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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닌 것은 함부로 가져서는 안 돼!”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2. 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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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닌 것은 함부로 가져서는 안 돼!”
[서평] 모리야마 미야코의 <노란 양동이>
  박종국 (jongkuk600)
  
▲ <노란 양동이> 표지 <노란 양동이>는 초등학교 1학년 전후의 아이들에게 잘 읽힌다. 그 이유는 각 페이지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이 있고, 글의 양이 적어서 읽는 재미가 솔솔 하다. 장면전환이 빠르다는 얘기다. 또한 이 시기 아이들의 심리적 특성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 현암사
노란 양동이

일년 내내 아쉽지 않는 날이 있겠냐마는, 특히 2월은 졸업으로 아쉬움이 크고, 새 학년을 기다리는 아이들이나 입학하는 아이들에게는 설레는 달이다. 특히 첫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젊은 학부모라면 자칫 긴장하게 되는 달이다. 아이가 새롭게 만나게 되는 낯선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까 걱정이 된다.

 

하여 젊은 부모들은 마음이 바빠진다. 자꾸만 내 아이만 뒤쳐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이것저것 더 많이 챙겨든다. 아이가 감당해야할 학습량이 많아진다. 가령 그냥 재미삼아 보게 했던 그림책보다는 글의 양이 많은 학습 중심의 책을 고집하게 된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은 아동 발달단계상 학령기에 속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유아기의 특성을 공유하는 시기다. 경험적으로 봐서 이 시기 책읽기에서는 갑자기 글의 양이 많은 책을 권하기보다 조금씩 글의 양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낸 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노란 양동이>,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낸 책

 

그런 의미에서 유아기와 학령기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은 책이 있다. 바로 <노란 양동이>다. 이 책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그림책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와 글이 많은 동화책을 읽히고 싶어 하는 부모 사이를 이어줄 책이다.

 

<노란 양동이>는 초등학교 1학년 전후의 아이들에게 잘 읽힌다. 그 이유는 각 페이지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이 있고, 글의 양이 적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장면전환이 빠르다는 얘기다. 또한 이 시기 아이들의 심리적 특성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책은 아기여우가 노란 양동이를 발견한 날부터 일주일 동안 겪는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어느 월요일 아기여우가 외나무다리 근처에서 노란 양동이를 발견한다. 이전부터 갖고 싶었던 양동이다. 아기여우는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주인을 알 수가 없다. 선뜻 자기가 갖고 싶지만 머뭇거린다. 아기여우는 양동이를 원래 있던 자리에 놓아두고 단짝 친구 아기토끼와 아기 곰의 도움을 청한다. 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대표적인 행동 특성이다.

 

“여우야, 잠깐 그 양동이 좀 들어볼래?”

“응, 아주 잘 어울린다. 꼭 네 것 같아!”

“만약에 아무도 가지러 오지 가지러 오지 않고 계속 거기 그대로 있으면 여우 네가 가지면 되겠어!”

 

노란 양동이를 갖고 싶어 하던 아기여우의 마음을 알아주는 단짝친구다운 말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아기여우의 기다림은 시작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아기여우는 왜 노란 양동이를 발견한 순간 집으로 가져가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중고학년 아이들이라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정말 갖고 싶은 물건을 만났을 때, 대부분의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여우는 노란 양동이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함부로 가져가면 안 된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때 묻지 않은 아이의 심성이 도드라져 모이는 대목이다.

 

“내 것이 아닌 것은 함부로 가져서는 안 돼!”

 

주목할 것은 이 시기 아이들은 무엇이 옳은지, 누가 착한지에 부쩍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옳고 그름을 가질 줄 아는 ‘도덕적 양심’이 싹 트는 시기다. 부모의 눈으로 보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지만, 정말 갖고 싶었던 양동이를 앞에 놓고 선뜻 내 것을 만들지도, 그렇다고 해서 쉽게 단념하지도 못한 채 갈등하는 아기여우의 모습은 이 시기 아이들의 심리적인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게 이 책을 읽는 묘미다.

