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 교체설에 반발한 MBC 기자들이 경영진의 방침을 명백한 '정권 굴복'으로 규정하고 9일 정오를 기점으로 프로그램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평기자들을 중심으로 한 MBC기자회의 집단행동은 문화방송 개국 이래 처음있는 일로, 간판 앵커 교체에 따른 파장과 사태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가를 가늠케 하고 있다. 뉴스 제작 차질 불가피…"마이크 놓는 것으로 더 큰 가치 말할 수 있어" 보도본부 차장 평기자로 구성된 비대위는 이날 오후 여의도 본사 방송센터 D공개홀에서 비상총회를 갖고, "이 시간부로 마이크를 잠시 내려놓는다"며 "오늘 마이크를 놓는 것으로 더 큰 가치를 말할 수 있음을 믿는다"고 제작거부에 따른 의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정치적 배경'이 있음을 강조, "앵커 교체를 놓고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정권의 압력에 MBC가 굴복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날이 증폭되고 있다"며 "제작거부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만큼, 쉽게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신경민 앵커는 그간 클로징 멘트를 통해 정부 비판적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내부 구성원들은 사측이 이를 염두해 신 앵커의 교체를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다. ©MBC | | 기자회는 특히 교체 방침을 정하는 과정에서 사측의 '일방적 의사결정'을 지적, "의견수렴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되었던 그동안의 절차들은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생색내기에 불과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잘라 말했다. 이같은 근거로 기자회는 "보도국장이 '기자회와 노조 의견을 수렴해 반대가 많으면 강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이에 기자회는 구성원들의 의사를 수차례 보도국장과 경영진에게 전달했으나, 되돌아오는 것은 일방적인 교체 강행 통보였다"고 제시했다. 기자회는 "(신경민) 앵커 교체를 단순한 인사권 행사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며 "우리의 눈동자는 MBC 뉴스를 바라보는 국민들에 맞춰져 있다. 경영진은 우리와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적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이날 정오 부터 MBC 평기자들이 기사작성과 리포트 제작 중단 등을 실행에 옮김에 따라, <뉴스데스크>를 비롯해 <뉴스후>와 <시사매거진 2580> 등 MBC를 대표하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제작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저녁으로 예정된 <뉴스데스크>의 방송 시간이 20분이 줄어드는 것을 시작으로, 그간 따로 방송됐던 '스포츠뉴스'가 메인 뉴스에 포함돼 전파를 탈 예정이다. 또, 10일 오전 6시 부터 방송되는 <뉴스투데이> 역시 방송 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1부와 2부가 각각 20분으로 방송된다. '뉴스와 경제'는 40분 방송에서 10분으로 줄었다. 정치권, 맹성토…"엄기영, 권력의 시녀노릇 자처하나" MBC 사측을 향한 정치권의 성토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송두영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특정 방송사의 사내 인사권을 존중하지만, 이 인사권한이 외부의 압력, 특히 정권의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이는 명백히 언론자유 침해 행위"라고 꼬집었다. 송 부대변인은 "두 진행자의 공통점이라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고 국민의 입장에서 방송을 잘 했다는 것"이라며 "만일 이명박 정권이 권력의 귀를 거슬렀다는 명분으로 인사에 개입한다면 이를 언론자유 침해로 규정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역시 "문화방송 경영진은 권력의 시녀노릇을 자처하려는가"라며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임이 분명한 이번 교체 건은 경영진이 민주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포기하려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갖게 한다"고 논평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우리는 신경민 앵커를 '뉴스데스크'에서 계속 보고 싶다"며 "만약 MBC 경영진이 언론말살 정부의 하수인을 자청한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음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평 PD들 연가투쟁에 사측, '김미화 교체' 잠정 보류…진중권 "코드 맞추기" 한편 MBC 측은 FM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인 김미화 씨에 대한 교체 결정을 잠정 보류했다. 라디오 PD들을 중심으로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당초 13일로 예정된 개편을 오는 20일로 미루고, 진행자 교체에 대한 최종 확정을 연기한 것.
