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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용산참사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박종국에세이/시사만평펌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7. 27.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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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용산참사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긴급기고] 쌍용자동차로 달려가 인간방패가 되자

박래군(인권활동가, 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용산참사 6개월이 지나도록 이 정부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족들의 외침을 막는 것 외에는 한 것이 없다.

정부는 지난 7월 20일 시신을 들고 나가려던 시도도 경찰을 동원해 막았고, 빈 관이라도 들고 나가서 시민분향소를 차리려던 것도 막아버렸다. 그렇게 용산참사를 해결하려는 의지 자체를 틀어막고 고사시키겠다는 정부의 기존 태도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정부가 국회에서는 미디어악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더니 그 기세를 몰아 공장을 점거 농성 중인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을 진압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진격하는 경찰

24일 오후 3시께 쌍용자동차 프레스 공장 옥상을 장악한 경찰이 차체2팀 옥상을 장악하기 위해 진격하고 있다.ⓒ 노동과세계 이명익 기자



경찰의 도장 공장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들린다. 여기저기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 정부는 역시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용산참사를 6개월 넘도록 무시전략으로 대하더니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을 고립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진입작전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제 노조원들이 농성하는 도장 공장 코앞까지 경찰 병력이 치고 들어와 상부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장은 진압 준비가 모두 끝났으며, 시기만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까지 들려오는 쌍용자동차에 대한 경찰의 압박은 이미 상식적인 선을 넘어 버렸다. 두 달을 넘긴 쌍용자동차 노조의 옥쇄파업을 진압하는 과정은 얼마나 잔인한가. 그들은 도장 공장 등 노조원들이 장악하고 있는 공장에만 진입하지 않았을 뿐 이미 진압작전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정부와 경찰, 잔인한 이들은 사람이 목숨을 부지하는 데 필수 조건인 물을 끊었고, 음식물 반입도 차단했다. 농성 중인 노동자들은 먹을 물이 없어서 녹물까지 끓여먹는다고 한다. 물이 나오지 않으니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수 없어서 드럼통으로 간이 화장실을 만들어 놓았다고도 한다. 음식도 겨우 주먹밥 하나로 연명하고 있다니 그 비참함이 눈에 선하다. 거기에 하루종일 투항을 종용하는 선무방송을 해대고, 헬기에서는 스티로폼이 녹아내릴 정도의 맹독성 최루액을 뿌려대고 있으니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경찰은 지난 24일, 자신들이 뿌린 최루액의 인체 무해성을 증명하려다가 오히려 망신을 자초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테이저 건’이라는 테러진압 장비를 노동자들의 얼굴을 겨냥, 발사해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 그런데도 의료진의 진입마저 막고 있다. 이런 전쟁터가 어디에 있는가. 이처럼 철저하게 인권이 말살되는 현장이 어디에 있는가.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용산에서 6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당시와 같은 진압작전을 실행하려고 완벽한 준비를 갖추었다는 점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7월 2일 대테러종합훈련이라는 것을 공개했다. 그때 생존권 투쟁을 벌이는 옥상 망루의 철거민들을 컨테이너를 동원해 진압하는 훈련을 선보였다. 용산참사 때와 똑같은 방식의 진압훈련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이들은 그 과정을 통해서 극한적인 생존권 투쟁을 진압하는 유력한 방식으로 컨테이너를 동원한 진압 매뉴얼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용산참사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라고 했더니 이런 짓이나 거듭하고 있다. 아마도 용산에서 문제가 있던 컨테이너를 보완한 특수 컨테이너를 제작해서 대기 중일 것이다. 그들의 안중에 국민들의 안전은 아예 없고, 다만 효과적인 진압작전의 성공만이 있을 뿐이다.

