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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지경'에 빠진 盧 대통령의 파병 논리

세상사는얘기/다산함께읽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7. 10. 24.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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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지경'에 빠진 盧 대통령의 파병 논리
  [기고]정동영 후보의 반대, '끝까지 갈 것인지'에 주목
  2007-10-23 오전 8:01:31
  정부가 기어코 철군약속을 뒤집었다. 10월19일 정부는 청와대에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자이툰부대 이라크 파병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북핵 6자회담에서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 이라크 유전개발과 재건사업 등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데 유리하다는 점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정부의 파병연장 논리는 전혀 근거가 없다.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론, 경제적 실리론 등은 정부가 파병 초기부터 내세우던 논리로 파탄난 지 오래다. 파병연장은 미국의 요구에 굴복한 것일 뿐, 주체적인 입장에서 국익을 생각한 결정이 아니다. 지난 4년 동안 필자는 이를 지적해왔다.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은 이라크전쟁 실패 때문
  
노무현 정권은 "이번이 마지막 연장"이라던 작년의 약속을 저버린채 올해 또 다시 파병연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2004년 자이툰부대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연합뉴스

  첫째,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론부터 살펴보자. 이는 2003년 4월 이라크 파병을 시작할 때부터 정부가 내세운 논리다. 미국의 파병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파병하고도 미국으로부터 어떤 약속도 받아내지 못했다.
  
  파병으로 인한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은 우리의 기대에 불과했다. 미국은 한국군 파병과 북핵 해법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2003년 한국군을 파병하자마자 미국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그 뒤에도 대량살상무기대처훈련(PSI) 실시, 위폐문제 제기, 마카오 BDA은행 북한자금 동결 등 북한에 대해 압박일변도의 강경정책을 계속했다. 또 미국은 2005년 6자가 합의한 9.19 비핵화 공동성명도 곧바로 무시했다.
  
  역설적으로 북핵문제가 평화적 해결로 가닥이 잡힌 것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은 후세인정부를 쉽게 무너뜨렸다. 하지만 저항세력들의 무장항쟁을 제압하지 못하고 수렁에 빠져버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2만8000명을 증파해 저항세력을 공격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여력이 없어져 버렸다.
  
  이라크 정세만 안정됐다면 미국은 2003-2004년 북한에 군사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만큼 9.11 테러 직후 미국 정부에 포진한 신보수주의자들의 기세는 등등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군사행동을 막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했지만 불침약속을 받지 못했다. 결국 이라크 침공이 실패로 돌아가고, 지난해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고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미국의 태도가 바뀌었다.
  
  쿠르드자치정부 양해각서는 효력 없어
  
  둘째, 경제적 실리론도 현실과 전혀 다르다. 석유부터 보자. 올해 1월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 한국석유공사, 민간 정유업계 등으로 구성된 자원협력사절단이 쿠르드자치정부(KRG)와 유전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중앙정부 석유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쿠르드자치정부와의 석유사업은 실효성이 없다.
  
  무엇보다 사업의 위험성이 너무 크다. 쿠르드자치정부는 아르빌 주변 10여 개 광구 중 한국이 유망광구를 선정하면 개발권을 줄 테니 투자하라는 것이다. 자금회수에 대한 보증장치는 없다. 석유로 현물상환을 얘기하지만 쿠르드지역 산유량은 하루 3만 배럴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10년이 지나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
  
  아르빌지역 석유매장량은 이라크 전체 매장량 1150억 배럴의 3%정도인 3~40억 배럴로 추정된다. 인근의 유전지대인 키르쿠크와 모술을 합쳐야 100억 배럴이 된다. 때문에 쿠르드자치정부는 키르쿠크와 모술을 자치정부 관할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스로 석유법을 만들어 역내 석유개발권을 행사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석유법은 법적 효력이 없다.
  
  이라크 석유는 미국과 영국이 철저하게 독점해
  
▲ 2005년 자이툰 부대를 방문한 임종인 의원. ⓒ임종인 의원실

  석유 같은 중요한 경제자원은 중앙정부 관할이다. 지난 9월 7일 두바이에서 제1차 한국-이라크 자원협력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영주 산자부 장관은 샤리스타니 이라크 석유부장관에게 후세인정부 시절 가계약까지 체결한 할파야광구 개발사업 참여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라크측은 석유법 제정이후 법적 절차에 따라 입찰이 진행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석유관련 사업은 석유법이 통과돼야 가능하다. 그러나 올해 2월 이라크 내각의 승인을 얻어 의회에 제출된 석유법은 이라크 민중과 제 정파들의 반발에 부딪쳐 표류하고 있다. 석유법이 철저히 미국과 영국의 이해관계에 맞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고용한 컨설팅회사 베어링포인트가 법안 작성에 관여하고, 다국적 석유메이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검토했다.
  
