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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오마이뉴스]미아리 집창촌 화재현장을 가다.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3. 2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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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판·쇠창살... 미아리 집창촌 화재 현장을 가다
[현장] 5명 생명 앗아간 3층과 4층에는 무엇이 있었나
  강이종행/권우성(kingsx69) 기자
▲ 성매매 업소 여성 5명이 사망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집창촌에서 28일 오후 한 여성이 국화꽃을 들고 화재현장 앞을 지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미아리 집창촌 화재참사가 발생한 업소 부근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동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회재가 발생한 건물 건너편 업소 입구에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뜻으로 27일부터 3일간 휴점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평짜리 방에 두꺼운 쇠창살로 창문을 가리는 것이 감금이 아니고 무엇인가."

28일 오후 3시경, 전날(27일 낮) 5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촌' 화재참사 현장을 방문한 열린우리당 여성의원들은 이렇게 질책했다. 하지만 업주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업주들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감금인가."

업주들은 현장 주변에 모인 기자들에게 "감금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전날 '불법감금은 없었다'고 발표했던 경찰도 의원들 발언에 난감해하는 눈치.

이 때문인지 곧바로 사건현장이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3명 이상 들어갈 수 없다는 경찰의 요구로 기자들은 3명씩 조를 이뤄 화재가 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언론에 공개된 사고현장, 1층부터 4층까지

4층짜리 건물 1층. 통유리 입구 앞엔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이 선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한쪽 구석에 두꺼운 베개와 화장품 케이스, 옷가지들이 나뒹굴고 있다.

[2층 : '영업'이 이루어지는 곳] 1층을 지나 한 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향했다. 계단 옆에는 '영업' 때 입었을 화려한 드레스들이 걸려 있다. 계단을 오르자마자 정면에서 작은 빛줄기가 보였다. 건물 밖에서 봤을 때는 창문으로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합판으로 창을 막아 놓았다. 그 틈으로 빛이 새어 나왔던 것.

닫힌 창문 밖에서 보면 창문이지만 안에서 확인해 보면 합판으로 막혀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층은 실제 영업이 벌어졌던 장소다. 이번 화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 비교적 잘 정돈돼 있다. 좁은 방엔 침대와 탁자 등이 놓여 있다. "올라가시죠." 함께 간 경찰이 빨리 돌아볼 것을 권했다.

[3층 : 2명이 희생된 곳] 3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관문으로 보이는 철제문 2대가 보였다. 영업장과 주거지를 구분 짓는 문인 셈. 계단 옆에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다. 지나치려다 한번 더 보니 안으로 쇠창살이 설치된 흔적이 보였다.

"이거 쇠창살 아닌가요?"
"감식반이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쇠창살 흔적 외부와 통하는 창문에는 세로로 설치되었던 쇠창살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문을 지나자 매케한 그을음 냄새가 코를 찔렀다. 3층에 올라서자 화재로 녹아내린 갖가지 생필품들이 당시의 처참함을 말해주고 있다. 3개의 작은 방에는 화장품, 옷가지 등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나뒹굴었다.

3층은 발화 추정지점이다. 이곳에서 2명이 희생됐다. 사실 조금만 둘러보면 대피할 공간은 보이지 않는다. 3개의 방에는 창이 전혀 없고 그나마 방 하나에 있는 작은 창문엔 에어컨이 설치돼 제대로 여닫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 불에 타다만 이불과 살림살이로 어지러운 3층.
ⓒ 오마이뉴스 권우성

더 큰 문제는 거실에 통유리 창문이 있지만 미닫이 쇠창살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이 쇠창살은 화재로 인해 많이 부서진 상태였다. 그러나 중앙 연결부분은 열쇠로 잠겨 있었다. 사고 당시 문이 열쇠로 잠겨 있었던 것. 구석에 처박혀 있는 빨간색 소화기 두 대가 눈에 띄었다.

[4층 : 합판, 쇠창살...] 4층, 3명이 희생된 곳이다. 이곳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4층은 컨테이너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여러 개의 방을 만들어놓았다. 큰 방의 창문은 합판으로 막혀 있었다. 베란다로 연결되는 통로에는 역시 미닫이 쇠창살문이 설치돼 있었다.

저 열쇠는 왜? 베란다로 연결되는 통로에 설치된 미닫이 쇠창살문에는 불에 시커멓게 그을린 열쇠가 그대로 꽃혀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건물 구조상 옥상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베란다. 그러나 이 곳엔 온갖 잡동사니들이 쌓여있어 옥상으로 향하는 사다리를 찾을 수 없었다.

다른 업소를 가보다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업주들이 기자에게 "감금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갑자기 다른 업소의 구조가 궁금해졌다. 한 업주를 따라나섰다. 그의 가게에 가기 위한 것. 기자는 사고현장을 떠올리며 그의 가게를 둘러봤다.

그러나 사고건물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 집엔 1층과 2층 복도에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었다. 또 옥상으로 올라가는 비상구 역시 찾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옥상에서 바로 옆 건물로 이동하기도 쉽다.

"미아리의 모든 곳이 이렇게 생겼다고 보면 된다. 기자가 볼 때 어떤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감금을 하나."

사고건물과 그의 가게의 다른 점을 설명해주기 위해 카메라를 보여줬다. 감금 의심이 되는 곳이 찍힌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아마 이것들은 돈을 아침에 준다면서 도망가는 손님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지 않았을까…."

함께 갔던 또다른 업주는 "예전에 그 건물이 커피숍이었는데 그 때 만들어졌던 것"이라고 얼버무린다.

▲ 미아리 텍사스촌의 다른 업소에는 1층과 2층 연결통로와 옥상로 연결되는 비상구가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다. 왼쪽이 1,2층 연결 복도의 것이고 오른쪽이 옥상 연결 비상문.
ⓒ2005 강이종행
장소를 다시 사고현장으로 옮겼다. 현장에 있는 경찰 관계자 역시 "감금이 있었으면 우리가 왜 몰랐겠느냐"고 주장했다. 업주들은 피해자들이 "영업 뒤 술을 많이 마셔 불이 난지도 모르고 자다가 그랬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적어도 다른 업소는 몰라도 사고 건물에는 입구 말고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없었다. 업주들의 말을 믿기에는 막힌 곳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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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8 오후 8:45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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