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빈민층 돈 모아 중산층 지원?

박종국에세이/시사만평펌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2. 16. 11:59

본문

728x90

빈민층 돈 모아 중산층 지원?

[기획-MB정부 친서민 가면을 벗긴다]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 “가난한 서민일수록 불리하다”

김병철 기자 10004ok@vop.co.kr

-->

광우병 촛불에 뜨겁게 데여 지지율이 10%대까지 곤두박질친 이명박 대통령은 '친서민 중도실용' 카드를 들고나왔다. 민생정치를 통해 재기를 노리겠다는 의도였는데, 대표적 친서민 정책으로 대학 등록금 문제를 선택했다.



매년 등록금 납부 기간이 되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자살하는 학부모와 대학생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다. 연 등록금이 100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지 오래됐고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19일 교육과학기술부는 드디어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이하 취업 후 상환제)의 세부 시행안을 발표했다. '돈 없어 대학에 못 다니는 학생이 없도록 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거창한 수식어까지 붙었다.


'반값 등록금은 나의 공약이 아니다'고 말해 대학생들을 실망시켰던 이 대통령은 획기적인 반전을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실수혜자인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대학생, "깍아달랬지 빌려달랬냐"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도입이 발표되자 대학생들은 '깍아달랬지 빌려달랬냐'며 이미 1000만원을 넘은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한다고 비판했다.


한대련은 취업 후 상환제가 발표되자 "대학생들과 국민들은 등록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깎아 주는 것을 원한다"고 비판했다.

한대련은 취업 후 상환제가 발표되자 "대학생들과 국민들은 등록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깎아 주는 것을 원한다"고 비판했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전국 70여개 대학 학생회가 가입된 한국대학생연합은 지난달 20일 논평을 통해 "국립·사립 대학 등록금 모두 세계 2위의 나라에서 등록금을 인하하지 않고 빌려만 주겠다는 것"이라며 "대학생들과 국민들은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깎아 주는 것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또 "취업 후 상환제는 등록금 상한제와 함께 시행되었을 때 서민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등록금 인상을 제한하고 등록금을 인하 할 수 있는 등록금 상한제를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저소득층일수록 부담이 늘어나는 제도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도 취업 후 상환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지난달 19일 취업 후 상환제가 아무 보완 없이 시행되면 저소득층에게 더 불리하고, 장기적으로 빚쟁이를 양산할 것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권 의원의 모의실험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연 700만~800만원의 사립대 등록금을 모두 대출받을 경우 기존의 제도를 이용했을 때의 1870여만원보다 2800여만원이 더 많은 4600여만원을 갚아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만 지급되는 생활비 지원 연 200만원을 감안하더라도 1600여만원을 더 갚아야 한다.


또한 소득이 낮은 1-3분위, 4-5분위 학생은 기존의 무이자·저리이자 지원이 없어지면서 각각 997만원, 725만원씩을 더 갚아야한다. 기존 제도에서 기초생활수급자는 연 450만원, 차상위계층은 연 105만원의 무상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기존 장학 제도와 취업 후 상환제의 차이

기존 장학 제도와 취업 후 상환제의 차이ⓒ 민중의소리



권 의원은 “저소득층에게 유리했던 기존의 제도가 폐지되면서 소득이 낮을수록 더 긴 기간 동안, 더 많은 원리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도 “사실상 등록금만 1000만원인 시대에 이번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도입은 미래로 부담이 이전될 뿐 오히려 부담은 더욱 커졌다”며 “학자금 상환제 도입으로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지원되던 무상 장학금과 이자 지원을 없애 저소득층의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주택구입 금리보다 비싼 학자금 금리


6%안팎으로 예상되는 높은 이자율과 복리 적용 또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기존 이자 지원까지 없어지는데 6% 안팎의 ‘고금리’를, 그것도 상환이 시작되는 시점부터는 ‘복리’로 적용하다보니 원리금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모순적 결과를 낳게 됐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등록금넷)은 보도자료를 통해 “다른 정책금리는 2~4%를 적용하면서, 가장 공적인 영역인 교육관련 금리에 6% 안팎 고금리를 적용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대책이 등록금 문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등록금넷은 “한국장학재단의 채권발행 금리보다 더 많이 받아서 이윤을 남기겠다는 발상이 아니라면 6% 안팎의 고금리를 적용할 이유가 없다”며 “기존 이자지원까지 전격 폐지하면서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학생, 학부모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OECD 주요 국가의 학자금대출 이자율

OECD 주요 국가의 학자금대출 이자율ⓒ 등록금넷 제공



민주당 김진표 의원도 “15년 상환으로 계산하면 이자가 원금보다 많아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무이자로 한다”며 “우리나라 모든 정책금리가 3%이고 아주 예외적으로 4%인 것이 하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등록금넷에 따르면 실제 중소기업대출 정책자금 금리는 연 1.25%대다. 또 무주택 세대주의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연 4.5%이고, 심지어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주택구입자금 대출금리도 5.2%이다.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보다 대학 학자금 대출 금리가 비싼 것.


등록금넷은 “학자금을 지원하는 다른 나라들도 무이자이거나 물가인상률 범위 내의 이자만 받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적 여력이 대한민국보다 안 좋은 나라들 중에도 아예 등록금이 없거나 1학기에 얼마 이상 받을 수 없다고 상한선이 있는 나라도 수두룩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가 발표됐지만 등록금 지원 예산은 오히려 삭감됐다. 교과부는 지난 9월 2009년 추경안(1조976억원)에 비해 349억원이 감액된 1조627억원을 내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김병철 기자 10004ok@vop.co.kr>
 
 
 

관련글 더보기