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제주도 '가을감자' 눈으로 맛보세요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12. 31. 00:47

본문

728x90
<사진>제주도 '가을감자' 눈으로 맛보세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종달리 감자 수확 풍경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민수(dach) 기자   
▲ 감자밭의 돌담너머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2004 김민수
겨울 찬바람이 며칠째 매섭다. 저 멀리 한라산 백록담에는 백설의 기운이 완연하고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종달리의 돌담 밭에도 예외 없이 겨울 바람의 기운이 돌담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다.

추운 겨울에도 제주의 밭은 초록의 물결이며 농한기로 접어든 육지와는 달리 추운 겨울에도 농번기를 보내고 있다. 감자와 당근은 제철을 맞았고, 배추와 무는 이제 곧 수확철을 맞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수확기를 맞이한 감자 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나 우리 농민들이 도박하듯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될까? 이 나라에서 그런 꿈을 꾸어도 되는 것일까?

▲ 감자를 캐는 아낙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2004 김민수
추운 바람을 뒤로하고 달려간 북제주군 구좌읍 종달리 '조석작목반'의 감자밭은 마치 떠들썩한 잔칫집마냥 분주하다. 가을에 심은 감자, 이른바 '가을감자'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감자를 캐고 선별하고 박스포장에서 운반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감자밭에서 바라본 풍광들은 가히 환상적이다. 동으로는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서로는 아름다운 곡선을 간직한 오름의 행렬이 즐비하다. 소비자들이 이 감자가 이런 기운을 받고 수확되었다는 것을 안다면 그 맛은 더욱 더 각별할 것만 같다.

▲ 감자를 크기에 따라 선별한다
ⓒ2004 김민수
캐낸 감자들을 크기에 따라 선별을 하는데 그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추우면 추운 대로 햇살이 뜨거운 여름이면 더운 대로 제주의 밭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옷의 두께야 다르겠지만 언제 보아도 그 모습이다. 가까이 가면 알아볼까 했는데 얼굴을 들어 눈을 마주치기 전에는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똑같은 모습이다.

▲ 넉넉한 웃음에 마음이 따스하다
ⓒ2004 김민수
감자를 캐던 할망이 수확한 감자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다. "이거이 우리 조석작목반 감자우다, 맛나게 생겼수꽈?" 웃음으로 화답을 한다. 스스럼없이 그들의 모습을 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들꽃들과 풍경들은 언제든지 그들에게 다가가면 아름다운 모습을 선물로 주었지만 땀흘려 일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 스스로 그걸 용납하질 못했던 것 같다. 땀흘려 일하고 있는 이들의 그 수고를 셔터 한 방에 담는다는 것이 미안했다.

그래서 멀리서 그들이 알지 못할 만큼의 거리에서 몰래 사진을 찍을 때마다 스멀스멀 그들의 땀방울을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들에게 낯선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이 쉽지 않아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잠시 잠깐 일을 도와주고 하면서 그들을 익혀갔지만 돌담 밭을 기웃거려보아도 누가 누군지 눈을 마주치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 때로는 익히 잘 알고 있는 분들이라도 그냥 지나쳐 버릴 때가 많았다.

오늘처럼 아예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초청되기 전에는 앞으로도 그들의 땀방울을 찍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 이렇게 가까이서 찍기까지 3년이 꼬박 걸렸다
ⓒ2004 김민수
감자를 수확하는 이들의 미소가 행복하다. 가까이 다가가니 이른 새벽부터 쉼 없이 움직인 몸에서 열기와 함께 사람 냄새가 난다. 그 사람의 냄새는 삶의 냄새다. 새벽부터 나와 일을 했음에도 얼굴에 흙 하나 없이 화장한 얼굴 같다. 그것은 얼마나 그 일에 숙달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나같이 서툰 사람은 밭일을 하면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옷은 물론이고 손이며 얼굴까지 흙투성이가 된다. 일은 못하는데 혼자 일을 다한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사람들은 많이 웃는다. 밭에 한 번 나갔다 오면 흙을 씻어내느라 몸을 씻는데도 한참 걸린다. 다 일이 서툴러서 그런 것이다.

▲ 평생 농군으로 살아온 한동원(58세)씨의 넉넉한 웃음
ⓒ2004 김민수
종달리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한 평생 농사를 업으로 삼고 살아온 한동원(58세)씨의 웃음은 참으로 따스하고 넉넉하다. 밀감농사에서부터 더덕농사, 무, 배추, 당근 등 이 지역에서 농사지을 수 있는 것은 안 지어 본 것이 없다. 사람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한씨, 그 웃음도 일품인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넉넉한 미소를 갖기까지 그 안에 들어있는 수없이 많았던 아픔들도 있었으리라.

▲ 영화의 한장면 처럼
ⓒ2004 김민수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추위와 싸우며 밭 일을 하려면 남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외형적으로 여자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모자의 크기만 다를 뿐이다. 겨울 돌담 밭을 바라보면서 남녀를 구분하는 요령 중의 하나는 모자의 크기를 보는 것이다.

▲ 감자선별기
ⓒ2004 김민수
다라이의 구멍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일등 감자가 되기 위해서는 저 구멍에 빠지지 않아야 된다. 이른바 감자 선별기인 셈이다.땅 속에 숨어있던 보물들이 참 예쁘다. 우리 농산물을 맛나게 먹어주는 것, 그것이 농민사랑이요 나라사랑이다. 우리가 더불어 사는 것, 그것은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다.

▲ 늦어도 이틀 뒤면 소비자들을 만난다
ⓒ2004 김민수
농민들의 정성과 땀방울과 손길들을 박스에 담았다. 오늘 제주에서 수확한 가을감자는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서울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간다고 한다. 제주의 향기를 제주의 가을감자에서 느껴보는 것도 맛날 것 같다.
김민수 기자는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입니다.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리지 않는 그의 글은 <강바람의 글모음>www.freechal.com/gangdoll을 방문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2004/12/28 오후 7:35
ⓒ 2004 Ohmynews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