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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장애 있는 친구와 함께할 수 있을까요?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7. 4.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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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장애 있는 친구와 함께할 수 있을까요? 작성일 2009-06-08

우리 반에는 지체장애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여자 아이인데 한쪽 팔과 다리가 불편해 이동도 느리고 활동하는 것도 상당히 느리답니다. 가끔 교과실을 간다거나 체육 수업을 하러 운동장에 나갈 때,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서너 배의 시간이 걸립니다. 처음엔 몇몇 여자아이들에게 그 아이를 잘 보살펴 달라는 강요 섞인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처음엔 잘 챙겨 주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그 아이를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부탁할 때를 제외하곤 혼자 두는 경우가 점점 많이 생깁니다. 한두 명의 아이들에게 괜히 부담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그 아이와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인천 남부초 강승숙 교사]


제가 만났던 아이들은 지금 선생님이 만나는 아이처럼 몸이 많이 불편한 아이는 아닙니다. 그래도 아이들한테 솔직하게 터놓고 방법을 찾아보았던 경험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이야기합니다.

 

눈에 띄게 얼굴이 특이한 데다가 마음 나이도 또래 아이들보다 낮았던 정미는 늘 울상을 하며 내게 달려오곤 했습니다. 고학년 오빠들이 웃기게 생겼다며 놀리고 툭툭 치고 가는 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교실 안에서도 그런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우는 정미를 달래거나 정미를 골린 아이들을 찾아 야단치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정미를 붙잡고 반 친구들한테 정미가 힘든 점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으면 어떨지 물었습니다. 정미가 그렇게 하자고 해서, 다음 날 정미를 앞에 나오게 하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친구들이 놀리고 때려서 정미가 얼마나 힘들고 속상한지 말해 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자 아이들은 교실 밖에서 또는 동네에서 정미가 괴롭힘 당한 일을 다투어 말했습니다. 다른 반 아이들이 정미를 함부로 대하지 않게 하려면, 우리가 먼저 정미를 보호해 주자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공부 시간에도 챙기고 도와주어야 할 일이 많은 정미를 위해 도우미를 뽑았습니다. 여러 아이들이 도우미를 자청하여, 그중에서 친절한 아이들을 우선 네 명 뽑았습니다. 처음 일주일을 지켜보니 도우미들은 정성껏 정미를 챙겼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정미 손을 꼭 잡고 화장실에 갔습니다. 나는 종종 정미 도우미를 친구들 앞에서 칭찬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도우미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늘 도우미를 맡은 아이가 잘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루 이틀 잘하다가 그만두기도 합니다. 그럴 때엔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바꾸기도 했습니다.

 

올해 만난 지연이는 학기 초부터 어머니가 편지를 보내 주셔서 아이가 갖고 있는 고민을 일찍 알았습니다. 지연이는 엉덩이뼈 한쪽이 볼록 나와서 다리를 살짝 절룩거립니다. 겨울에는 두꺼운 바지를 입어서 잘 몰랐는데 봄이 되니까 눈에 띄었습니다. 곧 지연이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자주 슬퍼했습니다. 이번에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먼저 장애를 가진 아이에 대해 다룬 책을 아이들한테 읽어 주었습니다. 《내 동생 아영이》,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이 책들을 읽어 주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했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 아이를 대하는 둘레 사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금까지 장애를 가진 친구한테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 털어놓게 했습니다. 이어 지연이를 앞으로 나오게 하고 어깨를 감싸 주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지연이 어머니가 편지를 보내 주신 이야기, 지연이가 속상했던 일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조용히 듣더군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지연이를 놀리는 아이는 아직 없는 듯합니다.

 

[부산 강동초 김숙미 교사]


선생님 반 아이처럼 몸이 불편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정신적인 장애를 겪고 있는 인경이가 작년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어요. 그때, 저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어요. “우리와 조금 다르니 너희들이 잘 보살펴 줘야 한다.” 뭐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부탁했어요. 그러나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이런 부탁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를, 제가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번 학교에서 인경이가 외톨이로 지냈다는데, 인경이가 외롭지 않도록 우리 반 아이들이 곁에 있어 줄 수만 있다면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몇몇 아이들의 ‘특별한 관심’이 인경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순 없잖아요.

