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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시키는대로 비닐로 책표지 싼것과, 전학년도 교과서 세권 중 하나를 집어 들어 만져 보았습니다. 눈을 감고 비교해보라고 하였더니, 아이는 책표지를 싸지 않은 것에 느낌 좋음의 점수를 금방 매겼습니다.
아이는 이담에 동생들에게 물려 주어야 하는 거니 깨끗하게 써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책표지를 싸야만 한다는 것인데, 제가 알기로는 요즘 아이들 책 물려받거나 물려주지 않으며 대형서점에서조차 일년내내 손쉽게 살 수도 있습니다. 뿐만인 가요. 요즘의 아이들에게 교과서나 학용품에 대한 가치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닙니다.
그리고 둘째는 요즘에 교과서는 엄마가 학교 다닐 때와는 그 차원이 달라서 쉽게 헤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동생에게 물려주거나 그러진 않는 걸로 알고 있단다. 이 책은 수연이가 배우고 학교에 제출하면 폐지로 재활용 될뿐이다.
어렸을때 생각이 납니다. 두껍기도 두꺼울 뿐더러 지면 가득 빼곡하게 들어찬 활자, 일년을 모두 공부하고서도 다시 후배에게 물려 주어야만 하였고, 반대로 물려 받는 입장에서는 어떡하면 좀더 깨끗한 책이 나에게도 돌아오나 순전히 운에만 맡기며 그렇게 기다렸던 교과서에 대한 기억. 그러고도 너덜해진 교과서를 몇번이고 읽고 자라난 그런 어린시절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책표지를 싸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이미 손 때가 가득 묻어버린 책을 받았기 때문에 새학년 고스란히 공부해 내야만 하기에 밀가루 푸대속 종이를 펴고 펴서 책을 쌌고, 지나간 달력 잘라서 그렇게 또 책을 싸고 싸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형제 많은 집 아이가 아둥 바둥으로 책표지를 쌌건만 책의 질은 그리 오래 버텨주지 못했습니다.
한 해는 어느 서점에서 무료로 주는 책싸는 종이를 가져다가 아이 교과서를 싸주었습니다. 밀가루 포대속지에 대한 향수도 어렴풋해져서 싸주었는데, 얼마 못가서 껍질을 모두 벗겨내고 말았습니다. 앞 뒤 책표지의 그림들이 무척 예뻤기 때문이고 종이로 가려 아이에게 보여주지 않음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피어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만날 수도 있고, 맑고 푸르른 하늘과 강산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지요. 환경 오염이 우려되어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책표지를 싸주는 것도 전 말리고 싶습니다. 종이 속에 묻어두기에는 그림이 너무 예쁘다는 것, 바라만 보아도 미소가 피어 오른다는 것, 호사스럽게, 덧붙이자면 비닐의 감촉보다는 종이의 감촉이 우리 사람에게 훨씬 편하고 안심된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워 책표지 사는 걸 말리고 싶습니다. 그것도 일삼아 일부러 말리고 싶습니다. | ||||||||||||||||||||||||||||||||||||||||||||||||
2005/02/07 오전 12:38 ⓒ 2005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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