 

그렇지만 아기여우가 양동이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 있었던 것은 자기 것이 아닌 것을 함부로 가져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 판단’을 스스로 한다는 데 이즈음의 아이들의 심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아기여우는 날마다 노란 양동이를 보러 간다. 화요일 아침 일찍부터 어둑해질 때까지 몇 번이나 양동이 주변을 맴돈다. 아침 한참을 바라보다가, 한낮에는 양동이 옆에서 선잠을 자고, 저녁 무렵에는 양동이를 들고 외나무다리 위를 왔다 갔다 한다. 수요일에는 낚시하는 흉내를 내며 빈 양동이에 물고기를 집어넣는 시늉을 한다. 아기여우가 양동이를 갖고 싶은 애착이 역력하게 나타난다.

 

목요일에는 양동이에 물을 가득 길어다가 근처 나무뿌리에 정성껏 뿌려준다. 금요일에는 비가 왔지만 우산을 쓰고 가서 노래까지 흥얼거린다. 맑게 갠 토요일. 아기여우는 나무 막대기를 주워서 양동이 바닥에 ‘여우, 이여돌’이라고 이름을 쓰는 시늉을 한다. 그동안 아기여우가 노란 양동이를 얼마나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 했는지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월요일엔 내 거야. 노란 양동이는 내 것!”

“내일은 꼭 내 것이 될 거야. 이제 하룻밤만 기다리면 되는 거야!”

 

마침내 일요일. 아기여우는 아기토끼 아기 곰과 함께 양동이를 보러 간다. 다행히 양동이는 그 자리에 있다. 그날 밤, 아기여우는 한밤중에 양동이를 또 보러 간다. 양동이가 바람에 날아갈까봐 걱정이 되어 가장자리까지 넘치도록 물을 떠놓고 집으로 간다. 양동이에 대한 집착이 유다르기 때문이다.

 

드디어 월요일, 아기여우는 아침 일찍 노란 양동이를 보러 간다. 하지만 웬걸 양동이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다. 잔뜩 기대를 하고 갔는데 그것이 없어졌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 아기여우가 감당해야할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까. 아이들은 이 대목을 읽으며 아기여우와 똑같은 심정을 갖게 된다.

 

아기여우는 과연 어떤 행동을 할까? 그런데도 아기여우는 크게 실망하지도 않고 담담하다. 그동안 노란 양동이는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자기만의 양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좋아. 겨우 일주일이었는데 아주 오랫동안 노란 양동이와 함께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아기여우의 독백이다. 이것은 갖고 싶은 것을 제 손에 넣어야만 만족하는 유아의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 진정으로 소유의 의미를 알 뿐만 아니라, 상실감을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아기여우의 모습은 보다 성장한 어린이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아기여우의 행동이 참 아름답다고 여겨진다.

 

아기여우의 도덕적 양심, 어린이의 심성 대변

 

그리고 이 책은 여우, 토끼, 곰 등 의인화된 동물의 모습이 그대로 등장하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마음과 맞닿아 있으며, 더욱이 단짝친구 관계가 돋보여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읽힌다. 그밖에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글자 크기가 큼직큼직하며, 칼라와 흑백 그림을 전갈아 배치함으로써 자칫 단조롭기 쉬운 편집구성을 덜어낸 점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쉽게 책과 접할 수 있게 한 배려다.

 

그러나 <노란 양동이>가 초등학교 1학년 전후의 아이들에게 잘 읽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시기 아이들의 심리적 특성을 세밀하게 잘 헤아린 묘사에 있다.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염려가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 사이를 따사롭게 이어줄 마음트기로 권할만한 책이다.       

 

* 도서명 : 노란 양동이

*지은이 : 모리야마 미야코

* 출판사 : 현암사

* 책가격 : 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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