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는 사람이 나무를 심을 때 뿌리를 북돋아 주고 줄기를 편안히 해줄 뿐이다. 그리하여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이 펼쳐지면 꽃이 피는 것이다. 꽃이란 일시에 느닷없이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정성된 뜻과 바른 마음으로 나무뿌리를 북돋아 주듯 하고, 독실한 행동과 자기수양으로 가지를 편안히 하듯 하고, 경전을 궁구하고 예(禮)를 닦아 진액이 오르게 하듯 하고, 학문을 넓히고 예(藝)를 즐겨 가지와 잎이 펴지게 하듯 한다. 그리하여 깨달은 것을 모아서 쌓고 쌓인 것을 펴서 글을 만들면, 사람들이 이를 보고 문장이라 한다. 이것이 바로 문장이다. 문장이란 일시에 느닷없이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정약용, ‘양덕인(陽德人) 변지의(邊知意)에게 주는 말’에서>
논술 열풍이 드세다. 모두들 비법을 찾아 난리다. 언론마다 지면을 할애하고, 논술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학원은 또 한바탕 특수를 누릴 전망이다.
논술의 중요한 요소가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문장에 정답이 따로 있고 신묘한 비법이 따로 있을까. 문장이란 하루아침에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나무를 심어 잘 가꾸면 좋은 꽃이 피듯이, 글쓴이가 시간을 두고 생각을 잘 가꾸면 자연 좋은 문장이 나오는 것이다.
다독, 다상량, 다작, 이 세 가지가 문장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평소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여 그 생각을 옮기면 문장이요, 많이 써보다 보면 요령이 생겨 문장이 다듬어지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