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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가는 군것질, 뽑기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12. 2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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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가는 군것질, 뽑기
날 어두워지는 줄 모르고 계속되는 슬비와 예슬이의 뽑기 체험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이돈삼(ds2032) 기자   
▲ 예쁜 불량식품 '떼기(뽑기)'
ⓒ2004 이돈삼
“아저씨! 뽑기 해 주세요.”
“오냐, 10원 내라.”

어렸을 적 즐거움 가운데 군것질을 빼 놓을 수 없다. 빈 호주머니일 때가 대부분였지만 10원만 있어도 가능한 게 여러 가지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떼기(뽑기)’였다.

10원짜리 떼기에도 이벤트는 있었다. 그 아저씨는 그 설탕 과자에다 별이나 모자 모양의 틀을 꾸욱 찍어 준 다음 그 틀을 부러뜨리지 않고 모양대로 떼어 내서 가져가면 덤으로 한 번 더 뽑기를 해 줬다. 그래서 ‘떼기’라는 이름을 놔 두고 ‘뽑기’라고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별 모양은 어려웠다. 그러나 동그라미나 모자 모양은 쉬웠다. 자동차와 비슷한 모양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집에 가져가서 바늘로 조심스럽게 콕콕 찍어 떼어 내거나, 침을 묻혀서 살살 녹여서 떼어내면 정말이지 보기 좋게 떼어졌다. 그러나 떼기 아저씨는 귀신 같이 알았다.

“이건 안돼. 바늘로 했지?”
“이건 침 묻혀서 했지? 이것도 안돼.”

정말이지 인정사정 봐 주지 않았다. 슬비도 어느새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난 결코 그런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없는데 말이다.

▲ 설탕은 넣은 국자를 연탄불 위에 올려 놓고 열심히 젓고 있는 예슬이와 슬비.
ⓒ2004 이돈삼
▲ 다 녹은 설탕(갈색 액체)을 쟁반에 붓고 있는 슬비.
ⓒ2004 이돈삼
지난 일요일, 담양에 있는 송학민속체험박물관엘 또 갔다. 슬비와 예슬이는 이곳에서 떼기를 스무번도 넘게 했다.

슬비는 박물관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떼기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예슬이도 언니를 뒤따라갔다. 슬비가 먼저 국자를 하나 들고 조심스럽게 설탕을 두숟가락 넣고 나무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연탄불에 올려 놓고 젓기를 되풀이했다.

예슬이도 금세 따라서 설탕이 들어 있는 국자를 들고 언니가 앉아 있던 통나무 의자에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얼마나 저었을까. 국자 안에 있던 설탕이 서서히 녹기 시작하더니 금세 갈색 액체로 변했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옆에 놓여 있던 소다를 나무젓가락에 살짝 묻혀 넣고 다시 저었다. 순간 갈색 액체는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슬비가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 쟁반 앞으로 가서 떼어 냈다. 쟁반에는 설탕 가루가 뿌려져 있어 달라 붙지 않았다. 예슬이도 벌써 뒤따라 와서 별 모양을 찍고 있었다. 슬비는 자동차 모양을 찍었다.

그리고 둥근 모양의 양철판으로 누르고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성공!" 둘의 목소리가 하나 되어 터져 나왔다. 별 모양과 자동차 모양을 예쁘게 떼어낸 것이다.

“아저씨! 한번 더해도 되죠?”
“예슬이도요.”

“그래, 한번씩 더 해라.”
“아싸구리….”

▲ 누구의 것이 더 예쁘게 만들어질까? 자동차 모양을 떼어 내면서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슬비와 예슬이.
ⓒ2004 이돈삼
▲ 떼기의 모양을 결정짓는 순간. 지켜보는 이의 표정까지도 심각하다.
ⓒ2004 이돈삼
슬비와 예슬이의 손놀림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민첩해졌다. 설탕을 녹이는 시간도 훨씬 빨라졌다. 한편으로는 으스대기도 하면서….

그러나 방심은 금물. 예슬이가 소다를 너무 많이 넣은 모양이다. 예슬이가 만든 떼기의 맛이 너무 씁쓰름했다. 별 모양이 깨지기도 했다.

그 순간, 슬비가 예슬이한테 귓속말로 뭐라고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예슬이의 얼굴도 활짝 펴졌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떼어낼 때 젓가락에다 살짝 물을 묻혀서 조심스럽게 떼어 내면 원형 그대로 완벽하게 떼어낼 수 있다고 말해 준 것이었다. 슬비의 지도를 받은 예슬이의 이후 솜씨는 거의 완벽했다.

자매들의 떼기 체험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다른 어린이들이 몰려들어 떼기 체험장이 번잡하다 싶으면 잠시 자리를 벗어나 붕어빵 만들기를 했다.

▲ 내가 만든 것이에요. 예슬이는 별 모양을, 슬비는 자동차 모양을 찍었다.
ⓒ2004 이돈삼
슬비와 예슬이의 떼기와 붕어빵 만들기 체험은 날이 어두워져도 계속됐다. 중간에 장작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었던 터여서 배는 그리 고프지 않았을 게다.

우리 가족의 귀가는 아이들을 보채고 보채서 7시를 넘기고서야 시작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지칠 줄 모르고 노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피곤하지도 않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송학민속체험박물관에서 점심을 먹은 직후부터 떼기와 붕어빵 만들기 외에도 굴렁쇠 굴리기, 널뛰기, 투호놀이, 윷놀이 등을 했다.

큰 아이 슬비는 쑥스러운 듯 그냥 웃고 만다. 그러고는 반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빠! 우산초등학교 다니는 친구들 가운데 제가 떼기를 제일 많이 해봤겠죠?”
“그러겠지.”

작은 아이한테 다시 한번 물었다.

“예슬아! 너는 피곤하지 않아?”
“물론, 피곤하죠.”

그 대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5분쯤 지났을까. 뒷좌석이 조용하기에 돌아 봤더니 예슬이는 이미 꿈나라로 간 뒤였다. 슬비는 잠시 만화책을 보더니 꾸벅꾸벅 졸고 있다.

“슬비야! 의자에 기대고 좋게 자거라.”

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슬비도 깊은 잠에 빠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은 운전대를 잡고 있었지만 나의 머리 속은 이미 추억 여행을 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 딱 한번 뽑기를 했다가 까맣게 태운 국자 때문에 엄마한테 혼났던 기억이 새록새록 묻어났다.

아마도 어릴 적 추억은 예쁘고 유치한 색깔의 불량식품이 있어서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별 모양을 완벽하게 만들어낸 예슬이.
ⓒ2004 이돈삼
▲ 담양 송학민속체험박물관에 있는 떼기 체험장. 전등에 불이 켜지고 있는 초저녁이다.
ⓒ2004 이돈삼

2004/12/27 오후 2:59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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