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야당과 시민사회진영을 중심으로 'MB정권 책임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 역시 3명 중 2명 정도가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배경에 현 정권의 '정치보복'이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31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검찰 지도부의 자진사퇴 등을 촉구하고 나선 상황에서, 범국민적 추모열기에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는 정부여당이 향후 어떠한 국정쇄신책을 들고 나올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59.3% "盧 서거는 정치보복"…박희태 "대도 걸을 것, 아무도 막지못할 것" <한겨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 노 전 대통령 영결식 다음날인 지난30일 실시해 1일 지면을 통해 밝힌 전화면접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59.3%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보복이라는 데 공감한다'라고 답했다. 이에 반해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34.7%에 불과했으며,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기 까지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질문엔 56.3%가 검찰, 49.1%는 언론을 꼽았다. 이는 1순위와 2, 3순위를 복수로 응답케 한 결과다. 이로 인해 응답자 중 56%는 '이명박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37.5%였다. 또 응답자의 51.6%는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임채진 검찰총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정세균 대표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현 정권의 명백한 '정치적 타살'로 규정한 뒤, "고인과 국민에 대한 사죄를 요구한다"며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정책기조의 전면적 전환을 요구했다. 또 이번 여론조사에서 여론의 향방이 검찰을 향하고 있는 것 처럼, 민주당 역시 '서거 파문'의 직접적 가해자로 검찰 수뇌부를 지목하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의 자진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대외적으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물결 속에서 한 껏 몸을 낮추면서도 6월 국회를 앞두고 전열 재정비에 들어가는 듯한 양상이다. 박희태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6월은 원내정치가 활짝 꽃피는 좋은 계절이 될 것 같다"며 "설령 장애가 있고 반대가 있더라도 우리가 대도(大道)를 걸어가는 이상은 그 앞을 막을 사람은 없다"고 임시국회에서의 자신감 마저 드러냈다. 또 "이런 때일수록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말이 생각이 난다. 큰길을 의젓이 걸어가자"며 "골목길을 쳐다보지 말고 샛길을 노릴 필요도 없다. 큰길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우리 당이 지금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안상수 원내대표 역시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제 평상으로 돌아가 국회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이날 회의에선 "검찰은 엄정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부패를 청산할 것"이라고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 한나라당 '최대위기' 봉착, 지지율 10%대로 곤두박질…MB도 30.6% 이처럼 한나라당이 '서거 정국' 이후의 상황을 예의주시 하면서도, 6월 임시국회에서 '아무도 막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계획대로 각종 법안들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표명했으나, 정부여당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27.1%의 정당 지지율을 얻은 민주당이 18.7%를 기록한 한나라당을 크게 앞질렀다. 이같은 지지율 역전 현상은 5년 만에 처음이며,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 한 것도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볼 수 있다. 앞서 여론조사 전문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31일 발표한 조사결과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27.3%로 한나라당(20.8%)을 6.5%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밖에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에 대해서도, '잘하고 있다'라는 의견이 30.6%를 보여 줄곳 30% 초중반대를 유지해 온 상황이 지난해 촛불정국 당시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응답은 57.7%로 나타났다. 특히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만 확고한 우위(33.7%)를 유지했을 뿐, 그밖의 지역에서는 모두 지지기반이 흔들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부여당에게 쓰나미급 후폭풍이 닥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야권이 촉구한 특단의 국정쇄신이 없을 경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2월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 민주 "MB사과 등 전제돼야 6월 임시국회 가능할 것"…MB "이젠 슬픔 딛자" 이와 관련,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국민적 애도와 추도의 분위기를 보면 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국민적인 반항으로 고조 되고 있다"며 "일대혁신과 쇄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 최고위원은 6월 임시국회와 관련해서도 "일단 대통령의 사과가 있어야 될 것"이라며 "그 다음에 책임자 문책, 그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엄정한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 제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대표 역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이 국민의 슬픔과 분노를 외면하면 민심 수습이 어려워진다"며 "이 대통령의 사죄와 책임자 문책, 국정조사, 천신일 특검 등에 대해 한나라당의 조속한 해답이 있어야 6월국회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16차 라디오 연설을 통해 "경복궁 앞뜰 영결식장에서 고인의 영정과 슬픔에 젖은 유족들을 마주하면서 제 마음도 너무 아팠다"며 "이제 우리 모두 슬픔을 딛고 떠나간 분의 뜻을 잘 받들어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을 한 결과이며, 오차한계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7.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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