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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잔소리 하지 않는 날"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2. 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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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잔소리 하지 않는 날"
[교육 이야기] 좋은 부모는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박종국 (jongkuk600)
  
▲ 부곡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들 2월 18일 졸업을 앞 둔 부곡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들, 한해 동안 곱게 잘 자랐다.
ⓒ 박종국
부곡초

 

자녀들이 불행해지기를 바라는 부모가 있을까. 그러나 자녀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부모는 적지 않다. 아이들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오락게임을 하려든다. 그러면 엄마는 가만 두지 못한다. 공부와 담을 쌓고 사는 아이에게 부아가 치민다. 그러다가 종국에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을 무심코 내뱉는다. 어깨 너머로 그 말을 듣는 아이의 심정은 어떨까?

 

“지금 게임할 때야!”

“넌 왜 그렇게 엄마 속을 썩이니?”

“네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내가 못살겠다.”

 

살면서 어른들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다. 부모에 못지않게 아이들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도 자녀의 마음상태를 따뜻하게 읽어주지 못하고 함부로 아이들을 다그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 부곡초 6학년 아이들 부곡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2008년 한해 동안의 생활모습을 담았다. 모두 건강하게 생활하여 2월 18일 졸업을 앞두고 있다.
ⓒ 박종국
부곡초

 

학교에서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집에서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이 부모가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의 입장에서만 이래해라 저렇게 해라고 막무가내로 닦달하는 것이다. 매일매일 거듭되는 엄마의 잔소리가 싫단다. 물론 아이들은 엄마의 잔소리가 사랑의 손길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사랑이라 해도 되풀이되는 잔소리는 싫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사랑이라 해도 되풀이되는 잔소리는 싫다

 

누구나 행복감이 높으면 자신감이 높아진다. 당연한 결과로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기 바란다면 우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성인남녀의 경우 사랑에 빠지면 우선 얼굴빛이 달라지고 웃음이 헤퍼진다. 지독하게 사랑을 해본 사람은 긍정하리라. 그런데도 오직 내 방식 내 의도대로 아이를 키우겠다고 고집한다면 그는 진정한 사랑을 못해 본 사람이다. 아니, 학창시절 공부와 담을 쌓고 지냈던 사람일수록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고 점수를 챙긴다. 아이들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 발표학습 '3분 스피치'의 모습 부곡초 6학년 아이들은 한해 동안 '3분 스피치'를 통하여 자기 생활을 발표하였다. 평소 보고, 듣고, 겪은 바를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덕분에 아이들,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야무지다.
ⓒ 박종국
스피치

 

어디 공부가 마음대로 잘 되는가. 그렇잖아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려 있는 요즘 세상, 부모마저 공부로 한통속이 된다는 것은 불행이다. 부모가 보다 여유를 갖고 기다려줄 줄 알아야한다.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어야한다. 부모가 아이의 눈높이가 되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공부에 지친 아이의 얼굴빛이 달라진다. 그게 아이를 더 크게 키우는 하는 사랑법이다.

 

물론 그렇다고 오냐오냐하며 모든 것들을 다 품어주어야 한다는 고슴도치 사랑을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 스스로 아이답게 행동하고, 조그만 일 하나도 스스로 실천할 때 아낌없이 칭찬하고, 인정하고, 격려하며, 지지하면 된다. 그게 최상으로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이다. 논밭의 알곡들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여문다.     

 

  
▲ 화왕산에 올라 부곡초 6학년 아이들은 학기 중 주변의 여러 산을 올랐다. 사진은 화왕산 정상을 등정했을 때의 모습
ⓒ 박종국
화왕산

 

먼저, 어떠한 상황이 연출되더라도 아이의 존재를 믿어주고, 실수하면 위로해준다는 확신좌표를 가져야한다. 단지 아이가 몰라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직 잘하지 못할 뿐이라고 믿어주어야 한다. 부모가 신뢰하고 기다려줄 때 아이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부모가 신뢰하고 기다려줄 때 아이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다음으로, 아이들이 어떤 잘못을 해도 화를 내지 않아야 한다. 때론 아이가 하는 짓을 보면 머리끄덩이가 곤두서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부모라면 참아내야 한다. 부모가 화를 내면 꾸짖는 내용보다는 화를 퍼붓던 상황만 기억에 남아 오히려 아이는 분노를 배우게 된다. 맞고 자라 아이, 핀잔을 받고 자란 아이는 폭력성을 잠재하고 자란다. 감정을 조절하기 어렵다면 그때는 아이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도 한 마디 해야겠다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때 말해야 한다.

 

  
▲ 삶의 글쓰기 부곡초 아이들이 한해 동안 애썼던 것은 책읽기와 삶의 글쓰기였다. 김나라 어린이의 글쓰기 모습
ⓒ 박종국
책읽기

  
▲ 삶의 글쓰기 자기 생각을 밝혀 글쓰기에 열중하고 있는 김대업 어린이
ⓒ 박종국
글쓰기

 

한 사람을 소중하게 사랑하는 일도 마찬가지 듯이 좋은 부모는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단한 자기연찬이 필요하다. 그냥 입에 발린 소리로는 아름다운 사랑의 하모니가 일어나지 않는다. 사랑은 변함없는 관심이다. 부모로서 그런 열정을 가졌다면 아이가 지치지 않도록 언제나 따뜻하게 격려해 주어야한다. 특별히 격려할 것이 없다면 애써 만들어 내서라도 다독여 주어야한다. 그것은 곧바로 아이의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으로 나타난다. 아이는 부모가 사랑을 쏟은 만큼 자란다. 

 

때문에 자라는 아이에게,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칭찬은 아무리 베풀어도 지나치지 않다. 칭찬은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최고의 보약이다. 부모가 아이의 부족한 점, 잘못한 점을 지적하면 아이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신감도 부족해진다. 칭찬할 때는 아이가 잘한 부분을 찾아내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는 열등감 없이 건강하게 자란다.  

 

  
▲ 나의 관점 발표하기 아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세상은 참 아름답다. 사진은 나의 생각을 발표하고 있는 구나영 어린이
ⓒ 박종국
나의 생각

  
▲ 나의 방학 생활은 '나는 방학을 이렇게 보냈어요'라는 주제글을 발표하고 있는 박동혁 어린이
ⓒ 박종국
방학생활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터놓고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사안에 따른 적절한 소통은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에  더 이상의 불협화음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 때만큼은 아이가 엉뚱한 얘기를 해도 화내거나 윽박지르지 않고 들어주어야한다.

 

좋은 부모는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 대화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에티켓은 아버지의 말을 어머니가 전하거나, 아이의 말을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전하지 말고 직접 이야기하도록 해야 한다. 그게 아이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이는 것이고, 아이의 자존감을 드높이는 잣대다. 양념삼아 아이의 행복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일방성이 아닌 쌍방통행으로 아이에게 언제 무엇을 하자고 지시하지 않아야 한다.

 

  
▲ 부곡초 6학년 남학생 2월 18일 졸업을 앞 둔 부곡초 6학년 남학생, 한해 동안 참 야무지게 생활했다.
ⓒ 박종국
졸업

 

자녀가 부모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부모라면 그 모든 게 가능하다. 어떤 일이든 세 번 이상 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면 그것은 잔소리다. 일주일 중 하루를 정해서 '오늘은 잔소리 하지 않는 날'이라고 아이와 약속해 보는 것도 좋다. 어떤 경우라도 잔소리를 하지 않을 테니 네가 잘 할 수 있는지 보여 달라고 알아서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주체성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은 부모는 아이의 성장을 지켜볼 줄 알고 참고 기다려줄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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