만 남았다. 동지가 없다는 외로움으로 허전했다는 김 할아버지, 마지막 남은 톱 만드는 곳이기에 더욱 더 잘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기력이 쇠약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력이 약해져 가는 것도 뒷전이고 그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난 혼자 남았다고 가격을 올리고 그러진 않았어." 소박하고 진솔한 김 할아버지의 대답이다. 행여 남들이 이제 재래식 톱 만드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어서 배짱을 부린다고 할까봐 절대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나라고 얼마를 더 하겠어?"하고 체념하듯 말꼬리를 흐린다. "여기 할아버지 참 대단하셔요. 쇳가루까지 마셔가면서 현대식 톱에 밀려도 평생을 톱에 매달리니 말입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담양장이기에 구석구석 좀더 돌아볼 요량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하고 인사하니 그저 아무 말 없이 빙그레 웃기만 하는 김 할아버지. 점점 멀어져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나라고 얼마를 더 하겠어?"한 말이 자꾸 뇌리를 스친다. | ||||||||||||||||||
2004/12/02 오후 11:04 ⓒ 2004 Ohmynew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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