 

경범이라는 아이와 한 모둠이 되면서부터, 자기 자리에만 앉아 있던 인경이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하고 다른 아이들처럼 교실을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더군요. 그리고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지만 책에 뭐라고 잔뜩 적어서 가져오는 날도 많아졌어요. 어느 날은 가만히 둘이 하는 걸 지켜보았어요. 그런데 경범이는 인경이를 돌봐 주고 있는 게 아니라, 둘이서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 장난을 치고 있었어요. 경범이를 흘기듯 노려보는 인경이의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어요. 인경이의 마음을 여는 방법을 경범이는 알고 있었어요. 경범이는 인경이를 우리 어른들이 흔히 바라보는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여운 아이’로 보지 않았어요. 경범이는 그저 인경이의 마음만 바라봤어요. 그런 경범이를 보고 저도 크게 깨달았지요.

 

선생님, 우리 어른들부터 아이를 보는 눈이 달라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몸이 불편하면 뭔가 좋지 않은 게 있을 거야’라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봐요. 그래야만 우리 반 아이들도 따라서 보게 돼요. 장애를 가진 아이도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진 아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짐으로 여기지도 않고 불편을 느끼지도 않을 거예요. 가슴으로 느끼지 않고 단지 의무감으로 느끼면 힘이 들잖아요. 남을 배려하는 건 배우는 게 아니라 그냥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나이를 먹어 가면서 다른 사람을 해코지하는 법을 배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아이들한테 지금 사랑을 배우는 중입니다. 우리가 아이 같은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반 아이들과 나누는 것, 이것은 우리 교사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선생님 편지를 보면서 얼마 전에 읽은 《왜 나를 미워해》라는 책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장애를 가졌으나 마음만은 천사 같은 칭요징이 그 반 아이들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잘 그려져 있어요. 선생님께서 읽지 않았다면 꼭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아마 몸이 불편한 칭요징을 무대에 세우기 위해 반 아이들이 함께 춘 아름다운 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서울 문정초 김희남 특수교사]


구체적인 도움은 드리지 못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째, 정확한 진단검사를 통해 아동의 현재 상태를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아동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입수하고, 의료진단 자료나 심리진단 자료를 요청하여야 합니다. 만일 이러한 자료가 불충분할 경우 인근 지역의 장애인 복지관이나 병원 등을 이용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도록 요청하셔야 합니다. 선생님께서 육안으로 관찰하신 아동의 현재 상태가 그 아동의 전부는 아니며, 아동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가르친다는 것은 목표 없는 길을 가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아동의 지적인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심리 상태는 어떠한지, 어떤 활동에 더 흥미와 능력을 나타낼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알고 나면, 집중적으로 지도해야 할 부분과 양보하고 타협해야 할 부분이 조금 더 선명하게 가려질 것입니다.

둘째, 이 아동으로 인해 1년 동안 학급 구성원 전체가 봉사와 희생을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장애인 친구의 존재를 통해 우리 반 아이들 전체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정신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장애를 바르게 이해하고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찾아 교실에서 활용하면 좋습니다. 장애인 관련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도서를 이용할 수도 있고, 인터넷의 특수교육 관련 웹사이트를 검색하면 다양한 ‘장애 이해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자료나 프로그램을 통해서 ‘장애인은 불쌍하고 타인의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나와 똑같이 슬픔과 기쁨의 감정, 욕구를 지니고 있는 인간’임을 인식하게 해야 합니다. 더불어 장애의 원인과 현상, 장애인 친구와 함께 지내기 위한 태도와 방법 등도 이해시키고, 아이들 스스로 고민해서 방법을 찾아낼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셋째, 해당 아동의 불편한 팔과 다리를 대신해 줄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야 합니다. 해당 학급의 교실을 이동이 용이한 1층 교실로 배치를 한다거나,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 장애 관련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교장 선생님과 협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아동의 학교생활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역 복지관이나 자치단체, 교육청, 자원봉사 단체 등에 의뢰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겁니다. 현재 서울시 각 교육청은 장애아동의 학교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특수교육 보조원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더욱 확대 실시될 예정입니다. 또한 아동을 둘러싼 사람들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성하여, 언제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장애아동의 문제는 누구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며,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힘을 모으고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출처 : 이 내용은 <초등 우리교육 2003년 11월호>에 실린 '교실 속 딜레마'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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