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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과 바꾼 내 책가방

박종국에세이/단소리쓴소리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6. 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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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과 바꾼 내 책가방 2072
관리자(good) 2008/07/18 15:52 85279

하루에도 몇 잔씩 무심코 마시는 물.
우리에게 있어 ‘물’은 수도꼭지를 돌리기만 하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는 오염된 물 때문에 8초마다 한 명씩 어린이가 사망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들은 동물들이 마시는 웅덩이의 흙탕물을 함께 마시고 있다. 손을 씻으라 해도 멈칫! 할 정도의 그 물마저도 부족한 것이 아프리카의 현실이다.

아프리카 차드의 한 마을.

갈라질 대로 다 갈라진 땅 위에 농작물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 말라버린 풀만 남아있을 뿐, 먹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마을이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온도, 60도의 땅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은 물 한 병으로 하루를 버텨낸다.
물통에 가득 담겨진 물은 탁한 회색빛이다.
병 너머가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색깔의 물로 아이들은 마른 목을 축인다.

갸날픈 몸에 물 주전자를 든 아이들,
그 흙탕물을 길러 옆 마을까지 가느라 학교 갈 시간조차 없다.

언제부터인가 굿네이버스 차드(Chad) 지부로 ‘암나막’이라는 가난한 농촌마을의 이장님이 부탁이 있다며 날마다 찾아왔다고 한다. 그의 부탁은 다름 아닌 ‘물’!
“마을 아이들이 자꾸 배탈이 나요...”
깨끗한 물이 없어서 흙탕물을 마시는 아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배탈로 고생한다는 것이었다.
“당장 마실 물이 절실한데, 혹시... 물 펌프를 놓아 줄 수 있나요?”

 

가난한 농촌인 암나박 마을을 조사한 결과, 이 마을에 살고 있는 500여명의 아동들 대부분이 설사와 배앓이로 고생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런 수인성 질병 때문에 죽은 아이도 많이 있다고 했다.

우리 단체는 암나막 마을에 펌프를 놓아주고, 위생적인 식수를 제공했다. 깨끗한 물을 마시기 시작한 후부터 마을 사람들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무거운 물통’을 매고 ‘옆 마을’에 가는 대신, ‘책가방’을 매고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펌프가 생기던 날, 온 마을이 들썩들썩~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얼마 전, 차드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스텝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몰려왔다고 한다. 이유는 바로, 한국에 있는 우리 단체 직원들에게 깨와 콩을 선물하고 싶다는 것. 음식물은 가지고 들어가기 힘들 것 같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을 대표님이 야심찬 대안을 내놓았다.

“그럼, 닭이랑 염소는 어때요? 갖고 갈 수 있나요?”

닭과 염소는 차드 사람들이 귀한 손님들에게만 내놓는 것들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하는 마을 사람들의 절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것도 여의치 않자, 마을 사람들은 글을 쓸 수 있는 학교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편지를 써 왔고, 한국으로 떠나는 스텝 손에 꼭- 쥐어 주었다.

‘한국’이라는 먼 나라에서 훌쩍 날아와, 마을 주민들의 건강과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애쓰는 게 너무 신기했는지 문장 문장마다 고마워하는 마음이 뚝뚝 묻어나온다. 귀하디 귀한 닭도, 염소도 다 퍼주려는 암나박 마을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이 우리의 가슴을 구석구석 저리게 만들었다.

글_강정은(굿네이버스 홍보팀 간사)
사진_박찬학(경민대학교 미디어사진과 교수)

<차드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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