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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의 아름다운 행복여행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0. 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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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의 아름다운 행복여행
2008 창녕군 장애인종합복지관 거제해금강 매물도 나들이
08.10.14 14:10 ㅣ최종 업데이트 08.10.14 14:10 박종국 (jongkuk600)

  
▲ 특별한 날의 아름다운 여행 참가자 이번 '행복여행'에는 휠체어 참가자 5명, 시각장애자를 비롯하여 28명, 도우미 9명, 학부모 참가자 5명이 참가했다(사진은 참가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역방향 촬영을 했습니다).
ⓒ 박종국
행복여행

 

경남 창녕군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장인석)은 지난 10월 9일~10일 양일간 관내 저소득 장애인(28명)을 대상으로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과 해금강, 매물도, 대우조선해양을 둘러보는 “2008 복지관광”을 실시하였다.

 

특별한 날의 아름다운 여행

 

십년 만에 부모의 품을 벗어나 보는 사람, 십오 년 만에 처음으로 집을 떠나는 사람, 난생 처음 여행을 한다는 사람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설렘과 기대 때문이다. 출발이 이른 시간인데도 복지관 앞은 많은 사람들로 복작였다. 아들딸을, 남편과 아내를 떠나보내는 안쓰러운 배웅이었다.

 

휠체어 참가자 5명, 시각장애자를 비롯하여 28명, 도우미 9명, 학부모 참가자 5명 등 참가인원을 파악하고 여행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은 후 곧바로 출발했다. 오전 10시, 버스는 이내 창녕읍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씽씽 내달았다.

 

  
▲ '행복여행' 사전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행복여행'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이 사전 설명을 듣고 있다.
ⓒ 박종국
설명

 

   “야! 가을들판이 온통 누렇게 물들었구나?“

  “저 나무는 어쩜 저렇게 발갛게 물들었을까?”

  “요즘 가을걷이를 기계로 하는구나?”

  “차가 너무 빨리 달리는 것 같아.”

 

동행자 모두 차장 밖으로 스쳐 지나는 풍경들이 신기해서 탄성을 질렀다. 순간 가슴이 짠했다. 거제대교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긴 시간 동안 차를 타서 지쳤을 만한데 모두들 즐거운 얼굴이다. 휴게소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참가자들 거의 대부분 난생처음 보는 바다였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았던 바다와 너무나 달다.”

  “집 앞 저수지 물보다 더 파랗다.”

  “선생님, 저기까지 내려갈 수 없을까요?”

 

그들은 너무 신기해했다. 모두들 볼은 불그레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낯선 곳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마음이 부푼 까닭이다.

 

난생처음 보는 바다

 

차는 어느덧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도착했다. 맛깔스럽게 챙겨온 점심을 나눠먹고 오후 일정을 시작했다. 유적공원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동하기엔 다소 힘겨운 길이였으나, 서로 손 잡고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유적지 곳곳을 다 둘러봤다.

 

스물여덟명의 참가자 모두 이곳에서 6.25전쟁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두 시간여 관람을 하면서 특히 포로수용소 모형전시관에서 그때의 상황들을 실감나게 보았다고 했다.

 

가말갛게 보이는 수평선, 거제해금강에 도착해서 유람선을 탔다. 바다 위 기암괴석들을 절경들, 유람선이 스쳐 지나는 곳마다 참가자들의 탄성이 메아리쳤다. 처음 만나는 바다여서 그런지 시종일관 안내방송과 눈앞에 펼쳐지는 바깥 풍광들에 눈을 떼지 못했다.

 

  “선생님, 저기 보세요. 꼭 부처님 같아요.”

  “아냐, 내 눈에는 새색시 같은데.”

  “저건 호랑이 모습 같네.”

  “아니다. 잔뜩 웅크리고 있는 곰 같아.”

  “난 저 촛대바위가 좋아. 꼭 무언가 기도하는 모습 같거든.”

 

두런두런 질문이 많았지만 아쉬움도 컸다. 지체장애자들은 그런대로 모든 다도해 경치를 조망할 수 있었지만, 시각장애를 가진 참가자들은 그 감흥이 덜한 것 같았다. 순간순간 지나치는 물상들보다 안내방송을 더 귀담아 듣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고 사뭇 안타까웠다.

 

다행히 파도가 높지 않아 해금강을 다 돌때까지 배 멀미를 하거나 힘겨워하는 사람이 없었다. 기분 좋은 해상유람이었다. 숙소에 들러 하루 일정을 정리한 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 첫째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 앞에서 첫째날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 앞에서 참가자 모두 기념 촬영을 했다(장애자들의 초상권보호를 위해 사진은 역방향으로 촬영했습니다).
ⓒ 박종국
초상권

 

다음날 아침, 참가자들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매물도’로 향했다. 매물도는 참가자들에게 꽤 먼 바다다. 한 시간 여 만에 도착한 매물도, 아무도 매물도에 발길 닿지는 않았지만, 그곳은 참가자들에게 거제해금강과는 또 다른 신비의 비경이었다. 각자의 눈으로 섬 곳곳을 훑어봤다. 돌아오는 길에는 거제대우해양조선소를 견학했다.

 

이번 '복지관광'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지원사업으로 마련된 행사로, 농촌지역 장애인에게 다양한 문화체험의 기회였으며, 도시지역에 비해 문화생활 근접의 기회가 적은 장애인들이 여행을 통하여 행복감을 느끼고, 삶의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다.

 

행사에 참가한 1급 중증장애인 임현석(가명, 남, 50세)씨는 “몸이 불편하여 여행할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는데, 창녕군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이번행사를 마련해주어서 15년 만에 가을의 향기가 가득한 거제도일대를 직접 돌아볼 수 있어 너무나 기쁘고 행복합니다. 외부의 도움 없이는 외출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또 하나의 사회통로를 만들어 준 한국관광협회중앙회와 자원봉사자, 복지관직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장애인에게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15년만의 맛본 바깥나들이

 

또한 이번 행사를 전반을 도맡은 전현아 사회복지사도 여행 소회로, “참가 장애인들이 즐거워하시는 모습에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유명관광지에 장애인이 보다 더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편의시설이 좀더 보완되어야겠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어요. 앞으로 우리 복지관이 지역장애인에게 다양한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긍정적인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하고, 복지관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장애인이 행복한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겠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창녕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이밖에도 장애인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가스포츠(요가, 노래, 탁구, 배드민턴교실), 사회적응, 직업훈련, 방과후교실(인지학습, 일상생활훈련, 놀이, 성교육), 물리·언어치료, 무료한방치료, 컴퓨터교육 프로그램을 수요자 요구에 따라 실시하고 있으며, 장애인들이 사회에 적응하는 데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여가생활지원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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