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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오마이뉴스]천성산으로 돌아온 지율을 만나다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3. 2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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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또 할 것이냐? 그건 잔인한 질문"
[인터뷰] 천성산으로 돌아온 지율을 만나다
  윤성효(cjnews) 기자
▲ 18일 저녁 부산 범어사에서 만난 지율은 우리 사회의 원칙과 신뢰를 강조했다.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종교인들이 거리로 나서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작고 하찮은) 생명들이 먼저 나와서 알리지 않느냐. 수녀나 신부, 목사, 스님들의 행동은 본능적인 것이다. 우리나라나 지구의 환경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같은 사실을 직시하고 바른 좌표를 가져야 한다."

100일 단식의 긴 터널을 지나온 '천성산 지킴이' 지율은 여전히 '사회적 원칙과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무슨 일 하는지 궁금하죠? 요즘 하루 10시간 넘게 노동해요'라며 자랑할 정도로 홈페이지를 다시 만들고, 100만 마리 도롱뇽을 접고, 서명을 계속 받는 등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지난 9일 짤막한 기자회견 뒤 천성산으로 돌아온 지율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려 했다. 지난 주말에도 천성산의 한 암자를 찾아갔지만 허탕치고 말았다. 이후 여러 차례 전화를 넣었지만 받지 않았다. 18일 오후 지율이 천성산 환경평가 공동조사단에 참여 중인 부산대 교수를 만나러 산에서 내려왔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부산으로 향했다.

"비난하는 사람들도 다 안고 가야죠"

부산 범어사 아래에서 지율과 마주 앉았다. 지율은 '단식 100일'을 둘러싼 세간의 비난에 대해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속상했지만, 지금은 욕설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다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란다.

현재 진행 중인 천성산 환경평가 공동조사 합의서는 이달 말까지 끝낼 예정이다. 지율은 "공동조사 합의서가 매우 중요한데 부분적으로 이견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합의서 작성이 끝나면 4월초부터 환경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지율은 "공동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공사중단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동조사 결과 수용 여부와 관련, "결과가 잘못 나오면 또 단식할 것이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로 잔인한 질문"이라며 "지금까지 사회적 합의에 승복했고 이를 지켜왔다"는 점을 강조해 어떤 결과이든 수용할 뜻을 시사했다.

지율은 앞으로 '모성과 같은' 풀뿌리 환경교육운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열매를 맺기보다 뿌리를 튼튼히 가꾸기 위해 물도 주고 거름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그 시간조차 아까운 듯 실과 바늘을 들고 도롱뇽 수놓기 작업을 계속 했다.

"단식 또 할 것이냐? 그건 잔인한 질문"

▲ 지율은 도롱뇽 수놓기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으며, 작업이 끝나는 대로 전시회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 건강은 어떤지, 바깥에는 자주 다니는가.
"비교적 건강하다. 예전같이 오래 일을 못하지만 괜찮다. 일 때문에 바깥에 다닐 때가 많은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도 사람들이 알아본다. 식당 주인은 밥값을, 택시기사는 택시비를 받지 않으려고까지 한다.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고속철도 건설반대'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단식할 때 걱정했다고 하더라. 그런 분들의 마음이 정말 고맙다."

- 당시 단식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데.
"홈페이지(www.cheonsung.com)를 보면 (단식) 이전에는 욕설이 없었다. 단식 100일을 앞두고 비난글이 많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 비난을 보면서 많이 반성했다. 때론 오해라 생각하고,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속상해 했다. 지금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다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욕설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예전 같으면 그런 글들을 지웠을 것인데 그대로 둔다. 함께 안고 가야 할 숙제이며, 시대의 아픔 아닌가."

- 조갑제씨가 '실제로 단식을 했느냐'는 식으로 의문을 제기했고, <월간조선>은 '십수일간 행방이 묘연했다'고도 썼는데.
"글쎄... 감정을 상하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십수일간 행방이 파악되지 않았다면, 그렇게 말할 게 아니라 그 시간에 횟집에 있었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해야 하지 않느냐. 단식을 어떻게 했고, 그 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보면 다 나와 있다."

- 공동조사 후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과가 잘못 나오면 또 단식을 할 것이냐고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잔인한 질문이다. 지난 번에 누가 천성산에 터널을 뚫게 놓아두고 다른 걸 얻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가 있더라. 그 사람이 이야기할 때 울었다. 천성산은 피붙이다. '당신은 자식을 팔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지금까지 사회적 합의에 승복했고 지켜왔다. 오히려 정부가 네 차례나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에 단식을 했던 것 아니냐."

- 천성산 환경평가 공동조사 준비와 합의서 마련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고속철도시설공단측과 네 차례 만났다. 비공식적으로 만나기도 했고 지난 주말에는 사전 현장답사도 같이 했다. 공동조사단은 잘 꾸려졌다고 본다. 생태나 지질 등 4개 분야에 걸쳐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합의서 마련과 관련, 작은 부분에서 이견은 있지만 큰 틀에서는 문제가 없다. 오는 28일 안에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4월부터 시작, 3개월간 조사가 이뤄질 것이다."

앞으로 '모성'과 같은 환경교육 운동 펼칠 터

- 천성산 문제가 끝나도 계속 환경운동을 할 것인지.
"지금까지 한 방향으로만 해온 것 같다. '이기고 지고' 혹은, '아군과 적군' 같은 거 말이다. 우리가 이기면 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완전한 승리도 패배도 없다. 터널이 뚫리고 안 뚫리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모두 한 시대를 같이 사는 사람들이다. 이대로 가면 모두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동조사가 끝난 뒤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사실은 그에 대한 준비를 벌써부터 하고 있다. 바로 교육문제다. 시민운동을 부정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뿌리로 내려가야 한다고 본다. 당장 열매를 맺는다기보다 뿌리를 튼튼히 가꾸기 위해 물도 주고 거름도 주어야 한다. 어른들만 하는 운동이 되어서는 안된다. 모성과 같은 운동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환경교육이다."

- 앞으로 어디에서 지낼 예정인가?
"천성산 안에 있는 암자에서 지낼 생각이다. 터널은 그 암자에서 불과 100미터 떨어진 곳을 지나간다. 그 암자의 노스님께서 30년을 살았는데 그러시더라. '30년을 산 사람이 지키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천성산을 떠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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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9 오전 8:51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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