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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절망시켜버리고 희망으로!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12. 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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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절망시켜버리고 희망으로!
[포토에세이] 성탄절, 성산일출봉의 해돋이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민수(dach) 기자   
ⓒ2004 김민수

아직은 미명의 새벽이다.

겨울 바닷바람이 제법 세게 불어오는 새벽 우도가 보이는 성산일출봉 아래의 바다에 서 있었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도시에서는 각양각색의 축제들이 펼쳐진 모양이다. 그러나 작은 시골마을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하루를 보내고 하루를 맞이한다.

어쩌면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는 사람들의 암울한 삶일지도 모르겠다.

바람에 머리칼이 휘날리고 귓볼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2004 김민수

한 겨울에도 넉넉하게 피어 있는 유채는 어느 밭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와 이 곳에 자리를 잡았는지 모른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뿌리를 내린 그 곳에서 피어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피어나는 것일 뿐이다.

겨울이라고 미루지 않고, 기다리지 않고 피어나 어떤 이들에게는 절망을 절망시켜버린 희망으로 다가온다.

ⓒ2004 김민수

해돋이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 돌아갔다.

저 구름 사이로 잠시잠깐이라도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비출 것을 기대하며 기다린 보람이 있는지 홀로 남아 있는 시간에 붉은 해의 기운이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조금 더 기다리길 참 잘했다.

어쩌면 우리의 삶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 끝났다고 절망한 그 순간만 절망하지 않았다면 절망을 절망시켜버릴 수 있는 그런 순간 말이다.

ⓒ2004 김민수

햇살의 기운이 바다를 한껏 감싼다.

해돋이를 보지 못하게 했던 먹구름들도 이젠 그와 더불어 그 어느 때에도 없었던 광경을 연출한다. 내가 서 있는 그 곳에 나밖에 없으니 온 우주가 나를 위해 이 모든 순간들을 연출하는 것 같아 행복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그런 존재들이다. 내가 서 있는 그 곳, 거기에는 나 외에 누구도 없다. 그 곳에서 바라보고 느끼고 누리는 모든 것들은 오로지 나에게만 허락한 신의 은총이자 시간이다.

ⓒ2004 김민수

시시각각 변하지 않는 듯 변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저렇게 변하지 않는 듯 변하는 그 하루하루가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나를 세워놓았다.

요란스럽게 살아가면서도 변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2004 김민수

좀더 멀리서 바라보자.

때로는 우리의 삶도 멀리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너무 가까이에서만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매몰되어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고 살아가게 된다.

그냥 그렇게 멀리서 바라보니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것들이 소소하게 보인다.

때로는 너무도 내 안에 간직하기 힘들 정도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큰 것들을 작게 바라볼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2004 김민수

온누리에 퍼지는 햇살을 보며 전쟁의 포화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평화의 햇살이 고루고루 퍼지길 기도한다. 그리고 절망하는 이들에게 저 햇살이 희망의 햇살이 되어 절망을 절망시킬 수 있는 힘을 주길 기도한다.

그리고, 저 햇살 한 줌이 내 안에도 남아 있어 내 마음 속의 어둠을 몰아내길 기도한다.
김민수 기자는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입니다.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리지 않는 그의 글은 <강바람의 글모음>www.freechal.com/gangdoll을 방문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2004/12/25 오전 9:37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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