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문장이란 무엇인가? 학식이 안에 쌓여 문장이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마치 기름진 음식이 뱃속에 가득차면 피부에 윤기가 나는 것과 같다. 마치 술이 뱃속에 들어가면 얼굴에 붉은 빛이 도는 것과 같다. 어찌 갑작스레 얻을 수 있겠는가.
…… 내 마음 속에 한결같이 꽉 쌓아놓은 것이 바다가 흔들려 넘치듯 한번 세상에 나와 천하 만세의 볼거리가 되고자 한다. 그 기세를 막을 수 없어 나오는 것을 내가 부득이 토해내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서로 문장이라 말한다. 이것이 바로 문장이다. 어찌 풀을 헤쳐 바람을 우러러 보며 급히 내달아 문장이라는 것을 구해 붙잡아 삼키려 하느냐?
<정약용, ‘이인영에게 주는 말’에서>
이인영이라는 젊은이가 한강변의 다산선생을 찾아왔다. 벼슬 따위엔 눈도 돌리지 않고 오직 문장에 뜻을 둔 문학청년이었다. 다산은 ‘오학론’에서 통렬하게 지적했듯 문장학의 폐해를 말하면서 그 청년에게 문장기법에만 치중한 공부를 버리라고 충고했다. 대신 효도와 우애를 극진히 하고 고전공부에 힘쓰라 권했다.
문장이란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니다. 내면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안에 쌓이는 것이 있고 그것이 저절로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 문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