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도덕적, 사회적으로 성숙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폭력과 빈곤과 차별이 상존하는 현실, 환경 문제를 비롯하여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 영적, 도덕적 타락을 부추기는 세력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를 정말로 잘 기르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게 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집의 식탁을 청정 무공해 식탁으로 마련한다 해서 우리 자녀가 안전할 수 있을 것인가? 문 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안전하지 못한 먹을거리가 부모들을 불안하게 한다. 우리 집 안에서만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게임을 금지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런 게임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아이들은 친구 집에서, 거리에서, 학교 앞 문구점에서 게임기 앞에 앉아있다. 우리 아이만, 우리 가정만 풍족하게 먹고 입는다고 해서 우리 아이가 잘 살 수 있을 것인가? 극한 빈곤에 내몰린 타인들이 과연 우리의 벗이 될 것인가? 그들은 결코 우리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아이들은 고립된 성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영향에 노출된 현실에서 살고 있다.
우리들은 우리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위협하는 갖가지의 문제들이 대부분 부모들(일반적인 의미에서)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가족에게는 다정다감하고 애정적이었던 사람들이 아무런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 없이 다른 수백만 가족들의 삶을 파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경험하였다. 유태인을 대량 학살한 그들도 가정에서는 다정한 아버지였으며, 영화 대부에 등장하는 거대 폭력 조직의 보스도 가족에게는 책임감 있고 존경받는 아버지였다. 집단적으로 힘이 사용될 때는 익명으로 임하게 되며 책임감도 느끼지 않게 되어 그 힘 자체는 부패하고 만다. 개인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 대한 개인적인 책임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개인적인 동정과 자비심을 갖는 것처럼, 수백만 사람들에 대해서도 같은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인간애를 함양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들로 인해 우리는 21세기에 자녀를 잘 기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녀에게만 훌륭한 부모 노릇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없다는 것, 세계의 모든 아동들에 대한 책임을 함께 느끼기 전까지는 어떠한 아동도 안전할 수 없으며, 사회도 지탱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모든 아동들이 안전하고 잘 보호받을 수 있을 때까지는 우리 자녀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제 부모의 역할은 개인의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좀 더 넓은 전망에서 계획되고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체 사회와의 연결이 없이 나의 자녀를 잘 기르려는 노력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모든 부모들은 나의 자녀만을 생각하는 개인적 부모의 상으로부터 우리 사회의 아이들을 함께 잘 기르기 위한 사회적 책임감을 공유하는 사회적 부모의 역할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 사회적 부모노릇은 자신과 남을 위해 뼈아픈 책임을 느끼고 판단하고 관여하고 행동함을 의미한다.
만약 우리가 사회적 부모가 되기를 원한다면 어린이의 교육에 있어 중시해야 할 문제는 교육의 질과 교육 환경에 관한 것이다. 개인의 능력을 발견하고 인정하고 그것을 길러주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함께 주시하여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혼자서 생각하면 그것은 한갓 꿈에 그치지만, 모두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와 학교와 교사가 우리 아이들에게 복된 땅에 흐르는 젖과 꿀을 모두 주고, 그리하여 우리 아이들이 웰빙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인지 아닌지는 사회적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나누어 갖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실천하는 우리 부모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