경찰특공대 대테러훈련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의 대테러종합훈련 모습. 경찰특공대는 2일 오전 서초구 방배동 훈련장에서 용산 참사 당시 진압 모습과 거의 흡사한 훈련을 해 비난을 받고 있다.ⓒ 민중의소리


경챂, 쌍용차 진압용 컨테이너 투입

경찰이 22일 강제해산 작전시 특공대 투입을 대비해 쌍용차 평택공장 동쪽 4WD주차장에 에 배치한 진압용 컨테이너 박스. 이 컨테이너 박스는 지난 1월 용산 철거민 농성 진압 시 특공대를 투입하면서 사용된 것과 동일하게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대기 중인 사다리차와 소방관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주위에는 대기 중인 경찰차와 소방차.ⓒ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현장에 들어가 본 언론이 “노동자들이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는 도장 공장 등은 밀폐된 화약고로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경찰과 용역을 투입해 기필코 진압을 한단다. 그들에게 점거 농성 중인 노동자들은 테러범이고, 진압의 대상일 뿐이며, 전쟁을 해서라도, 그러므로 설령 죽는다 해도 진압해야만 하는 대상일 뿐이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국민이 아니게 되어 버린 그들을 대하는 방식은 마치 바로 섬멸해야 하는 적군을 대하는 방식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 국가폭력은 이미 대추리에서, 용산에서 경험하지 않았는가.

상황이 발생하고 난 뒤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보라. 용산참사 이후 얼마나 철저하게 죽은 자들을 모욕하고, 무시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쌍용자동차에서 참사가 발생하면 용산보다 몇 배나 많은 희생이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용산참사 때보다 수천 배나 많은 시너와 유기용제가 곳곳에 쌓여 있다지 않는가. 어쩌자는 것인지 답답하고 초조하다. 매일매일 불안하기만 하다.

그래서다. 저들이 잔인한 진압작전에 돌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끔찍한 학살을 막아야 한다. 아무리 저들이 경찰병력을 깔아서 공장 근처 접근을 막는다 해도 우리는 가야 한다. 진압하려는 경찰 앞을 인간방패가 되어 막아서야 한다. 예고된 학살 앞에서 행동하지 않으면 때는 늦는다. 거기 공장 안에 우리의 이웃이고, 이 나라의 시민이고, 사람인 노동자들이 있다. 사람들을 죽이려는데, 무엇을 주저할 것인가. 학살로 사람들이 죽은 다음에 분노한들 그때는 이미 늦다.

그리고 경찰 특공대에게도 말해주자. 부당한 강제진압을 거부하라고. 이미 용산에서 보았지 않은가. 용산의 그 불길 속으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특공대를 몰아넣은 경찰 지휘부를 보지 않았던가. 그 불길 속에서 철거민만이 아니라 특공대원 1명도 생명을 빼앗겼고, 그 뒤에 겨우 1억 4천만원의 보상만 받았다지 않은가.

이런 개죽음을 거부하라고 호소하자. 용산보다 더욱 큰 불길이 솟을 그 지옥 속으로 자신들을 몰아넣고 있음을 그들에게 알리자. 경찰 특공대도 죽지 않고, 노동자들도 죽지 않는 상생의 길을 찾자고 호소하자.

박래군 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박래군 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이미 시작된 경찰의 잔인한 진압작전을 멈추게 해야 한다. 용산보다도 더 끔찍한 학살이 일어나지 않도록 물과 약품을 들고 달려가자.

쌍용차 노동자들이 살아야 경제위기 속에서 일자리 때문에 불안하고, 죽어가는 일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다하자.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해야 할 때, 저기 사람이 있다고 외치면서 당장 진압작전을 멈추라고 요구하자.

이 나라에 잔인한 정부만이 있는 게 아니라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자. 대화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도록 요구하자.

노동자만이 아니라, 그들의 가족만이 아니라, 인권활동가만이 아니라, 모두가 한 마음으로, 절실한 마음으로 달려가자. 더 이상의 학살은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하자. 진압에 들어가는 경찰들 앞을 가로 막아서자. 제2의 용산은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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