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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몸으로 읽어야 한다

한국작가회의/오마이뉴스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0. 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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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몸으로 읽어야 한다
08.10.17 18:34 ㅣ최종 업데이트 08.10.17 18:34 박종국 (jongkuk600)

  
▲ 부곡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아침독서 모습 우리학교는 교과활동 이외에도 여러 가지 특별활동과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보다 아침 8시 40분부터 삼십분 간 모두가 참여하는 ‘아침독서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 박종국
아침독서

가을, 책 읽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선뜻 책을 읽는 사람은 드물다. 다들 바쁘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 누구나 겨를 없이 빠듯하게  산다. 그만큼 삶에 여유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아침 신문을 펼쳐 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보다도 텔레비전에 의존하고, 인터넷에 더 친숙하다. 독서의 달, 책을 읽자는 부추김은 왠지 요즘 세태와 걸맞게 돌아 공허한 메아리 같다.

 

오늘도 즐겁게 반 아이들을 만났다. 어제그제께 시험으로 팍팍했던 마음이 다 풀렸는지 얼굴이 환하다. 그 웃음 청잣빛 가을하늘처럼 시원하다. 아이들의 표정이 맑다는 것은 담임으로서 더할 나위없는 충만감이다. 아이들과 부대끼는 데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아이들의 환한 웃음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아이들 하나하나 건강한 눈빛을 확인하고 ‘아침독서’에 들어간다. 우리 학교는 교과활동 이외에도 여러 가지 특별활동과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보다 아침 8시 40분부터 삼십분 간 모두가 참여하는 ‘아침독서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 책 읽는 아이들1 우리 반 이언승 어린이의 책 읽는 모습이다
ⓒ 박종국

  
▲ 책 읽는 신혜진 어린이 우리 반 신혜진 어린이의 책 읽는 모습이다
ⓒ 박종국
어린이

  
▲ 책 읽는 박동혁 어린이 우리 반 박동혁 어린이의 책 읽는 모습
ⓒ 박종국
책 읽는 어린이

  
▲ 책 읽는 김나라 어린이 우리 반 김나라 어린이의 책 읽는 모습
ⓒ 박종국
나라

 

세살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그렇듯이 어렸을 때 체득한 좋은 습관으로 형성되어 마침내 평생을 소용할 수 있는 품성으로 자리 잡게 된다. 때문에 사사로운 습관하나가 장차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하면 책 읽는 버릇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어떤 책을 읽을까. 어른들의 경우 취사선택을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우선 ‘재미있고, 좋아하며, 맘에 드는 책을 날마다, 읽고 그냥 읽으며, 끝까지 읽으면 된다. 그렇기에 좋은 책을 읽히겠다고, 학습에 도움을 주겠다고, 본받을만한 책을 권하겠다고 부산을 떨 까닭이 없다. 그런 책은 아이들에게 부담감을 주게 되어 책과 멀어지게 되는 구실이 된다.

 

그냥 읽어요

모두 읽어요

날마다 읽어요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아이들의 마음은 스펀지 상태다. 그만큼 흡습성이 강하다. 그렇지만 좋은 것, 궂은 것을 가릴 수 있는 이성적 판단력은 갖추지 않았기에 적정한 보살핌은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잘 큰다.

 

하여 아이들을 키우는데 은근한 사랑은 자양분이 되지만, 고슴도치 사랑을 쏟으면 매사 의존적인 아이로 키울 뿐이다. 더욱이 부모가 아이에게 대리만족을 얻겠다고 일거수일투족을 부모 의지로 다가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잘 큰다

 

이 가을, 아이들의 품성을 건강하게 키우려면 책이 먼저다. 주말 가족 모두 서점으로 책 사냥을 나서보면 어떨까. 집을 나서기 전에 반드시 아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만들게 하고, 서점에 가서는 아이 마음대로 책을 고르게 한다. 평소 아이가 읽고 싶었던 책을 아이 손으로 골랐다면 ‘야, 이 책 재미있겠다’는 칭찬과 함께 주저 없이 사 준다.

 

  
▲ 열중하여 책 읽는 아이들 부곡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이 아침독서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 박종국
아침독서활동

부모의 따뜻한 칭찬과 부추김으로 책을 들게 되면 아이는 그 어떤 책이든 힘닿는 대로 읽는다. 그게 순수한 아이들 마음이다. 이쯤에 동행했던 부모도 한두 권의 책을 사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 아이가 꾸준히 책 읽는 버릇을 들이는 비결은 딴 데 있지 않다. 애써 책 읽어라 다그치는 것보다 부모가 몸으로 읽으면 따라 읽는다.    

 

책은 몸으로 읽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책은 항상 손닿는 곳에 두어야 한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은 더 이상 읽히는 책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조금의 보탬을 준다면 부모가 의도하는 책을 아이 눈에 띠는 곳에 은근슬쩍 놓아두면 된다. 책 읽어라 닦달하는 소리가 대문 밖까지 들리면 아이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요즘과 같은 참 좋은 계절에 책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리고, 책 향기가 가득한 집안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이들은 잘 놀아야 잘 크듯 제 하고픈 일을 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느낀다. 책도 그렇게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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