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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에 사투리 쓰면 실패한다고?

세상사는얘기/다산함께읽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7. 10. 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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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에 사투리 쓰면 실패한다고?

200만 관객과 사투리 쓰는 멜로 주인공


http://www.dailian.co.kr/news

2007-10-18 10:58:15 


드라마 <로비스트>에서 공부에 집중하는 대신 활달한 행동을 좋아하는 소영(마리아)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공부를 잘하고 얌전한 문영(에바)은 표준말을 쓴다. 즉 공부 잘하는 동생은 사투리를 쓰고, 공부 잘하는 언니는 표준어를 쓴다. 무슨 다문화(?) 가족인가 싶다. 성적표와 사투리는 인과관계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끝난 드라마 <향단전>에서 향단이는 표준말을 쓰고 그의 아버지는 사투리를 썼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춘향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는 사투리를 쓰는 향단이가 왜 <향단전>에서만 표준어를 사용했는가 이다. 더구나 방자는 여전히 사투리를 사용하는데 말이다. 그것은 향단이가 주인공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 작품에서도 춘향이는 표준어를 구사하고 그의 어머니 월매는 사투리를 구사한다. 이렇듯 표준어는 지적이고 중요한 인물의 전유물이다.


최근 개봉 영화에서도 이러한 면은 반복된다. 영화 만남의 광장에서는 멍청함과 순진함을 드러내기 위해 임창정이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한다. <사랑방선수와 어머니>에서 김원희를 사랑하는 임형준은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는데 외모는 그렇고 그렇다. 반면, 서울에서 온 손님 정준호는 말끔하다. 사채업자 이한위는 역시 사투리를 쓴다.


얼마 전 <화려한 휴가>에서도 주요 인물들은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희극적인 인물 특히 박철민이 전라도사투리를 사용했다. 물론 주변부 인물들은 모두 사투리를 사용했다. 대중문화 작품에서 주변적 혹은 희극적인 인물이나 촌스럽고, 하위계층을 상징하는 것은 사투리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어제 오늘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겹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지겹게 대중문화 속에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지겹게 느껴져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법칙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멜로 영화에는 사투리 쓰는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춘향전은 멜로극이라고 볼 수 있다. 신분간의 장벽을 이기고 사랑을 이루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전은 모두 전라도 사투리로 기록된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현대의 대중문화 작품은 모두 표준어로 바꾼다.


사실 이렇게 모두 표준어로 바꾸는 것은 표준어 원칙을 지키기 위한 목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멜로 작품의 주인공들이 사투리를 사용하면 촌스럽고, 멋진 아우라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인식도 크게 작용했다. 그것은 흥행이나 시청률 확보에서 실패하는 것을 말했다. 이러한 실패를 우려해 사투리를 거세시켜왔다.


영화 <사랑>은 마초적인 깡패에 사랑이야기를 더한 영화 <친구>의 또 다른 버전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 영화 <사랑>을 본 이들이 200만을 넘어섰다. 새삼 200만 명을 넘은 사실을 강조하는 것은 손익분기점을 넘겼기 때문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한 영화중 최고의 기록이라고 한다.


롯데는 ‘9월 개봉한 5편의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2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본 얼티메이텀´ 보다 한 주 먼저 200만 고지를 넘었다’다고 밝혔다. 영화 <사랑>의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경상도 사투리가 영화의 핵심도 아닐 것이다.


여하간 영화 <사랑>은 이제 멜로 영화의 주인공이 사투리를 써도 흥행에서 실패는 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가 되었다. 관습화 된 채 편견을 조장하는 사투리 사용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아쉽게도 영화 <사랑>에서 깡패인 주진모는 사투리를 쓴다는 면에서 조폭=사투리라는 도식을 계속 이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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