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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화, <강아지똥>

박종국에세이/독서칼럼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8. 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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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화, <강아지똥>


  시골길 외딴 돌담 옆에 홀로 버려진 강아지 똥은 친구하나 없이 외롭게 지낸다. 겨울이 되자, 그나마 말동무가 되어주던 흙덩이마저 떠나고 강아지 똥은 추운 겨울을 혼자서 보낸다. 따뜻한 봄이 오고, 강아지 똥은 암탉과 병아리 가족을 만나지만, 그들 역시 강아지 똥의 쓸모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봄비 내리던 어느 날, 강아지 똥은 자신 곁에 피어난 민들레가 고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부러워한다. 그러나 민들레는 자신이 예쁜 꽃을 피우려면 강아지 똥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강아지 똥>(민들레그림책1), 권정생, 길벗어린이, 1996.

  

  길 가장자리나 빈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아지똥. 그러나 길가의 한 무더기 강아지 똥은 그냥 똥이 아니다.

  ‘왜 하느님은 자신을 보잘 것 없는 강아지 똥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강이지똥은 자기가 왜 태어났는지를 곰곰이 자기존재 의미에 대해서 골몰한다.

  차가운 겨울밤 눈이 내리고, 따뜻한 봄이 오고, 어느 날 추적추적 봄비가 내린다. 강아지 똥은 그저 씻겨 내린다. 그때, 강아지 똥이 밟고 자리 아래서 민들레가 꿈틀거리며 화급한 목소리로 외친다.

  “강아지 똥님, 제가 아름다운 민들레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거름이 필요해요.”

  “무슨 거름? 난 너에게 아무 것도 해줄 것이 없는데….”

  “아녜요. 저는 달착지근한 똥거름이 있어야한다 말에요.”

  “똥거름? 길가에 그냥 툭 떨어진 강아지 똥이 필요하다고?” 

  “네, 그렇고말고요.”

  민들레의 부탁을 받은 강아지 똥은 그제야 자신도 쓸모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강아지 똥은 기꺼이 거름이 되어 준다. 향긋한 강아지 똥을 흠뻑 머금은 민들레는 연방 싹을 틔우고 노랗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더니 곧이어 하얀 홀씨가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이다. 스스로 보잘것없어 여기는 강아지 똥이 자신도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참으로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냄새나고 별것 아닌 소재조차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데서 늘 하찮은 것들에 사랑을 듬뿍 주었던 권정생 선생님의 향취가 묻어난다. 때문에 얄팍하면서도 긴 여운을 주는 이 책은 꼬맹이들이 단박에 <강아지똥>에 반해 버린다. 


  살다보면 왠지 자신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한다. 남들보다 드러낼 게 없고, 초라한 것 같으며, 자신이 덜 중요하다는 자괴감 때문이다. 이런 감정은 어른아이할 것 없이 누구나가 가지는 인간 본성이 아닐까?


  세상 사람들이 '아이, 더러워'하며 다 피해가고 천대받는 강아지 똥, 그렇지만 민들레꽃의 거름이 되어 예쁜 민들레꽃이 피어날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된다. 하여 고만고만한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존재일지라도 그 나름대로 쓸모 있고 가치가 있다는 생명 존중의 생각을 갖게 한다. 또한 자기 자신을 아무 쓸모없고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자신감과 희망을 주어 자긍심을 갖게 하는 ‘작지만 여울이 큰’ 훈훈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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