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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인 너무나 노골적인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2. 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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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인 너무나 노골적인
뉴욕투데이.kr

요즘 모두들 날씬한 몸매를 선호해서 그런지 ‘쇄골(鎖骨) 미인’이라는 국적불명의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국어사전에도 실려 있지 않은 ‘쇄골미인’을 대충 감으로 정의하자면 “깡마른 쇄골이 시원하게 드러나 보이면서도 유방과 엉덩이만큼은 볼륨감 있는 몸매의 여성”, 그런 몸매를 만들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살을 빼서 가슴이나 엉덩이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깡마른 아가씨들이 아무데서나 웃통 훌렁훌렁 벗고 쇄골을 드러내 민망스러울 때가 많다. 쇄골은 가슴 가운데의 흉골(胸骨)과 어깨 부분의 견갑골(肩胛骨)을 잇는 S자 모양의 좌우 한 쌍의 긴뼈로서 그 생김새가 대문 두 짝을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빗장과 흡사하여 빗장뼈라고도 불린다. 그 부분에 관해선 동서양 사람들의 생각이 일치했는지 ‘쇄골’을 뜻하는 영어 ‘clavicle’의 뿌리 또한 ‘닫아걸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claudere’다. 쇄골의 역할은 윗 가슴 부위의 신경과 혈관을 보호하고 근육만으로 몸체에 붙은 견갑골을 지탱하는 것으로서 쇄골이 튼튼해야 건강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실제로 육체노동을 많이 하는 남성의 쇄골이 여성의 것보다 길고 만곡이 두드러진다.


뼈 골(骨)은 뼈대 알(歹) 아래 고기 육(肉)이 붙어 만들어진 것으로서 살점이 붙어 있는 뼈, 선풍도골(仙風道骨)이나 신라적 골품(骨品)제도에서 보듯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고 살은 쉬어 썩어 없어지지만 뼈는 남기에 ‘중심’ ‘핵심’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그런 뼈를 드러내는 것을 ‘노골(露骨)’이라고 한다. 원래는 그 옛날 전장에 즐비하게 널린 시신들의 살이 썩은 후 비바람에 씻겨나가 하얀 뼈만 남는 것을 일컫는 끔찍한 말이었으나 은유적으로 더 많이 쓰이다보니 지금은 “태도나 표현 등에 있어서 감추거나 조심스럽게 나타내야할 일이나 내용을 머뭇거리거나 주저함 없이 숨기지 않고 드러내다”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한국사회가 발랑 까져서 그런지 감추거나 조심스럽게 드러내야할 것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권이 모범(?)을 보이고 있음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4대강 본 사업비 16조 9500억원 중 57.8%인 9조 7900억원을 TK의 젖줄 낙동강에 쏟아 붓는 것도 모자라 낙동강 공구 공사의 대부분을 이명박 대통령 모교 동지상고 출신들이 독식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은 가운데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한 ‘나라선진화·공작정치분쇄 국민연합’ 부의장 출신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를 중앙선거관리위원에 임명한 것이야말로 “민주주의고 뭐고 우리끼리 다 해먹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디 정권뿐이랴. 교육당국이 지난 6월 ‘1·2차 교사 시국선언’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각 시도 교육청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 26명에 대해 이례적으로 해임·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내린데서 보듯 정치적 중립을 고수해야할 공무원들도 노골적으로 정권 편만 드는 가운데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이명박 정부가 일부 언론을 종합편성채널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듯이 종합편성채널 방송사업에 목을 매고 있는 족벌신문들 또한 노골적으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음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천박하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시도 때도 없이 볼썽사나운 쇄골 드러내 보이는 쇄골추녀 선발대회를 보는 듯하다.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발가벗고 10리가 아니라 100리 1000리를 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노골적인 사람들이 지도층을 자처하는 나라의 쇄골이 예쁘기는 커녕 흉측스럽기 짝이 없다. 제발 품위의 윗도리 좀 걸치기 바란다.


 (미주세계일보 주필 채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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