  내용도 최대 32년동안 외국투자기업에 석유채굴권과 생산권을 넘기도록 되어 있다. 유전개발 계약은 외국 석유기업 관계자들이 포함된 '이라크연방석유가스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이라크를 점령중인 다국적 석유기업들이 이라크 석유를 싼 값에 약탈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유수입 배분문제는 종파와 종족 간 분쟁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이라크 석유개발에 뛰어들기는 매우 어렵다. 이라크를 점령한지 5년째지만 석유는 미국과 영국 기업이 철저하게 독점해왔다. 파병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석유를 확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구나 미국의 침공이후 송유관에 대한 큰 공격만 400건이 넘는다. 2006년 석유관련 시설과 직원에 대한 공격으로 죽은 사람만 289명이다.
  
  쿠르드 개발사업도 선투자금 회수전망 없어
  
  건설 중심의 재건사업도 마찬가지다. 올해 8월 13개 국내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한국-이라크 합자법인 코리쿠르디가 역시 쿠르드자치정부와 23조 원 규모의 재건사업 양해각서를 맺었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어려운 쿠르드자치정부가 투자자를 모으려고 양해각서를 남발한 것에 불과하다.
  
  현지 사정을 알면 이들 양해각서가 얼마나 실효성이 없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양해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 양해각서에 나열된 다목적댐이나 고속도로 같은 사업들도 시행이 불투명하다. 쿠르드자치정부가 발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이 선투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2004년부터 해마다 아르빌을 방문해 쿠르드자치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들로부터 자이툰부대 장기주둔과 투자해달라는 호소를 귀가 따갑게 들었다. 쿠르드 독립을 반대하는 나라들로 둘러싸인 자치정부로서는 자신들의 생존과 경제발전을 위해 한국군과 한국의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행했던 기업인과 학자들은 쿠르드 지역의 사업전망을 낮게 보고 있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후 2006년 말까지 이라크 정부는 모두 3297건의 재건사업을 발주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은 한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이라크 정세 악화로 위험하다고 정부가 우리 기업의 참여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2003~2007년까지 우리 정부가 이라크 재건을 위해 지원하는 2억6000만 달러에 대한 사업프로젝트만 우리 기업이 위험을 피해가며 수행하고 있다.
  
  철군이 북핵 해결과 경제적 진출에 더 이로워
  
  자이툰부대 이라크파병이 벌써 5년째다. 그런데도 이라크 정세는 안정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 민중에게 미군과 다국적군은 점령군일 뿐이기 때문이다. 명분을 조작해 시작한 부도덕한 이라크전쟁은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전 세계가 이라크전쟁을 규탄하고 있다. 최근 미국인의 72%가 이라크전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 국민도 60%가 철군을 바라고 있다.
  
  지난해 파병연장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는 올해 안에 철군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약속을 지켜야 한다. 근거도 없는 북핵문제 해결론이나 경제적 실리론을 내세워 국민을 속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현실은 이라크에서 철군해야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경제적 진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의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각 당 대선후보들 파병연장에 반대입장 밝혀야
  
  대선후보들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 친미발언을 일삼고 부시 대통령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다 망신만 당한 숭미파 한나라당 이명박후보는 당연히 찬성하리라고 보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공미증세가 심했던 통합신당과 정동영후보는 '뜻밖에도' 연장에 반대했다. 다행이다.
  
  그러나 입장을 끝까지 유지하고 노대통령의 뜻을 거슬리지는 지켜봐야 한다. 통합신당은 노대통령의 잘못을 한번도 제대로 거스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예컨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 한·미FTA) 또 작년에 열린우리당은 철군 당론을 뒤집어 연장에 찬성한 전력도 있다. 문국현 후보, 권영길 후보는 반대입장을 밝혔다. 잘한 일이다.
  
  10월17일에는 터키 의회가 쿠르드반군 소탕을 위해 이라크 북부에 병력을 파견하는 안을 승인했다. 쿠르드자치정부도 터키가 국경을 넘어 공격하면 반격할 것임을 천명했다. 쿠르드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이툰부대 파병을 연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자이툰부대가 이라크에 있는 것은 미국의 이라크 불법침공이 미국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깡패가 선량한 시민을 때리는데 망봐주는 일은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
   
 
  임종인/국회의원(무소속)

'결자해지' 고이즈미, '나 몰라라' 노무현
  대국민 거짓말…'카드'로도 못 쓴 자이툰 주둔 연장
  2007-10-22 오후 10:15:59

  정부가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의 주둔을 또다시 연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1200여명 규모의 병력을 600명 가량으로 줄여 철군 시기를 내년 말로 조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이툰 부대 임무종결계획서를 이번 주 내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가 자이툰 주둔을 지속해야 한다며 내건 명분은 크게 두 가지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게 첫 번째고, 이라크 재건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놔야 한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2007년 말 철군'을 공언했던 정부가 결국 거짓말을 한 셈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이툰으로 북핵 해결에서 미국의 협조를 받는다'는 말이 과연 타당한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임기 끝나기 전에 자위대 불러들인 고이즈미
  
