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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아이, 어찌해야 하나요?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7. 4.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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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튀는’ 아이, 어찌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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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7

학년 초 담임 활동을 하다 보면, 첫 주부터 ‘튀는’ 아이가 있습니다. 일 년 학급운영 계획을 소개하며 이러저러한 행사 계획을 발표하면, “귀찮게 그런 거 뭐 하러 해요” “그거 해 봤는데 재미없던데요” 하면서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툭툭 불거집니다. 순간적으로 교실 분위기 정말 썰렁해지죠. 그뿐 아니라 처음부터 청소에 빠진다거나,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기 일쑤여서 학년 초 교실 분위기를 가다듬는 데 여러 면에서 곤란을 겪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고려해서 엄한 벌로 다스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하나, 그것이 능사는 아닌 듯해서 선뜻 손이 나가지 않습니다. 작년에도 이런 몇몇 아이들 때문에 처음부터 교실 분위기가 흐트러져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학년 초부터 ‘튀는’ 아이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경기 시흥 군자공고 박현숙 교사]


대부분의 교사들이 ‘학기 초에 시범타로 몇  명만 확 잡으면 일 년이 편해진다’라는  말을 잘 알지만 이 방법을 쓰지 않는 건, 그것이 교육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못했다가는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매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체벌보다는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이 경우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대응 방식이 좀 달라야 합니다.

 

중학생들은 어리고 아직 자신의 영역이 확고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교사의 접근이 비교적 쉽습니다. 튀는 아이들을  인정해 주고 대화를 많이 나누어서 마음을 열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급운영에 방해가 되는 말이나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해야 합니다. 담임교사가 진실로 학급운영을 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담아 학생들에게 협조를 부탁하면, 아직 어리고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만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담임교사의 마음을 이해하고 따라 줍니다. 어떤 경우엔 담임교사의 적극적인 후원자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단시간에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인내를 가지고 진실한 마음으로 학생을 설득할 때 가능합니다. 유의할 점은 다른 학생들이 그 아이들을 편애한다거나 교사가 그 아이들의 눈치를 보면서 학급을 운영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급 전체에게 학급운영 전반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담임교사가 목표로 하는 학급이 어떤 것인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활동이 필요하며, 학생들의 어떤 협조와 활동이 필요한지를 세세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담임교사는 진심 어린 마음을 전달하여, 튀는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을 학급활동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이미 그들은 학교생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애들인 데다 자신의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습니다. 당장 그 마음에 들어가거나 생활 방식에 영향을 주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일입니다. 이런 학생들에겐 담임교사가 처음부터 너무 급하게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들의 영역을 인정해 주면서 학급운영에서 담임의 영역 역시 인정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일종의 ‘빅딜’이라고 하면 될까요? 처음엔 그렇게 출발해야 반발과 충돌이 적습니다.

 

그러면서 천천히 담임이 학급을 운영하는 방식을 인정하게 해야 합니다. 그 아이들을 섣불리 학급운영에 끌어들이려 하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동시에 학급운영에 방해가 되는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영역이 침해되지 않는 한도 안에서 학급활동에 참여하도록 부탁합니다. 차차 시간이 흐르면 그들도 담임의 활동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차츰 마음을 여는 녀석들도 생겨납니다.

그들이 그렇게 배타적인 자신의 영역을 구축할 때까지 수많은 담임교사들의 영향이 있었으며, 그 영향으로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품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이기 때문에 학년 말까지 담임교사와 좋지 못한 관계가 이어질 수 있으며, 끝까지 학급운영의 방관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담임교사가 인내를 갖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관심을 보이면서 끌어 간다면 학년이 지나서라도 마음을 엽니다. 그때는 정말 미안했는데 말을 할 수 없었다면서 말입니다. 그것도 보람이겠지요.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학급활동을 하며 일깨워 줘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담임교사가 하는 학급활동들이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재미를 위한 것이라면 놀이공원에 가거나 재미있는 게임을 하면 되겠지요. 그러나 교과에는 교과 내용이  있듯이 학급운영에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있으며, 그 과정들이 학급 활동입니다. 공부가 하기 싫은 것처럼 학급 활동도 귀찮고 하기 싫을 때가 있지만, 담임이 하고자 하는 학급운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이기에 같이 하자고 설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담임교사가 자신의 교육철학을 점검하고 학급운영의 목표를 세워 놓아야 합니다. 학생들은 말은 하지 않지만 신념을 가진 교사를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신념은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학생들을 설득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 문래중 이명남 교사]