▲ MBC <시선집중>을 진행 중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와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인 김미화 씨. © CBS노컷뉴스 | | 하지만 사측이 내부반발을 우려해 시간만 미룬 것일 뿐, 결국 교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입사한 라디오 PD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교체를 강행할 경우, 연가 투쟁을 라디오국 전체로 확산하겠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PD들은 <시선집중>을 진행 중인 손석희 교수의 교체 가능성 까지 제시했다. 절대청취율 전체 6위를 기록하고 있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대해 사측이 '제작비 절감'이라는 이유를 든 만큼, 손 교수 역시 향후 교체 물망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헌이익수치가 수십억원에 달하는 이 프로그램을 사측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든 상황에서, 아침 시사프로그램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손석희의 시선집중> 역시 이같은 우려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다. PD들은 "라디오 개편의 경우 청취도 선호도와 프로듀서들의 기획을 총화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러한 과정 없이 갑자기 진행자를 교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제작비 절감'의 이유를 든 사측 방침을 성토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도 이날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누가 봐도 명백한 코드 맞추기"라며 "MBC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상징되는 정권의 방위적 압박 속에서 아무래 사측이서 정권의 요구를 들어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특히 보수진영의 공공연한 교체 압박을 거론, "한나라당의 의원들, 그리고 인터넷 서북청년단 노릇을 하는 자들은 김미화를 '좌파'라 부르며, 노골적으로 교체를 종용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 진행자의 선택까지 자신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그 발상 자체가 무섭다"며 "이번 사태는 오래 전부터 예고되어 왔다. 도대체 어쩌다가 김미화씨가 졸지에 좌파로 몰리는 세상이 됐는지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1보 : 9일 오전 10시36분] MBC '신경민 교체' 파문, 기자들 집단행동 기자회, 찬성 74.4%로 9일 정오 '제작거부' 돌입…엄기영 사장 '신중모드' MBC기자회가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의 교체를 추진 중인 사측 방침에 반발, 9일 정오 부터 전면 제작거부에 돌입하는 등 간판 앵커 교체설에 따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엄기영 사장은 내부 반발을 의식해 "심사숙고 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으나, 기자회는 경영진이 신 앵커의 교체 철회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힐 때까지 제작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8일 기자총회, 74,4% 찬성률로 '제작거부' 결정…취재행위 '거부'
앞서 기자회(회장 최혁재)는 60여 명의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8일 저녁 8시30분 MBC 본사 보도국에서 기자총회를 갖고, 신 앵커의 교체문제와 관련한 토론을 가졌다.
MBC기자회는 "신 앵커 교체가 강행될 경우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크게 위축되는 중대한 상황을 맞게될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전면 제작거부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자리에서 기자회가 차장 이하 133명(해외 연수자 등 부재자 10명을 제외)을 상대로 제작거부와 관련한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74.4%에 해당하는 99명이 찬성 표를 던졌으며, 반대는 24명(18%), 기권 10명(7.5%)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자회가 지난 6일 29기 이하 기자들 1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98명(91%)이 신 앵커 교체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자회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이날 오전 전영배 보도국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MBC 기자들은 이날 정오부터 뉴스데스크는 물론, 보도본부의 모든 프로그램 리포트 제작과 스트레이트 기사 작성, 취재행위도 거부키로 했다.
기자회는 "이번 신경민 앵커의 교체 문제가 한 개인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나, 단순한 인사권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는 중대한 사안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날 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자회는 각 기수대표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으며, 보도영상협의회 역시 별도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제작거부 동참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MBC 본사에 모여 경영진의 교체 방침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며, 이들의 제작 거부 기한은 경영진이 앵커교체 안에 대해 공식 철회를 발표할 때까지로 정했다. 차장급 기자 30여명 "교체 강행시 모든 수단 강구할 것"
한편 기자회와 함께, 보도본부 25기에서 29기 까지의 차장급 기자 30여 명도 8일 저녁 성명을 내고 "MBC 뉴스의 공신력과 보도본부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짓밟게 될 앵커 교체 논의를 중단하라"며 "다수 기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앵커 교체 사유를 어떤 수사로 포장하더라도 우리는 믿기 어렵다"며 "오히려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정권, 그리고 MBC 뉴스가 그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려 한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우리는 신경민이라는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앵커 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MBC 뉴스를 지키기 위해,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만약 회사가 앵커 교체를 강행할 경우, 이후에 벌어질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그리고 엄기영 사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MBC 뉴스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MBC, 신경민-김미화 교체 진짜 이유는 '정부 비판적' 이기 때문? 이처럼 MBC 내부 반발이 정점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이 신 앵커의 교체 방침을 정하게 된 배경엔 신 앵커가 그간 클로징 멘트를 통해 정부 비판적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 온 것에 따른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신 앵커 뿐 아니라 FM라디오 <세계로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을 맡고 있는 김미화의 교체도 사실상 결정된 가운데, 경영진은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와 관련, MBC 노조도 8일 저녁 성명을 내고 "정부의 비이성적 행태를 비판하는 진행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많은 시청자들을 외면한 채 권력의 입장을 대변하고 권력에 굴종하는 것"이라고 사측을 맹비난했다. 노조는 특히 "사측은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가 주관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교체를 여러 번 시도했고, 최근에는 앵커 때문에 광고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자신들도 증명하지 못하는 '소문'까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미화 씨의 교체설과 관련, MBC라디오 PD들도 경영진 방침에 강력 항의하며 무기한 집단 연가투쟁에 돌입했다. 이들 대부분은 1990년 이후 입사한 PD들로 '제작비 절감'이라는 사측 방침을 결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8일 성명을 통해 근거를 제시, "<세계로 그리고 우리는>은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가운데 3위에 랭크돼 있다"며 "공헌이익수치가 수십억원에 달할 뿐 아니라, FM 수백개 프로그램 중에서 절대청취율 6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내부 반발이 언론계 전체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MBC 사측은 "아직까지 인사발령이 나지 않아 확정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엄기영 사장은 '심사숙고'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언론노조는 8일 "MBC 엄기영 사장은 정권에 굴복해 2천여 조합원 등에 칼을 꽂을 것인가"라며 "정부가 불편해할 뿐 국민이 지지하는 방송인을 교체하는 것은 정론직필을 포기하고 부역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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