  정부가 임무종결계획서에 '파병 연장' 대신 '철군 시기 조정'이란 표현을 넣은 것은 이번 결정이 '연장도 아니고 철군도 아닌 어떤 것'이라는 뜻을 담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묘안'을 짜낸 것은 올해 말까지 철군하겠다는 작년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년간 자이툰 주둔 연장설이 불거질 때마다 철군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아 왔다. 대표적으로 한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5월 31일 국방부 쪽 파병연장설이 흘러나오는데 대해 "우리 (철군)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랬던 정부가 말을 확연히 바꾼 것은 지난 17일이었다. 그동안 '연내 철군 불변'을 확인해 온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그날 "올해 말까지 철군하겠다는 기존의 방침과 한반도 현안을 풀어나가는데 있어 한미공조의 중요성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철군 시기 조정'이란 말로 표현한다고 해서 정부의 '대국민 거짓말'을 은폐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난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장' 대신 '시기 조정'이란 표현을 쓴 것은 노무현 정부가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는 적극적인 평가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경우에나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고이즈미는 총리 재임 시절 그토록 친미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임기가 끝나기 전 이라크에 파병됐던 자위대를 모두 불러들여 결자해지(結者解之)를 실천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묶어 놓은 매듭을 차기 정부가 풀라고 떠넘기는 동시에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키게 됐다.
  
  참여연대는 22일 성명서에서 "연내 철군하겠다는 지난해의 약속도 미국의 파병 연장 요청 앞에서 공염불이 되는 마당에 미국의 파병요청이 계속되는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미국과의 공조가 전혀 필요없게 되지 않는 한, 내년에 철군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자이툰 있었어도 안 풀렸던 금융제재
  
  노 대통령은 23일로 예상되는 대국민 담화에서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라는 해묵은 논리로 국민들을 설득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이툰으로 북핵을 푼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2005년 9.19공동성명부터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까지의 위기 정국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미국은 당시 북한에 취해진 금융제재를 완화했으면 하는 한국의 희망을 철저히 외면했다. 자이툰 부대를 파병해 미국을 돕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태도를 변화시키는데 아무런 변수가 되지 못했다.
  
  북핵 문제가 위기가 아닌 해결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현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북핵 문제가 순풍을 탄 것은 대외정책에서 실패만 경험했던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 문제 하나라도 건져보자는 절박함 때문에 조성된 국면일 뿐이다.
  
  즉 미국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상황이지,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 고마워서 '한국 원하는 대로 해겠다'는 게 결코 아닌 것이다. (☞관련 기사 : "평화대통령? 자이툰 철수부터!")
  
  자이툰 병력을 증파해도 미국 뜻대로 될 것
  
  이달 초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나타나고 있는 미묘한 변화를 봐도 그렇다.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7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시기와 관련해 "연내 성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같은 날 "종전선언은 평화체제 협상의 끝에 하는 것일 수도 있고 평화체제 협상의 개시 선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종전선언의 시점이 앞당겨 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노 대통령 임기 내에도 뭔가가 가능하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종전선언이 금방이라도 추진될 것 같았던 분위기는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 '북핵이 폐기되는 시점에서 평화체제 협상의 개시가 가능하다'는 미국 측의 잇달 발언 등을 거치며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에 따라 이제는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은 커녕 연내에 6자 외교장관 회담만 성사시켜도 큰 성과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전언이다.
  
  이에 송민순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한미가 이해하고 있는 것은 비핵화가 '의미있는 진전'을 할 경우 평화체제 논의를 출범시킨다는 것"이라며 '의미있는 진전'은 "손에 잡히는 불능화"라고 답했다. 이는 7일 발언과는 확연히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 것으로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속도조절이 이뤄졌음을 짐작케 했다.
  
  사실 미국은 그동안 '종전선언'이란 말을 한 번도 쓰지 않았고, 단지 북핵이 폐기되면 '평화협정' 혹은 '평화조약'을 맺을 수 있다는 입장만을 밝혀왔다.
  
  이처럼 미국은 철저히 자신들의 필요와 시간표에 의거해 북핵 문제를 다루고 있다. 종전선언을 추진하자는 남북 정상의 합의도 자신들의 로드맵에 맞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자이툰 주둔 연장이 아니라 이라크에 한국군을 증파하겠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종전선언이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더라도, 자이툰 주둔 연장을 대미 협상의 카드로 활용해 '종전선언 추진을 지지한다'는 정도의 발언만이라도 이끌어 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담화가 예상되고 있는 전날까지도 미국은 그런 기미를 일절 비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자이툰으로 북핵 문제에서 미국의 협조를 이끌어 낸다'는 논리는 이처럼 빈약하기 짝이 없는 희망사항인 것이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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