선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학급행사 할 생각에 설렙니다. 그런데 앗, 누군가 “그거 왜 해요? 꼭 해야 해요? 안 하면 안 돼요?”라며 찬물을 끼얹습니다. 선생님은 가슴이 얼어붙습니다.

‘이놈을 어째? 내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지들을 위해서 하는 건데….’

 

괘씸하겠지만 혹시 나에게 문제는 없는지 돌아봅니다. 아이들과 회의를 거쳐 합의한 내용인지, 아니면 예전 학생들이 좋아했기에 올해도 또 해 보자고 혼자 밀어붙인 것은 아닌지. 또는 아이의 말이 나에 대한 반항이나 도전일 것이라고 오해하고 단정 짓지는 않았는지. 그 다음 ‘그 아이가 왜 그랬을까?’라는 추측을 해 봅니다. 선생님은 신나도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저마다 다른 이유들로 안 좋은 기억이 있었거나, 시간이 없다거나, 다른 약속이 겹쳤거나, 아니면 학급에서 그 행사를 같이 할 친구들과 지금 사이가 안 좋거나…. 정말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혹은 선생님을 탐색하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아이들도 있고, 성격상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정말 알아야만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학급행사를 하는 목적이 즐거운 추억을 통해 공동체를 튼튼히 만들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아이들이 가끔 의문을 제시하고 거부를 하더라도 이해를 하기 위해 먼저 ‘열린 질문’을  해 보세요. “너는 이 행사가 싫으니?”라고 물으면 아이는 “네” “싫어요” 하기 마련입니다. “너는 이 행사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같은 열린 질문은 아이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말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하잖아요. 선생님이 단정 지은 이유 말고 아마 다른 것이 있을 겁니다. 성급하게 단정 짓고 말하거나 행동으로 옮기면, 그 학생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도 어렵게 됩니다. 관계를 깨뜨리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갈등을 없앨까, 아니면 갈등을 함께 풀고 관계를 유지할까, 이게 관건입니다. 그러므로 일단 학생의 감정을 잘 들어 주고, 그 다음에 ‘문제해결 대화’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요? 문제해결 대화란 갈등이 생겼을 때, 어느 한쪽이 이기거나 져서 마음을 다치거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서로의 문제를 깊이 알게 해서 서로를 이해하게 하고 그래서 서로 협력해서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방법입니다.

 

학생의 마음을 알아 주고 이해해 주려는 선생님의 진심이 전달된다면, 아이는 선생님을 저절로 따라오게 될 것입니다. 또한 문제해결 대화가 능숙하지 않아  단계를 옆에 써 놓고 ‘자 이번엔 이것을 해야지’ 하면서 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같이 의논을 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학생은 무슨 행사든지 선생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줄 것입니다.

 

감정만이라도 학생을 이해하다 보면 아이는 따라오게 됩니다. 감정을 무시한 채 야단을 치거나 억지로 참여시켜 관계가 깨진다면, 이 일뿐만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알게 모르게 비협조적이 되어서 일 년간 서로 힘들지 모릅니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학급행사인데, 실시 자체에만 목적을 두다가 아쉽게도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학생들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 관계를 잘 맺어 문제를 푸는 열쇠가 아닐까 합니다. 

  

출처 : 이 내용은 <중등 우리교육 2004년 3월호>에 실린 '갈등상황'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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