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2008년 오늘을 사는 우리의 아이들이 정말 행복한지에 대해 되돌아보자. 얼마 전 광주의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자살했다는 기사가 실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을 싸늘하게 했다. 비단 이뿐이랴? 이미 초등학교 아이들의 자살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07년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초등학생 10명 중 9명이 과외를 하고 있고, 5시간 이상 과외를 하는 아이들이 38.6%에 이르며, 13가지 과외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이러한 결과로 부모와 30분 이하의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이 태반이고, 가출 충동을 느끼는 아이들도 53.3%이며,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아이도 27%나 되었다. 이러한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문제라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학령전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져 예전의 모일간지에 “취학 前 어린이도 사교육 열병, 매일 5시간 동심혹사”라는 머리기사가 보도되면서 그 안에 아직 학교도 다니지 않는 아이들조차 하루 5시간 이상 학원이나 학습지, 과외 등을 받는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것도 모자라 당시 어떤 부모들은 보낼 수 있는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태어나면서부터 받게 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하기도 하였다. 부모들의 이러한 무분별한 행동들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꿈다운 꿈 한번 제대로 꾸어보지도 못하고, 행복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어른이 되어간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부모들의 욕심과 힘에 의해 등 떠밀려 받는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교육에 익숙해져 있고 하루하루의 고단한 삶 속에서 파김치가 되어있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행복한 꿈을 꾸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예전의 영화 제목처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데 왜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업성적에 의해서만 평가하려는 것일까? 왜 공부를 잘해야만 성공할 수 있고, 출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그 저변에는 우리 사회의 학력지상주의가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 한편으로는 부모들 자신이 최고가 되지 못했던 것을 자녀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보상심리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녀가 꼴찌였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부모는 아마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나 자신도 우리 아이가 최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없지만 꼴찌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최고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고, 내려올 수 있는 길 밖에 없지만 꼴찌는 더 이상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없고 올라갈 수 있는 길 밖에는 없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의 모든 것은 달라지는 법이다. 언덕의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오르막일 수도 있고, 내리막일 수도 있는 것이 삶인데 우리는 너무 일찍 아이들에게 오르막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부모들의 생각을 바꾸어보자. 시대는 바뀌어가고 있다. 성공이라는 잣대가 비단 학업성적만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 사회에서 소위 최고라고 하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성공한 사람은 많다. 우리가 부모로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아이들에게 공부하여 최고가 되라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발견하고, 동시에 남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제임스 페터슨은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신비한 세상이며, 오늘은 신이 주신 선물이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이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부모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인 오늘을 단순한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이 학원, 저 학원을 기웃거리도록 만들기보다는 신이 주신 귀한 시간을 꿈을 꾸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보다 자유롭게 세상을 활보할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충분한 자유의 시간을 주자. 꿈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꿈을 꾸면서 그 꿈을 간직하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그런 아이들이 되게 해주자.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적이고 인지적인 지식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면서 미래를 위해 자신들만의 진정한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아이들이 되도록 해주자.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더 많은 아이들이 자살을 생각하고, 더 많은 아이들이 가출을 생각하기 전에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주자.
지금 이 글을 쓰면서 2006년 2월에 자살한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글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학원을 조금만 다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