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광장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상징이다. 서울시청 앞 광장은 1987년 6월 항쟁의 중심지였고, 작년에는 미국산 광우병위험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로 가득 찼었다. 역사의 굽이굽이 시민들이 모여 민주주의를 외치는 그곳이 바로 서울광장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광장이 다시 닫히고 있다. 서울광장의 운영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는 문화행사 이외에는 사용을 허가하지 않고 있으며, 문화행사에 대해서도 그 주최자를 자의적 기준에 따라 선별하여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에 대해서는 사용을 불허하고 있다. 심지어 시민사회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개최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도 행정안전부에 책임을 떠넘기며 사용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노동자들이나 시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위해 집회를 하겠다는 사용신청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로인해 서울 광장은 단지 서울시가 진행하는 축제나 문화행사만 진행되는 일개 시설로 전락했으며, 시민들의 자유로운 접근과 이용이 가능한 광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새로 만들어지는 광화문광장 역시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은 불가능하다. 시민들은 광장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이자 구경꾼으로 전락해 버렸다.
경찰이 차벽을 둘러싸고 서울광장을 봉쇄했다.ⓒ 민중의소리
경찰은 더 나아가 경찰버스로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4일까지 서울광장과 청계천광장을 둘러싸고 시민들의 출입과 통행은 금지하기도 했다. 추모제는 물론 어떠한 집회도 불가능하게 완전 봉쇄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지 광장은 다시 봉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경찰청장은 집회의 목적이나 주최단체에 따라 다시 광장을 봉쇄 할 수 있다는 지극히 자의적인 기준을 다시 한 번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6월 10일 열린 6월 항쟁 22주년 기념 문화제는 야당의원들이 천막농성을 벌이고서야 광장을 사용할 수 있었고, 6월 27일 4대강 죽이기 사업 반대 범국민대회는 경찰의 출입통제와 방해로 파행적으로 진행되었다.
경찰의 광장 봉쇄행위는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가지지 못한 공권력 남용이다. 불법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추측과 예단만으로 서울에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대규모 광장을 모두 원천봉쇄하고 도심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은 최소한의 정당성도 갖지 못한다. 경찰은 광장봉쇄의 근거로 집시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거론하나 법률의 어떤 조항에도 그와 같은 행위를 정당화시켜줄 근거는 없다. 경찰의 광장 봉쇄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맘대로 열고 닫는 광장은 광장이 아니다. 왜 광장 사용을 서울시와 경찰이 허가받아야 하는가? 광장의 주인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온 이 땅 시민들이다. 경찰과 서울시가 광장을 차지하고 주인행세를 하고 있지만 이제 시민들이 나서 서울시와 경찰이 가져가버린 광장의 권리를 되돌려 받고자 한다.
7월 24일 광장조례개정 서울시민캠페인단 발족식이 열렸다. 시민사회단체와 야4당 서울시당이 참여했다.ⓒ 참여연대 제공
광장을 되찾기 위해 참여연대는 야 5당과 서울시에 소재한 시민사회단체 등 20여 단체와 함께 서울광장사용조례개정 서울시민캠페인단을 구성하였다. 서울시가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을 무시하고 만든 광장사용조례를 바꾸기 위해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직접민주주의 제도인 주민발의를 추진하기 위해서이다. 캠페인단은 지난 6월 10일 조례개폐청구서를 접수시켰고, 19일 대표자등록증을 받았으며, 7월 14일에는 1,600명의 수임인(서명을 받으러 다니는 사람) 등록증을 받을 예정이다. 서울시민 81,000명을 모아 직접 서울시에 조례 개정을 요구하기 위해서이다.
캠페인단은 서울광장조례를 누구라도 자유롭게 광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문화행사 등으로 한정된 사용목적을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진행까지 확대하고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꿀 것이다. 또한 광장 사용자의 성별이나 장애 정치적 이념, 종교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시민위원회를 설치해 시민들이 광장 사용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7월 14일부터 광장사용조례를 바꾸기 위한 본격적인 캠페인이 시작된다. 19세 이상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
지난 6월 10일 조례개정청구운동을 선언했지만 행정절차가 너무 복잡해 그 진행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대표자 등록증이 나오기까지 9일이 걸렸고, 수임인 신고 후 신고증 수령까지는 무려 20일이나 걸렸다. 현재까지는 대표자만 서명을 요청할 수 있어 매주 2회 정도만 거리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2주 만에 2,0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수임인 등록증이 나오고 나면 본격적인 서명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광장조례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이 서울광장 주변에서 진행중이다.ⓒ 민중의소리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주민발의 제도는 직접민주주의제도이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하는데 한계가 많다. 시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단지 선출되었다는 이유로 법률이나 조례를 자신들의 맘대로 제․개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광장조례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시민들이 더 자유롭게 광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해야 함에도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오히려 지난 4월 시민들의 자유로운 광장 사용을 더욱 어렵게 하는 내용으로 조례를 개악한 바 있다. 주민발의제도는 이렇게 뽑아준 시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대표자들에 맞서 주민들이 직접 조례의 제․개정을 요구하는 제도이다. 시민들의 참여로 민주주의의 본뜻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조례개정운동은 헌법 1조의 국민주권을 확인시켜주는 운동인 것이다.
광장은 열려있을 때 광장이라 부를 수 있다. 이제 광장의 주인인 시민이 나서 광장을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리고자 한다. 이것은 단지 광장을 개방하는 운동이 아니다. 위임받은 대표자들이 주민들의 뜻을 거부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에 맞서 직접 나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서울광장사용 조례를 바꿔 서울광장을 다시 찾아오는 것은 거꾸로 가고 있는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첫 걸음이 될 것임을 믿는다.
[덧붙임] 서울광장사용조례 개정을 위한 청구인단에 참여하는 방법은 광장사용조례개정 서울시민캠페인단 홈페이지에서(www.openseoul.org) 자세하게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