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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연령 60세, 그들의 무한한 도전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6. 2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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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연령 60세, 그들의 무한도전! 1896
관리자(good) 2008/07/25 17:06 85670



어느 날, 그런 나에게 굿네이버스 베트남 사업장으로 해외봉사를 떠나는 기회가 찾아왔다. 분명히 평소부터 마음속에 꼭꼭 품어오던 꿈이었는데, 막상 눈앞에 다가오니 온갖 염려들로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 해외 봉사를 나가기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그 먼 나라까지 가서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지? 오히려 폐만 끼치다 올 텐데...’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걱정거리에다 가족들의 염려 섞인 시선까지. 자꾸자꾸 출발이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만한 기회를 얻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용감하게 마음을 먹고, 해외자원봉사활동을 결심했다.

가족들의 걱정과 내 개인적인 두려움을 뒤로하고 전북지역 교장선생님 15명을 태운 비행기는 베트남으로 향했다.

우리 목적지는 베트남국 화빙성 떤락현 로선마을 로선초등학교!
로선초등학교는 굿네이버스 베트남 지부에서 농촌지역 아이들에게도 골고루 교육혜택을 주기위해 설립한 곳이다.

수도 하노이에서 서쪽으로 약 80km 지점에 있는 화빙성은 하노이 인근 6개 성 중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 했다. 우리가 가는 로선초등학교는 그 중에서도 가장 오지 산골인 로선마을에 있었다. ‘오지마을’이라 각오는 단단히 했지만 시작부터 이게 장난이 아니었다.
옛 소련제 지프차를 나눠 타고 첩첩 산길을 굽이굽이 넘어가는데 그야말로 간이 콩알만 해졌다. 떨고 있는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련한 운전사는 까마득한 절벽을 바로 옆에 끼고도 거침없이 페달을 밟아 로선초등학교에 도착했다.

로선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마치 순하디 순한 우리네 고향마을 사람 같았다. 먼길 오느라 힘들지 않았냐며 토닥이는 손길... 걱정 어린 눈빛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진심어린 마음에 긴 여정 길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 버리는 듯 했다.

교장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학교를 둘러보았는데, ‘책·걸상이 있기나 할까?’ 했던 우려와는 달리 굿네이버스에서 지원해준 컴퓨터와 사무용품, 다양한 학습 자료 등을 갖추고 있어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
베트남 현지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를 쭉- 둘러본 우리 봉사단 일행은 로선초등학교에 꽃밭을 선물해주기로 했다.



한 분은 땅을 파고, 또 한분은 흙을 고르고, 준비해간 꽃나무를 심고...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소중한 느낌이었다. 화단에서 해마다 예쁜 꽃들이 피어나 아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6월, 7월, 8월은 로선초등학교의 여름방학기간이라고 한다. 방학 중인데도 멀리서 온 우리를 보기위해 80여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학교로 몰려왔다.



모여든 아이들과 함께 할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한국의 ‘연날리기’를 소개해 주기로 했다.  교실에 옹기종기 둘러앉아서 연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데, 방패연과 가오리연 모양이 생각대로 잘 안 나오는지 아이들 표정이 점점 심각해져간다.
‘이게 어떻게 하늘에 뜬다는 거지?’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하나둘씩 연이 완성되기 시작했다. 조심스레 완성된 연을 손에 들고, 학교 앞 마당으로 출동!
‘잘 따라오고 있는 거야?’
아이들이 실타래를 잡고 달리면서 뒤를 흘끔흘끔 돌아보더니, 하늘을 가르며 훨훨~ 날고 있는 연을 발견하고는 얼굴 한가득 함박웃음이 번졌다.

한국 아이들과 똑같이 순수하고, 꾸밈없이 해맑은 아이들. 그 머리 위로 힘차게 날고 있는 연을 올려다보며, 아이들이 품고 있는 꿈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길 소망했다.

연날리기가 끝난 후 함께한 운동회 시간.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환갑을 넘긴 교장 선생님들까지, 나이도 잊고 신이 나서 함께 뛰어다녔다.

마지막 날은 천사 같은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했다. 사실, 떠나기 전에는 현지 사람들의 가정생활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뜬 마음이 더 컸더랬다. 그런데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집을 직접 돌아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 마음이 아려왔다. 생활수준이며 어린이들의 위생 상태를 눈으로 하나하나 확인하는데, 50년대 못 먹고, 못 살았던 내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얼마나 안쓰럽고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



그런 반면 사람들은 또 어찌나 순박한지... 우리가 준비해간 조그만 선물에 감동한 사람들은 자꾸만 차를 내고, 과일을 내고, 집안을 휘휘 둘러보며 뭔가 선물할만한 것이 없나 찾고 있었다.

가정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 우리 봉사단원들의 손마다 선물이 들려있었다.
학부모님들이 없는 살림에 이것저것 쓸 만한 것을 챙겨다 단원들에게 쥐어준 것이었다. 뭐든 퍼주고 싶은, 그 때묻지 않은 인심을 거절할 수가 없어 한 두 개씩 들고 오면서, 콧날이 시큰해져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만난 베트남 사람들은 하나 같이 순박한 영혼을 가진 천사들이었다. 꾸밈없이 해맑았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속에는 아름다운 꿈과 희망이 간직되어 있었다. 지금은 비록 가난하고 어려움 많은 땅이지만 이 아이들을 향한 우리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 한, 머지않아 그 고운 꿈들은 우리 곁에 곱게 피어나있지 않을까.


                                                                   글_박순정(전주화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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